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찾아서
제주도는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아름다운 건축물도 많다.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 방주교회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예전에 일본에 있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를 사진으로 보고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또한, 핀란드에 있는 '캄피 채플(Kamppi Chapel)'을 방문했을 때도 독특한 외관이 오랫동안 인상에 남았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뛰어난 교회 건축물은 창의력에 놀라게 할 뿐 아니라,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방주교회에서도 힐링의 추억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방주교회는 2009년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이 건축하였고,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고 한다. 교회 주변을 거닐다 보면 건물 전체가 물 위에 떠있는 듯한 배와 같은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잔잔한 물결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다.
방주교회로 떠나는 드라이브 길은 상쾌했다. 숲이 우거지고 차들은 거의 없었다. 이런 길을 매번 지나다니면 오픈카를 사야겠다는 결심이 설지도 모른다. 서울에서는 즐길 수 없는 여유로운 드라이브를 하고 음악도 틀어놓을 수 있을 테니까.
차에서 내려 교회에 다다랐을 때 호수 위의 기다란 건물이 날 맞았다. 차분히 정리된 잔디 위에 사뿐히 놓인 건물이 인상 깊었다. 목재와 철판이 이용된 건물은 자연적이면서 인공적인 느낌을 함께 주었다. 십자가가 위에 꽂혀있는 대신에 외벽에 창문과 하나 된 십자가 형태가 위치한 것이 얼핏 보였다. 벽은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밖에서 들어오는 빛을 시시각각 받아들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사진을 찍고 있었으나 주변은 고요했다. 교회가 자아내는 분위기에 큰 소리도 잦아드는 듯했다.
노아의 방주 앞편을 보려면 건물을 빙 돌아 얼굴을 봐야 한다. 하늘과 바다를 향하는 듯한 방주의 눈과 입이 보인다. 세월이 흘러 약간은 오래된 듯한 유리가 구름을 반사하고 있었다. 단순하지만 치밀하게 설계된 창문의 위치가 빛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나중에는 안에서 한번 보고 싶었다.
방주교회의 지붕은 반짝이는 재질로 되어 있어서 멀리서 보면 태양빛에 반사되는 모습이 마치 보석과 같다. 가까이서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자연을 이용하려는 건축가의 의도가 엿보였다.
일요일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예배를 드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방주교회에서는 일요일에 오는 성도들을 위해 9시 반, 11시, 오후 1시의 세 번의 예배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한다. 통유리를 통해 내부에 각종 사무실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살짝 보였다. 겉보기에는 갤러리나 박물관 같지만 이 곳에도 교회 행정실이 마련되어 있다. 이 날은 내부를 살펴보지 못했지만 시간을 잘 맞춰 가면 본당을 방문할 수 있다고 하니, 건물을 완전하게 감상하려면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방주교회 바로 앞에는 올리브 카페가 있다. 이 곳에 들어서면 느린 우체통과 방주교회의 풍경을 담은 엽서가 반겨 준다. 엽서의 사진을 보고 나니 밤에 이곳을 다시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방주교회의 야경은 낮과는 또 다른 탁월함을 보여주었다. 다음에 제주도에 온다면 밤에 이 곳의 사진을 다시 한번 찍으러 와야겠다. 푸른 밤에 노오란 빛을 발하는 고요한 교회로 꼭 다시 한번 찾아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