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요즘 바빠

엄마도 일하는 사람이야

by 자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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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요즘 바빠."


느닷없이 던진 아이의 말에 웃으며 물었다.

"왜 바빠~?"


아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청소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줌모임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해!"


줌모임? 글쓰기?

나는 순간 빵 터졌다.

어쩜 말투며 손짓까지 내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았는지.


아, 이 아이의 눈에는 엄마가 '이렇게' 보였구나.







책을 읽고 있으면, "엄마 무슨 책 읽어? 선물 받았어? 도서관에서 빌려왔어?"하고 묻고,

필사를 하고 있으면 아이는 공책을 꺼내 앉아 아는 글자를 끄적이며 옆자리를 차지한다.

내가 청소기를 들면 작은 빗자루를 들고 와서 함께 쓱쓱,

노트북을 켜면 본인의 워크북을 펼쳐 열심히 뭔가를 적는다.


엄마가 하는 모든 걸 '엄마처럼' 따라 해 보려는 마음이 대견해 보였다.


많은 역할을 해내고 있으면서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종종 잊고 살 때가 있다.

아이가 태어나고 하던 일을 반 강제로 그만두게 되었고,

의욕 없는 하루를 보낸 날도 많았다.


아이가 물었다.

"나 어린이집 가면, 엄마는 뭐 해?"

나는 꼬박꼬박 이렇게 대답했다.

"응~ 엄마도 일하러 가지."


그 말엔 작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엄마도 중요한 일을 한다는 걸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나의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진 않는다는 걸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아이가 따라 말한 "글도 써야 하고, 줌모임도 해야 하고~"

그 말이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엄마가 하는 일은 바쁘고 중요해 보여.

그래서 나도 그걸 해보고 싶어. 엄마처럼.'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바쁜 와중에 엄마랑 놀아줘서 고마워"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엄마랑 노는 것도 일이야!"

나는 그 말이 이렇게 들렸다.

"엄마, 엄마는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야."






언젠가 아이의 기억 속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 모르지만, 바라는 모습은 있다.


"우리 엄마는 항상 무언가를 했어. 매일 배우고 실천했지.

그 모습이 즐거워 보였어. 그러면서 우리와의 시간도 소중히 생각했어.

나는 엄마의 그런 모습을 닮고 싶어."


그러니 오늘도 나의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틈에도 내 시간을 붙잡아본다.

아이의 눈에 비치는 '엄마'의 존재가

오래도록 사랑스럽고, 의미 있는 모습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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