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내 삶의 빛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by LEAN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my loins. My sin, my soul. Lo-lee-ta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 끝. 롤. 리. 타. 그녀는 로, 아침에는 한쪽 양말을 신고 서있는 사 피트 십 인치의 평범한 로. 그녀는 바지를 입으면 롤라였다. 학교에서는 돌리. 서류상으로는 돌로레스. 그러나 내 품 안에서는 언제나 롤리타였다. (민음사)
줄거리

프랑스 출신의 험버트는 세 살 때 부모를 잃고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라게 된다.
그는 열세 살 때 애너밸이라는 소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어른들 탓에 사랑이 좌절되고 소녀는 장티푸스로 죽게 된다.
이로 인해 충격을 받은 험버트는 이후 아홉 살에서 열네 살 사이의 매력적인 여자아이들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는 이들을 님펫(Nymphet, 작은 요정)이라 부른다.

영화 <롤리타>

영화 <롤리타>

이후 그는 미국으로 건너오게 되고, 뉴저지에 방을 얻었는데, 그 집의 안주인 여자가 그에게 접근한다.
그는 성인인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었지만, 집을 나서다가 잔디밭에 있던 그녀의 딸을 보고 마음을 돌린다.
그리고 그녀와 결혼을 한뒤 틈틈히 딸에게 접근할 순간을 노린다.
딸의 본명은 돌로레스이지만, 험버트는 그녀를 롤리타라고 부른다.

영화 <롤리타>

그러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롤리타의 어머니는 그녀를 캠프에 보내버리고,
집에서 험버트의 비밀 일기장을 찾아내어 읽다가 그의 속셈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비밀을 고발하는 편지 세 통을 전하러 가던 도중, 그녀는 갑작스런 사고로 죽게 된다.
이후 험버트는 법적으로 자신의 딸인 롤리타를 데리고 부녀의 관계로 위장하여 전국을 유랑한다.

영화 <롤리타>

험버트는 롤리타 앞에서 자제력을 발휘하려고 하지만, 곧 그녀의 유혹에 넘어간다.
그리고 이후에는 그녀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
하지만 롤리타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고, 어린아이다운 천진함으로 어른을 흉내낸 것이었다.
또는, 아버지에 대한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그를 상대로 실험적인 장난을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험버트는 가학적으로 그녀에 대해 집착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 <롤리타>



한편, 험버트는 롤리타를 사랑하지만, 그녀가 늙고 매력을 잃으면 어쩌나 고민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녀의 딸을 키워서 사랑해볼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

영화 <롤리타>

그러던 중 롤리타는 열일곱 살이 되었다.
험버트는 롤리타를 데리고 여행을 하던 중에 롤리타가 가출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후 험버트는 롤리타를 찾아 헤메고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롤리타로부터의 편지를 받게 된다.

소설의 결말

롤리타는 어떤 가난한 남자와 결혼하여 임신을 한 상태였다.
그녀는 돈이 필요해지자 험버트에게 편지로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험버트는 사건의 배후에 극작가인 퀼티라는 남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험버트와 롤리타가 여행을 다닐 때, 이들이 평범한 부녀가 아닌 관계라는 점을 눈치채고,
롤리타를 꾀어내어 도피를 벌인 뒤에 그녀를 이용만 하다가 버렸다.
그 후로 롤리타는 다른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정착을 한 것이었다.

험버트는 퀼티가 롤리타를 타락시키고 배반했다고 생각하고,
그를 찾아가 총으로 쏘아 죽임으로써 롤리타를 위한 복수를 한다.
그리고 감옥에 수감되어 자신의 죄에 대한 고백록을 적게 된다.

소설 이야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는 러시아의 작가이자 시인이다.
그가 쓴 <롤리타 Lolita>라는 소설은 선정적이라는 평을 들으며
출간 직후 수많은 금서 목록에 오르기도 했지만,
금지가 풀리면서 상당한 베스트셀러가 되고 20세기 문학의 큰 문제작으로 남게 되었다.

<롤리타>의 첫 구절은 너무나도 유명하며,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이 구절을 들어본 적 있을 정도다.
원문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게 되면 더욱 운율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작가가 시인이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my loins. My sin, my soul. Lo-lee-ta


<롤리타>는 열두 살 소녀와 학식 있는 유럽인 교수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나보코프가 험버트와 같은 취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하지만,
정작 자신은 강력히 부인했다고 한다.

실제로 소설을 보면 험버트의 시각에서 주관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롤리타가 험버트와의 관계 이후에 몰래 매일 울었다는 장면이나,
성적인 지식이 거의 없던 점, 험버트가 롤리타에게 고아원에게 보내겠다고 위협하는 점 등을 볼 때,
험버트의 롤리타에 대한 사랑은 병적이고 이기적이었던 것으로 내막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작가 자신은 "나는 교훈적인 픽션을 읽지도 쓰지도 않는다"라고 말해서
더욱 작가에 대한 판단을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그는 다만 소설은 소설로서, 언어적 유희로서 읽어 달라는 말을 하고자 했던 것 같다.

험버트의 롤리타에 대한 사랑은 어린 시절의 상실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그로 인해 롤리타를 이상적인 여성처럼 꿈꾸게 되었다.
도덕적 기준을 벗어나자면 그의 시각에서는 롤리타는 뮤즈이자 탐미의 대상이다.
하지만 실제 롤리타는 예쁘지만 평범한 어린 아이에 불과하며,
험버트의 사랑은 미학으로 치장된 가학에 불과하다.

소설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에드가 엘런 포가 떠올라서였다.
포(Poe)는 27살 때 열세 살이었던 버지니아 클렘과 결혼한다.
그리고 소설 <롤리타>에서 열세 살이었던 롤리타를 보고 험버트가 사랑에 빠진다.

또한, 험버트의 어린시절 첫사랑 애너밸은 포의 시 <애너밸 리>를 떠올리게 한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Annabel Lee
It was many and many a year ago,
In a kingdom by the sea,
That a maiden there lived whom you may know
By the name of Annabel Lee;
And this maiden she lived with no other thought
Than to love and be loved by me.
옛날 아주 옛날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알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지.
그녀의 이름은 애너벨 리-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엔
그녀는 아무 생각이 없었네.



굳이 이름을 애너밸로 했다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나보코프는 에드가 엘런 포와 플로베르, 프루스트, 조이스 등의 작가들을 작품에서 많이 언급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고전 작가들에 대한 애정이 있었을 것이다.

소설 <롤리타>는 영화로도 두 번이나 만들어 졌는데,
1997년 작품과, 1962년(스탠리 큐브릭 감독)작품이 있다.
1997년의 영화 <롤리타>는 롤리타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이나 행동이 잘 표현되어 있지만,
제레미 아이언스의 중후한 인상 탓인지 소설보다 주인공의 죄악과 탐욕이 덜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에서는 죄에 빠져들면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영화에서는 롤리타의 유혹에 넘어가는 슬프고 무기력한 중년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1962년 영화 <롤리타>

유명한 펭귄북스의 출판본 <롤리타> 표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미국의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는데, 이민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러시아의 고골에 대해 책을 집필하여 미국에 소개하고, 푸시킨의 명작 <예프게니 오네긴>을 번역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소설 <프닌(Pnin)>에서는 무기력한 러시아 이민자 교수를 그려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했다.

소설 <롤리타>는 관습에 도전한 소설이다. 현재까지 받아들여질 수 없는 아동성애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현재까지 높은 영예를 유지하는 이유는 뛰어난 표현력 때문이다. 주인공의 언어는 비극적이면서도 사랑에 빠질 때에는 몽환적이고, 분노에 가득 차버리거나, 회환과 자책에 빠지기도 한다. 금기를 깨는 주제를 예술로 담아내어 인정받은 나보코프의 문학적 역량은 가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영화 <롤리타>

소설에 대한 추가 정보 : 소설 <롤리타>, 문학동네

롤리타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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