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the Road!

제주 제라진 오프로드

by LEAN

오프로드(Off road)는 말 그대로 험한 길을 달리는 드라이브를 말한다. 오프로드 체험은 오프로드 카(Off road car)를 이용하여 다듬어지지 않은 산길이나 경사진 바위, 진흙탕을 넘어 다니는 활동이다. 당연히 이와 반대되는 말은 온로드(On-road)이다. 모든 도시의 여행은 온로드이다. 나는 지금까지 온로드 여행 이외에는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포장된 도로를 다니고 사람의 손길이 닿은 산길을 산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제주도에서 오프로드 체험을 하면서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여행의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오프로드 자동차에 올라탄 사진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오프로드 체험지로 선택했던 곳은 '제라진 오프로드'라는 곳이었다. 전체면적 430km, 총길이 12km에 달하는 이곳은 울퉁불퉁한 언덕길이 십여 개쯤 된다고 한다. 오프로드 자동차 마니아들이 참여하는 레이싱 대회가 존재한다는데, 이 대회에서 입상한 드라이버가 여러 개의 코스 설계에 참여했다고 한다. 홈페이지에 나타난 사진을 찾아봤더니, 여러 말들이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며 목가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승마장의 말들과는 다른, 뭐랄까 편안하고 자유로운 말들의 모습에 내 마음도 무장해제되는 것 같았다.



출처: 제라진오프로드

처음에 오프로드 자동차에 올라탈 때는 그리 두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에 ATV(사륜구동) 드라이빙 체험을 해보았던 적이 있었던 터라, 오프로드 차량도 마찬가지로 엑셀과 브레이크가 전부인 차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처음부터 숙련된 드라이버가 냅따 운전석에 올라타고서 우리를 조수석과 뒷좌석에 앉혔다. 한가로운 목장을 지나갈 때만 해도 우리가 거기 앉아야만 하는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목장을 지나 오름 위를 올라가기 시작하자마자 차는 뒤집어질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경사를 내려갈 때는 정말로 전복되는 상상이 들 정도였다. 질주하는 차 옆에서 흙먼지가 돌풍을 일으켜 휴대폰으로 바깥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액정 위에 미세한 모래가 잔뜩 붙어버린 것이 보였다.



드라이버 선생님은 주행 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중 흥미로운 건 우리나라에도 오프로드 동호회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동호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가입해 있을까. 주중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주말에는 자연인으로 변하는, 꽤나 거칠고 순수한 감성을 지닌 사람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오프로드 자동차는 파워풀하면서도 추억 돋는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겉에서 볼 때는 80년대 중고차에 페인트칠을 한 것 같은 모습이었고, 내부의 계기판은 모두 뜯어내어 새로 붙인 것으로 파일럿의 계기판을 연상케 했다. 구석에 놓인, 차에 맞지 않게 큼직하고 먼지가 살포시 내려앉은 스피커에서는 시종일관 록 음악이 흘러나와야 할 것 같았다. 그처럼 복고적인 감성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차였다.



주행코스 마지막에 드라이버가 차량을 멈추고 잠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눈 앞에는 광활한 늪지대가 있고, 멀리 작은 나무로 뒤덮인 포근한 오름이 지평선을 가득 메웠다. 넓은 평지 위에 떠 있는 구름은 서울에서 볼 때보다 더 풍부하게 크림처럼 땅 위를 뒤덮었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인적도 없고 차량도 없는 이 늪에 홀로 찾아오는 오프로드 드라이버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풍경을 바라볼까?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사람이 지겨워지고 도시 생활에 지쳐버릴 때, 온전히 홀로 산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 밤에는 가로등 하나 없는 공간, 벌레와 나비만이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 이 곳에서 오프로드 드라이버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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