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중에 눈물이 나면 귀찮아진다
폐업을 했다.
드라마 같은 장면은 없었다. 울지도 않았고, 분위기 잡을 음악도 없었다.
냉장고를 빼고, 오븐을 닦고, 이사박스 9개를 테이프로 감았다.
감정은 없었다.
허리가 아프긴 했다.
문제는 청소였다.
쇼케이스가 있던 자리에 시커먼 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앞은 수강생이 앉던 자리였다. 웃고, 울고, 크림을 짜던 그 자리.
나는 걸레질을 하다 멈췄고, 그냥 주저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딱히 슬퍼서가 아니라, 생각이 몰려오면 귀찮아지니까.
지금 울면 청소 못 하니까.
일은 마무리해야 하니까.
그게 내 폐업식이었다.
혼자 치르는 퇴장.
남편은 말이 없었다.
박스를 옮기다 말고 나를 한 번 쳐다봤다.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아마 물어봤으면 울었을 거다.
나는 말없이 박스 옆에 붙은 BUTTERBE 스티커를 떼며 중얼거렸다.
“수고했다, 박혜림.”
나만 들을 수 있는 박수였다.
간판은 떼지 않았다.
떼려면 사다리를 꺼내야 했고, 귀찮았고,
무엇보다도 그걸 떼는 장면을 내가 보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내가 없는 사이에,
별일 아닌 듯 그냥 떼가 줬으면 했다.
그날 저녁. 양치하다가 울컥했다.
눈물은 나는데, 입엔 거품이 많았고, 손은 바빴다.
이를 닦으면서 눈물을 닦고,
거품으로 눈도 닦았다.
입부터 눈까지 개운해졌지만, 기분은 엉망이었다.
사람들은 물었다.
“클래스 왜 안 해요?”
“요즘은 쉬세요?”
“재정비 중이신가 봐요?”
그중 어느 것도 정확하지 않지만, 다 그럴듯했다.
폐업을 한 진짜 이유는
그날도 말하지 않았고, 오늘도 안 할 거다.
그냥,
모든 게 닦이고, 모든 게 정리되고 나서야
마음 한 구석이 시끄러워졌다는 것만 기억한다.
#버터가녹는온도 #감정서사 #폐업후기록 #엄마창업 #일상의균열
#폐업기록 #브랜드의끝 #조용한무너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