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숨고를 사례로
앱 숨고는 여러 '고수'들로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받아 볼 수 있는 재능 거래 서비스이다.
얼마전에 취미겸 어떤 레슨을 받고 싶어 숨고를 처음 사용해보게 되었는데,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유저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이 있었다.
전체적인 UI가 그렇게 나빴던 것도 아닌데 왜 나는 불편함을 느꼈던 걸까 분석해보기로 했다.
우선 처음 내가 서비스를 사용했던 플로우를 정리해보자.
취미겸 특정 레슨을 받고자 숨고를 다운받았고, 켜자마자 눈에 바로 보인 것은 홈 화면의 카테고리 아이콘들이었다. 카테고리를 선택하니 뜬 스크린은 견적서 요청 화면이었다.
여기서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일단 뭔가 싶어 작성은 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견적서를 요청하고 있다는 문구를 보고 바로 취소를 눌렀다.
숨고의 플로우는 원하는 카테고리 선택 > 갑자기 견적 요청서 작성 화면이 바로 떠버리는 식이었다.
나와 같이 잘 모르는 첫 사용자 입장에서는 요청서가 뭐지? 어디에 요청한다는거지?라는 의문이 든다.
이 서비스를 잘 알지 못하는 유저라면 우선 어떤 고수들이 있고 어떻게 시스템에 돌아가는지(?)를 대충이라도 둘러보고는 싶은 마음이 있을 수도 있는데, 바로 견적 요청 화면으로 넘어가버리니 충분히 당황할 여지가 있다고 느꼈다.
나는 견적서 요청을 취소한 후 좀 더 앱을 파악하기 위해 살펴보다가 하단의 '고수 찾기' 탭을 발견했고, 그제서야 둘러볼 수 있었다.
고수찾기는 하단 메뉴로도, 홈화면 상단의 '고수 탐색'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치가 눈에 띄지 않는다. 홈 화면을 접하자마자 바로 눈에 보이는 것은 중앙에 위치한 카테고리 아이콘들이기 때문에, 처음 사용하는 유저들은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이상 바로 카테고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과연 다른 유저들은 어떨까 궁금해서 10명을 대상으로 아주 간단하게 조사를 해봤다.
결과적으로 서비스를 한 번만 사용해본 유저들, 즉 처음 사용해본 유저들 5명 중 3명이 나와 같이 카테고리 선택으로 시작했다. 반면 2~5회 이상 여러번 사용해본 유저들 5명 중 4명은 주로 홈 화면 상단의 '견적 요청' 버튼으로 시작한다.
처음 사용해본 유저들에게 카테고리 선택 후 바로 견적서 요청으로 넘어가는 것에 당황스러움이나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는 지를 물어본 결과, 5명 중 3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모수가 아주 적어 신뢰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그래도 간단한 조사를 통해 어느정도의 경향성을 알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처음 접해본 유저들은 주로 첫 화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카테고리를, 여러번 이용 경험이 있고 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유저는 가장 빠르고 간단한 방법인 견적 요청 버튼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렇다면 처음 앱을 사용하는 신규 유저가 '카테고리'를 통해 들어간다고 했을 때, 그 과정에서 당황스러움 없이 스무스한 흐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카테고리를 선택했을 때 아무런 설명 없이 견적서 요청 화면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 바로 견적을 받아볼건지 혹은 어떤 고수들이 있는지 탐색하고 받아볼건지 물어 유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의 플로우는 유저에게 선택권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 물론 고수를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 처음 이용하는 유저는 주로 카테고리를 통해 유입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런 흐름 속에서도 유저가 원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줄 수 있다.
선택권을 준다면 고수 탐색을 원하는 사람은 먼저 둘러보고, 귀찮거나 빨리 받아보고싶은 사람은 바로 견적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또 동시에 '바로 견적을 받아볼 수 있음'을 미리 인지시켜 당황스러운 포인트를 없앨 수도 있다.
여기서 나아가 고민해본 부분은 고수탐색을 먼저 선택했을 경우의 흐름이다.
비즈니스적 관점도 고려해봤을 때, 탐색만 하다가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유저가 견적서를 요청하는 행위까지 유도할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해본 방안은 스크롤을 내리다가 중간에 '원하는 조건에 맞는 고수에게 견적서를 요청해 보시겠어요?'와 같은 팝업을 상단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혹은 리스트 중간에 견적 요청을 받아보겠냐는 버튼을 삽입해 더 자연스러운 시선 이동으로 유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업데이트
마침 업데이트를 확인해 봤는데, 위에서 말한 두 번째 방법과 유사하게 고수 찾기 리스트 중간에 견적 요청 유도 버튼이 추가되었다! '직접 고수를 찾이 어려우신가요?'라는 카피라이트를 통해 고수를 직접 비교하고 찾아보는 번거로움을 포인트로 잘 짚어 유저가 요청서 작성으로 넘어갈 수 있게끔 잘 유도한 카피라이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테고리에서 바로 견적 요청으로 넘어가는 플로우는 아직 그대로였다..)
사실 전체적인 서비스 이용 안내는 '마이' 탭에서 확인할 수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마이탭까지 들어가서 이용안내를 일일이 읽어보는 경우가 많지는 않으니..읽어보지 않아도 '이런 서비스구나', '이렇게 사용하는거구나'~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것도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숨고와 같이 생소한, 특수한 서비스는 보편적인 SNS나 배달 서비스와는 다르다. 처음 접하는 유저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기에 그만큼 앱 첫 이용 플로우에서 그 갭을 낮춰야 한다.
생소한 서비스더라도 어렵지 않게, 멈칫거리는 모먼트가 없이 스무스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의 중요함을 생각하게 해준 서비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