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감성을 담은 영화
영국 여행이라고 하면 빅벤, 기사병, 해리포터 기념품 정도가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1999년작 영화 <노팅힐>을 본다면 이 작은 거리에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런던을 대표하는 이 노천 마켓에는 날마다 채소와 곡물이 가득한 수레가 북적인다. 무려 2킬로미터에 걸쳐 2천 개 이상의 가게가 들어서는 거리에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따스하고 소박한 감성을 잘 담아낸 영화가 <노팅힐>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꽤나 비현실적인 축에 속한다.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줄리아 로버츠)가 우연히 노팅힐의 책방 주인(휴 그렌트)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간단한 줄거리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지금까지 사랑받는 영화로 남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따스한 영국의 풍경을 담은 영상미,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공감이 가는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위로가 되는 기분이 든다.
내성적인 성격의 윌리엄은 평범한 사람이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젊을 때는 잘생겼으나 지금은 축 늘어진 얼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책방, 떠나버린 이혼녀 등, 그에게는 불행해야 할 요소가 많아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소하게 일상을 꾸려나가며 아무런 희망도 없이 미련도 없이 자신의 집과 거리를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한편, 할리우드의 성공한 여배우 안나는 남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큼 도도해 보이지만, 사실은 일반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감정을 지니고 있다. 다이어트에 힘들어하고, 나쁜 기사나 험담에 상처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을 받으면서 살기 때문에 쉽게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지 못하는 불운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영화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이유에는 담백한 감정 표현이 대사에 잘 녹아들었다는 점도 작용한다. 영화에서 두 남녀의 사랑은 극적으로 출렁거리지 않는 갈등의 곡선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의 감정은 자연스럽게 증폭되어 간다. 윌리엄의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소박한 일상이 언제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진실처럼 느껴진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소중한 친구들과 그들이 전하는 따스한 위로와 격려가 있다. 게다가 그를 사랑하는 연인은 언제나 곁에서 미소를 띠고 있다. 영화는 무미건조한 하루를 보내며, 미래에 대해 포기한 지 오래인 사람들에게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준다. 가장 기본에 충실한 ‘영화 같은’ 스토리에, 가장 공감 가는 인물의 성격을 담은 영화 <노팅힐>. 수많은 여행자들에게 이 거리에 대한 낭만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