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주아의 비계덩어리

<비계덩어리>, 기 드 모파상

by LEAN
여자는 바람둥이로 불리는 그런 부류의 여자로, '불 드 쉬프(비계 덩어리라는 뜻)'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갑자기 살이 찐 것으로도 유명했다. 몸집이 마치 짤막한 소시지를 염주처럼 꿰어놓은 것 같았다. 팽팽한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옷 속에서 커다란 유방이 불룩하게 나온 이 여자는, 그런대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인기가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싱싱한 모습은 보기 좋았다.

얼굴은 잘 익은 빨간 사과와도 같았고, 막 피어나려는 모란꽃 봉오리와도 같았다. 얼굴 위쪽으로는 크고 멋진 검은 두 눈이 있었는데, 눈 속에 그늘을 드리우는 길고 긴 속눈썹으로 덮여 있었다. 얼굴 아래쪽에는 반짝이는 작은 이들이 드러나는 작고 매력적인 입술이 키스를 기다리듯 젖어 있었다. 그 밖에도 그녀는 여러 가지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 <비계 덩어리
中> (소담출판사)

<비계 덩어리> 는 창녀가 나오는 이야기다. 과거 오래 전, 프랑스의 루앙 시를 프로이센 군대가 점령하고 당시를 배경으로 한다. 이 도시를 탈출하려는 마차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속물들이다. 명망있는 귀족, 부를 축적한 상인, 순종에 익숙한 수녀들, 기품을 중시하는 백작부인 등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비계 덩어리'라는 별명을 가진, 통통하고 독특한 외모의 여성이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우아한 여인들과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그 남편들은 '비계 덩어리'와 여행을 떠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그런데 갑자기 내리는 폭설에 여행이 지체되고 사람들은 굶주린다. 이 때, '비계 덩어리'가 미리 준비해놓은 음식 바구니를 꺼내 놓고, 열 명의 사람들은 이 창녀가 나눠주는 닭고기와 포도주로 굶주린 배를 채운다. 그리고 이 순간만큼은 그녀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행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다. 일행이 묵던 여인숙에서 점령군을 만난 것이다. 이 곳에서 프로이센 장교는 비계 덩어리를 보고서 하룻밤 잠자리를 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이러한 제안을 거절하게 되면 어떠한 위기에 봉착하게 될 지 모르게 된다. 창녀는 불같이 화를 내며 거절하고, 마차에 동행한 사람들은 이에 동조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다들 불안에 휩싸이게 되고, 갖은 방법으로 이 창녀를 회유하려 한다. 사람들은 급기야 뒤에서 창녀를 내보낼 계획을 세우는데, 한 부인은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galina-sergeyeva-in-boule-de-suif-1934-soviet-movie.jpg?type=w1200
0013fc8e_medium.jpeg?type=w1200
우리가 이곳에서 늙어 죽을 수는 없어요. 그 창녀는 모든 남자들과 그 짓을 하는 게 직업이니까, 이 사람 저 사람 가릴 권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 <비계 덩어리
中> (소담출판사)

결국 늙은 수녀의 논리에 설득당한 창녀는 프로이센 장교와 하룻밤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날 마차는 거짓말처럼 출발한다. 그러나 마차에 돌아온 '비계 덩어리'를 마차의 모든 사람들이 피하고 더러운 물건 대하듯이 한다. 그리고 아무런 준비 없이 마차에 탄 창녀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지 않고 자기들끼리 만찬을 즐긴다. 결국 모든 정황을 깨달은 창녀는 마차의 한 구석으로 가서 조용히 눈물을 뚝뚝 흘린다.

18830058.jpg-r_640_600-b_1_D6D6D6-f_jpg-q_x-xxyxx.jpg?type=w1200
i_eb10_0329_1.jpg?type=w1200

기 드 모파상, 1850


기 드 모파상은 19세기 프랑스 소설가이다. 그의 스승은 <보바리 부인>을 쓴 유명한 플로베르이다. 모파상은 열 일곱 살 때 불결한 작문을 썼다는 이유로 신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는데, 그의 어머니가 그를 플로베르와 연결시켜 준 것이다. 이후에 이러한 어머니의 선택은 탁월한 것이었던 것이 드러난다. 그는 재능을 발휘해 <여자의 일생>으로 명성을 얻고, <비계 덩어리>로는 문단과 스승의 극찬을 받았다. <비계 덩어리>에 대해 플로베르는 '구상이 독창적이며, 문장도 훌륭하고, 배경과 인물도 눈에 보인다'고 말했으며, 이에 덧붙여 '자네가 쓴 부르주아의 낯짝은 정말로 멋지다!'고 했다고 한다.

chez-maupassant_25156821_1.jpg?type=w1200

<비계 덩어리>에 나오는 창녀는 통통하고 독특하면서 남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애가 타게 만드는 외모의 소유자다. 그녀의 외모는 '소시지 같은 손가락, 잘 익은 빨간 사과같은 얼굴'처럼 음식으로 비유되고 있는데, 이는 그녀가 언제든 소비될 수 있는 여자라는 것을 뜻한다. 사실 그녀의 본명은 엘리자베스 루세이지만, 외모를 놀리는 '비계 덩어리'라는 별명으로불리고 있다. 그녀는 4일 간의 여행을 대비하여 미리 음식을 잔뜩 싸올 만큼 생활력이 강하며, 이를 마차 안의 모든 사람과 나눌 만큼 베풀 줄 아는 성격이기도 하다. 한편, 프로이센 장교에게 불 같이 화를 내거나, 정치적 의견에 있어서 강하게 자기 주장을 낼 줄 아는 것을 보면 의리 의식도 투철하다. 마차의 모든 인물들에게 배척을 받지만, 실제로는 모두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유일한 인물이다.


53281017.jpg?type=w1200

한편, '루아조 부부'는 사기스러운 행각으로 돈을 모은 포도주 판매상으로, 상스러운 언행을 하면서도 사회적인 지위를 유지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브레빌 백작과 그 부인은 긴 이름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닌 귀족 가문 출신인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창녀에게 산책을 권하며 밀착하여 감언이설을 하는 비열함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언뜻 보면 주인공에게 가장 친절하게 대하는 듯 하지만, 이는 사실 계급적 우월감에서 나오는 행동일 뿐이다. 그리고 라마동 부부는 유산계급으로 정치인이자 공장주로, 정치적인 힘이 있으나 금전에만 관심이 있다. 예쁘지만 냉정한 라마동 부인은 주인공 창녀를 대놓고 무시하기도 한다.

주목할 만한 인물은 마차에서 가장 교육수준이 낮은 코르뉘데라는 남자로, 그는 처음에는 가장 애국자이며 호인인 것처럼 묘사된다. 또한, 주인공 창녀가 프로이센 장교의 제안을 받아들이러 갔을 때, 다른 이들은 모두 환호하지만 코르뉘데는 혼자 분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 그가 창녀에게 먼저 하룻밤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극중에서 드러난다. 이처럼 그는 소탈하고 솔직하지만 개인적인 욕심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는 다른 이들보다 나을 것이 없는 인물이다. 또한 부르주아에게 반감이 있으나 자신도 역시 출세만을 좇고 있다.

또한, 늙은 수녀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계 덩어리'가 프로이센 장교의 제안을 거절했을 때, 수녀는 사람들을 교묘하게 설득하는 역할을 한다. '많은 성인들이 운리의 눈에는 죄악으로 여겨지는 행동을 저질렀으나, 이런 행위들이 신의 영광이나 이웃의 이익을 위했을 때에는 교회가 그러한 대죄를 쉽게 용서했다' 말로 현혹한 것이다. 하지만 프로이센 장교가 마차의 출발 명령을 내렸을 때는 젊은 수녀와 함께 '순종의 습관이 몸에 밴 성녀들답게 제일 먼저' 이를 따르기도 한다. 이는 당대 교회의 나약하고 본받기 어려운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비계 덩어리>는 사람들의 숨겨진 민낯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의 사람들도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인터넷 상에서는 비열한 댓글을 다는 경우가 있다. 또는 사회적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명망이 높다고 여겨지는 직업을 가진 자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모파상은 일찍이 이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간파했던 듯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염세주의적이고 환멸적이기도 하다. 건강치 못한 인품을 지닌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모파상의 소설에서는 이러한 인물에 대해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객관적이고 냉소적으로 묘사하고는 한다.

작가 자신도 인간성을 회복하기 어려웠던 걸까. 그는 복잡한 여자 관계로 인해 매독에 걸렸는데, 이후에 병세가 악화되어 시력까지 잃을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그 때는 이미 매독균이 온몸으로 퍼졌던 것이다. 사실 그는 스물 일곱 살에 이미 자신의 신경 질환을 자각했는데,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는지 10년간 무려 300여편의 중단편과 6편의 장편을 남겼다. 그러나 다작으로 인한 피로는 오히려 그의 병세를 앞당겼다. 게다가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방랑벽, 환영 등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국 모파상은 프랑스 니스에서 자살을 기도한 후 정신병원에 수감되었으며 이 곳에서 43세라는 젊은 나이에 일찍이 사망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신경질환을 경험한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에 그러한 정서를 담아냈다. 삶의 공허함과 무의미함이 드러나는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은 어쩌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다. 나는 혹시 더 높은 의미를 찾지 못하고 피상적인 것에만 골몰하여 도덕심을 내팽개치고 있지는 않을까. 작가 모파상은 풍부한 문학적 재능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의 위선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독자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서 돌이켜보게 한다.


참고: 기 드 모파상, 목걸이, 소담출판사, 1993

네이버 지식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012364&cid=41773&categoryId=44397

keyword
작가의 이전글롤리타, 내 삶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