케이크가 울고 있었다

강사와 엄마 사이, 나는 잠시 사람이 아니었다

by 박혜림


나의 케이크 역사는 임신 중에 시작됐다.


먹으려고가 아니라 만들고 싶어서.

밤마다 짤주머니를 잡았고, 낮엔 만든 걸 사진 찍어 블로그에 올렸다.

반응이 좋았다.


“이걸 혼자 다 만드신 거예요?”

“수업은 안 하세요?”

그 말에, 출산 3개월 차였던 나는

우리 집 김치 냉장고 옆 식탁에서 첫 수업을 열었다.


수업 시작 30분 전, 아이를 재웠다.

젖을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다시 눕히고, 또 확인했다.

울지 않기를 빌며 짤주머니를 꺼냈다.


나의 첫 수강생은 아기 백일상을 준비하는 조리원 동기였다.


모유 수유 중인 내 딸은 3개월이었고,

수유 텀은 정확히 2시간이었다.

수업 중에 두 번 수유했다.


수강생 앞에서는 웃었고, 아이 울음소리엔 속으로 울었다.

괜찮다고는 했지만, 나는 괜찮지 않았다.

방 안에서 들리는 울음소리에

말의 리듬이 자꾸 어긋났다.


그렇게 수업은 끝났고,

내가 시연으로 만든 케이크만 식탁 위에 남아 있었다.

조용히, 말없이.


나는 케이크 사진을 찍지 않았다.


기록보다 기저귀 교체가 급했고,

여운보다 유축이 먼저였다.


그날 수업료인 12만 원으로

기저귀 두 박스를 더 살까 고민하다가

작은 오븐을 샀다.

그 오븐이 내 첫 수업의 기록이 되었다.


아이를 재울 때까지 케이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크림이 흐르고 있었고, 그게 그날의 분위기였다.


케이크가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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