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영혼을 씻어주는 선물

르누아르: 여인의 향기展: 컨버전스 아트로 만나는 고전 명작

by LEAN
IMG-1963.JPG 르누아르: 여인의 향기展, 본다빈치 뮤지엄

조금 색다른 전시회

서울숲 역 근처 갤러리아 포레에서는 작은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상가 건물 안에 숨어 있는 본다빈치 뮤지엄으로 들어가면 형형색색의 색다른 공간이 나를 맞이한다. 5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열리는 ‘르누아르: 여인의 향기展’ 이 열리는 곳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컨버전스 아트라는 장르를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1차원의 화폭에 그려진 그림을 첨단 디지털 기술과 모션그래픽을 통해 역동적으로 살려내어 영상으로 그림을 재창조한다. 또한, 르누아르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각종 인테리어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관객들은 마치 화가가 그리던 정원에 들어선 듯한 환상적인 감상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색채 테라피나 아로마 테라피가 결합된 메디-힐링(medi-healing)을 체험할 수 있어, 관객들은 오감으로 르누아르의 예술적 가치관을 접하게 된다.


mania-done-7bdfdfd5562726a43331f5ef6b9f7870_20150624240443_vrsuzvxd.jpg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175F40474D6068F631.jpeg 르누아르, 왼쪽부터 <이렌 카엥 당베르 양>
mania-done-7bdfdfd5562726a43331f5ef6b9f7870_20150624240845_qgsqgjtb.jpg 르누아르,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
mania-done-7bdfdfd5562726a43331f5ef6b9f7870_20150624240754_azzshpel.jpg 르누아르, <부지발의 무도회>

르누아르의 낭만적인 감성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는 19세기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로, 아름다운 자연과 여인의 육체를 뛰어난 스타일로 묘사했다. 그는 몽마르트 언덕 근처에서 모임을 가지며 낭만적인 고향의 풍경을 즐기고는 했다. 당시의 자유롭고 낙관적인 분위기는 그의 화폭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는 실제보다 더 우아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자아내기도 했다. 르누아르는 빛과 풍경과 인간의 조화를 몽환적이고 사랑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평생 동안 표현과 재료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쩌면 르누아르를 감상하는 관객의 시선은 냉혹할 수도 있다. 비참하기 짝이 없는 당대의 현실을 화가가 담아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르누아르가 살던 시대에도 가난과 질병과 차별이 표면으로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는 보모도, 청소부도, 하녀도 슬프지 않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르누아르가 그들을 그렇게 묘사한 이유는 ‘현실이 우울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그림이라도 우리네 인생보다 밝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각자가 자신의 일을 즐기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행복을 느끼며 삶의 기쁨에 도취될 수 있는 모습을 그는 보여주고자 했다. 그의 소망은 화폭에 담겨 오랫동안 사람들이 행복과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남게 되었다.


그래도 화가의 순수한 감수성에 우려를 표할 수도 있다. 현실을 도외시한 과도한 낙천주의가 초래할 위험에 대해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사실 많은 사람들은 지나친 비관주의와 냉소주의로 인해 스스로 우울의 늪에 빠져든다. 알랭 드 보통 또한 예술적 낙관주의에 대한 걱정이 기우라고 말한다. 그는 저서 <영혼의 미술관>에서 ‘우리는 거의 항상 장밋빛의 감상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기는커녕 과도한 우울로 고생한다. 우리는 세계의 문제와 부당함을 아주 잘 알고 있지만, 단지 그 앞에서 작아지고 약해지고 초라해질 뿐이다’고 했다. 르누아르는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단지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택하여 자신의 소임을 다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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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여인의 향기 展 (출처: 본다빈치 뮤지엄 전시 소개)

컨버전스 아트 전시의 시도

‘르누아르: 여인의 향기展’에서는 곳곳에 르누아르가 생전에 했던 말을 적어 두고 사람들로 하여금 곱씹어보게 한다. 마치 화가가 그림을 걸어 두고 우리에게 속삭이는 듯하다. 르누아르의 꽃밭을 연상시키는 색색의 조명이 관객을 유혹하고, 코너마다 풍기는 라벤더 향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전시는 르누아르의 그림을 집중적으로 감상하게 하기보다는 그의 예술적 감수성과 가치관에 대해 접하게끔 해준다. 다만 지나친 조명으로 인해 그림을 제대로 보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또, 인스타그램을 위한 포토존이 많은 편이라,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는 있지만 조용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온 관객에게는 당황을 안겨 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차분하고 고요한 대신에 다분히 색다르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혼자 가기보다는 연인 또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여 추억의 사진을 남기고, 르누아르의 낭만적 감성을 온몸으로 접한 느낌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좋을 만한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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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여인의 향기展, 본 다빈치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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