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양

- 제가 사실 말을 못 하면 죽는 병이 있습니다.

by 박혜림


엄마도 나도 쌓아두는 성미는 못 된다.

할 말을 못 하면 죽는 병이, 아마도 모계 유전인가 보다.

좁은 집 안에 태양 두 개가 뜨면, 그 터질 듯한 열기 때문에

결국 누구든 어디로든 피해야 한다.


그날도 별거 아닌 말에서 시작됐다.

아이들이 등교 준비를 하던 아침이었다.

“엄마, 애들 양말은 그냥 스스로 신게 해.”

“아유, 그거 뭐 얼마나 걸린다고. 아침마다 바쁜데 내가 도와주면 되지.”

초등학생이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해내야 하는 나이였다.


엄마는 사랑이 많다.

아이들을 예뻐하고 아껴주고 뭐든 해주고 싶어 한다.

나도 그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가끔은 그게 너무 달아서, 오히려 쓰게 느껴질 때가 있다.


베이킹에서 설탕은 단맛 말고도 하는 일이 꽤 많다.

계란 흰자를 거품 낼 때 설탕을 조금 넣으면, 거품이 훨씬 단단하게 고정된다.

그런데 너무 많이 들어가면 반대로 거품이 꺼진다.

적당해야 버텨주는 것이다.


퇴근하고 돌아오니 은찬이가 과자 봉지를 들고 신이 나 있었다.

“엄마, 이렇게 많이 사주면 안 돼.”

“나 먹으려고 산 거야. 은찬이가 자기도 먹고 싶다고 해서 더 산 거고.”

“근데 엄마, 당뇨랑 혈압도 있잖아. 이런 거 자꾸 먹으면 어떡해?

그리고 앞으로 애들 거는 사 오지 마.”


엄마 얼굴이 확 굳었다.

“너는 맨날 그런 걸로 예민하게 굴더라.

그렇게 다 통제해서 키우면 애들이 얼마나 답답하겠니?”

기어코 서로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나는 그렇게 키우지도 않았으면서!”

“넌 꼭 그런 식으로 아픈 데다 소금 뿌리더라. 내가 무슨 죄 지었니?”


두 개의 태양이 충돌할 때마다

아이들은 스스로 그늘을 찾아 숨는다.

결국 애 맡기는 죄인인 내가, 또 한 번 씁쓸하게 퇴장한다.


생활비, 집안일, 육아 방식까지.

우리는 늘 서로 다른 레시피를 들고 같은 주방에 들어와 있었다.

냉정하게 소금을 뿌려대는 나와, 과열된 설탕인 엄마가 과연

솔티드 캐러멜 같은 조화를 낼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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