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버리니 필요한 능력이 생겼다

episode.2

by 버터눈나 butternoonna

요리 영상 11개. 영상에서 멈춘 3년 전의 시간. 연습으로 만들었던 케케묵은 영상을 꺼내 보았다. 당시엔 세상에 내놓기 차마 부끄럽고 그렇게 모자란 점만 보이던 영상인데 몇 년 지나 보니 촌스러워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꽤 괜찮은 영상이었다. 내 욕심에 묶여 나만 시청한 아까운 콘텐츠들. 당시엔 왜 그렇게 부족하게만 느껴졌을까. 시간 순서대로 보니 11개의 영상은 횟수를 거듭하며 많은 발전을 했었다. 어느 정도의 수준이어야 스스로 만족했을까.


베이킹하며 활력을 되찾으니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베이킹 콘텐츠를 만들어볼까 해서 영상편집 툴 다루던 기억을 더듬으며 과거 영상을 보게 됐다. 몇 년 전에 만든 것임에도 요즘 트렌드에서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꽤 괜찮은 축에 속하는 영상이었다. 물론 부족한 점은 있지만 이건 출품하거나 판매할 영상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분명 더 좋은, 더 완벽한 영상을 만들기 위한 욕심으로 계속 연습을 거듭했었는데 결국 지금까지 연습으로만 남지 않았던가. 그때의 욕망은 더 크지 못하고 3년 전에 머물러 있었다. 그걸 깨닫고 나니 더 이상의 연습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됐다. 본 작품으로 내딛지 못하는 습작은 낙서일 뿐이다. 예술영화 같은 영상 퀄리티를 원하는, 실력에 없는 욕심이 아니라 내게 필요한 건 추진력이었다. 내 창작물은 세상에 나와 생명을 먼저 얻어야 했기에.


무엇이 부족한지 깨닫고서 앞뒤 재지 않고 바로 추진했는데 거기에 필요한 건 의외로 속도가 아니라 관대함과 타협이었다. 욕심을 버리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기준을 낮출 수 있도록 나와의 타협이 필요했다. ‘이런 걸 밖으로 내보이겠다고?’라는 채찍질이 아니라 ‘이만하면 봐줄만해. 더 엉망인 콘텐츠도 소비되는 세상이야. 평생 이 실력에 머물러 있을 건 아니잖아?’라는. 눈높이에 맞출 실력이 부족하니 셀프 협상이라도 잘 해야 했다. 나는 스스로의 기준이 높은 사람이기에 예전 같았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짓이다. 하지만 지금은 못난 자식이라도 세상에 보여주겠다는 목표가 생겼고, 적어도 3년 전처럼 제자리에 머물진 않을 거라는 기준이 있었다. 최종 편집 영상을 보니 거슬리는 점들이 있어 미완성의 찝찝함이 만연했지만 두 눈 꼭 감고 세상에 업로드했다.


하고 보니 정말 별일 아니었다. 이 업로드 버튼은 특별하지 않았다. 세상의 관심을 과분하게 받아야 퀄리티에 대한 손가락질 비슷한 것이라도 받을 텐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완벽한 완성에 집착하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라 헛웃음이 났다. 그리고 생각보다 창피하지 않았다. 그 사이 면이 두터워진 걸까? 얻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 능력치지만 한번 득하고 나니 앞으로 나아가는데 거리낄 게 없는 아주 좋은 능력치를 얻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게 아니라면 어지간한 두려움이 느껴지는 일은 해볼만 가치가 있는 일이 많다. 첫 업로드를 통해 나도 콘텐츠도 분명히 앞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