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타바Vltava.
몰다우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한 이 곡은 작곡가 스메타나의 가장 유명한 작품 “나의 조국”의 2악장이다.
음악은 오늘 오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오랜만에 들어 제목이 딱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바로 편성표를 찾아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기억해내고 싶었다.
도도한 흐름의 느낌, 그 속에서 휘몰아치는 어떤 난리법석의 느낌이 물씬 났다. 여기까지 왔으면 블타바를 떠올릴 법도 한데 생각이 나질 않았다. 수도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은 우리나라의 한강이다. 한강을 빼놓고 한민족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듯이, 체코의 역사도 블타바 강 여기저기에 굽이치고 있다(고 한다). 잘은 모르지만 독일과 이웃하고 있어 히틀러의 광기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냉전시기에는 소련에 속해 역사적 고난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블타바 강은 간단하게 현대사에만 한정하더라도 그런 아픔을 안고 흐르는 것이다.
처음 이 곡을 접했던 대학생 때, 이런 멋진 음악을 대표곡으로 가지고 있는 체코가 너무 부러웠다. 듣기로는 체코 국적의 한 항공사는 체코 땅에 착륙할 때 이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들려준다고 한다. 체코 사람들은 얼마나 뿌듯할까. 세계구급 작곡가의 장엄한 교향시에 비해 학교에서 가사 외우기 바쁜 애국가가 그렇게 초라하고 보잘것 없게 보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때는 친일논쟁까지 불붙은 애국가의 고난시대였다. 그렇게 부러운 마음 한 가득히 자주 듣고 다니던 나의 조국 못지 않은 우리의 노래를 알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나라 내겨레”라는 노래를 아는가? 70년대 80년대 거리의 애국가라고 불리던 노래다. 송창식 씨의 노래지만, 이 노래는 거리에서 여럿이 함께 부르는 노래다. 가사가 있어서일까. 너무 명징하고 찌릿하게 그 한 소절 한 소절이 귀로 들어와 가슴에 박혔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학생운동을 해본 적 없고, 기회가 있어도 자신 있게 하겠노라고 말할 용기도 없던 나에게 그 거리의 애국가는 강렬하게 다가왔다. 선배들의 피땀으로 맺은 그 달콤한 과실을 즐기기 바빴던 내 마음 속 깊이 희미하게 느끼고 있던 부채감을 그 노래를 알고 흥얼거릴 수 있다는 알량한 자만감으로 갚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마음 속에서 "블타바", 나아가 "나의 조국"은 "내나라 내겨레"이다.
하루를 마감하고 있는 지금, 듣고 있던 라디오를 끄고 블타바를 한 번 더 들을 참이다. 다음에 라디오에서 우연히 만나면 도도하게 흘러가는 물결과 몰아치는 역사의 굴곡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