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화 Nov 26. 2023

Snow lands on top...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2023)

이 글은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헝거게임'의 프리퀄이 나왔다.〈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인데, 스노우 대통령의 청년 시절을 보여준다. 팬심으로 본 거라 기대없이 봤는데 지금까지 본 프리퀄 중에 가장 준수하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장점은 절대악도 절대선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무해하게 그려진다. 캣니스와 프림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캣니스도 어리지만 가장으로 빠르게 성숙한 인물인 반면, 프림은 캣니스의 희생과 보호 아래 꽃으로 피어난 아이이다. 치유하는 존재로서 생명력이 넘치는 연약한 프림은 계산적인 숲 속의 사냥꾼 캣니스와 대조를 이룬다.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서는 이러한 견해가 직접적인 대사로 표출된다. 루시 그레이와 스노우가 함께 12구역의 숲을 거니는 장면에서 루시는 스노우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선하게 태어난다고 생각해. 선을 넘지 않는 것은 인생의 숙제같아." (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안 나지만 맥락은 이렇다.)




수잔 콜린스는 어떤 사람에게 닥친 환경이나 사건이 그 사람을 선하거나 악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 되려 인간이 자신에게 닥친 사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집중한다. 피타는 굶주리던 어린 캣니스에게 빵을 주고, 경기장에서 그녀를 살려냈다. 캣니스가 자신에게 화살을 겨누었을 때 기꺼이 죽으려고 했다. 캣니스는 어떤가? 피타가 죽어갈 때 그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바로 캣니스다. 그녀는 루의 장례를 치뤄주고 피타와 함께 살아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피타는 헝거게임에 처음 참가하기 전날밤 캣니스에게 캐피톨에 자기 자신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피타와 캣니스는 자신의 건강, 친구,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껏 사랑할 충분한 기회, 살생하지 않은 무결한 영혼을 빼앗겼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 그들의 명예를 지켰다. 그들은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반려동물을 길렀다.


그러나 스노우는 다르다. 특히 자신을 위협하는 조공인을 죽인 뒤 한 번 더 죽이는 장면은 그가 본질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더욱이 그는 자신이 어쩔 수 없었다고, 그렇기에 살인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헝거게임 안에서 피타와 캣니스가 어렵게 지켜낸 것들을 생각하면, 스노우는 거의 망설이지도 않고 선악의 선을 넘은 셈이다. 스노우와 루시는 공통점도 많았지만 경계선을 기준으로 너무나 다른 세계에 있었다. 그래서 스노우는 루시를 살리기 위해 독약을 준 반면, 루시는 스노우를 죽이지 못해 독 없는 뱀을 준 것이다.




선택의 순간에 나는 무엇을 빼앗기지 않을 것인가?

무엇을 지키기 위해 다른 무엇을 빼앗길 것인가?


삶은 마치 무엇이 더 가치 있는지 끊임없이 재는 밸런스 게임같다. 말 하나를 취하기 위해서는 다른 말을 내어주어야 한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나날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할 수 없다.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나를 드러낸다.


루시가 스노우에게 상을 받고 싶어서 자신을 돕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살았으면 해서 자신을 돕는 건지 물었을 때 그는 둘 다라고 답한다. 그는 솔직했다. 그는 선한 행동을 했지만 자신에게 이익이 될 때에 한했다. 루시를 살찌워서 건강하게 만들어야 할 때 그는 자신의 점심을 포기했다. 루시를 우승시키기 위해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반칙을 했다. 골 박사의 협박을 받고 자신의 친구를 경기장에서 꺼내왔다. 


그러나 연인이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그는 그녀를 죽였고, 캐피톨에 돌아가기 위해 자신의 친구를 배신했다. 선하고 무해하던 어린 스노우는 친구와 연인과 어린 자기 자신을 죽이고 아버지를 쏙 빼닮은 스노우로 자란다. 그의 가난하고 인간적이던 유년시절은 꼭대기에 쌓이는 눈에 덮여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가 여러 번 말했듯이, 그의 세상에서 눈은 계속해서 꼭대기에 내렸다. 다만 멈추지 않은 채로.



https://www.youtube.com/watch?v=ADwM-OOspvA

Can’t take my past
Can’t take my history
You could take my pa,
But his name’s a mystery
Nothing you can take from me was ever worth keeping
Oh nothing you can take was ever worth keeping

Can’t take my charm
Can’t take my humor
Can’t take my wealth
‘Cause it’s just a rumor
Nothing you can take was ever worth keeping
No, nothing you can take was ever worth keeping

(후략)

Rachel Zegler and The Covey Band - Nothing You Can Take From Me (Bootstompin’ Version)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ADwM-OOspvA)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은 강물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