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대성당들에 비해 작지만 특별한 성당들 & 대통령관저 '퀴리날레궁'
이탈리아를 방문한 여행자들은 보통 로마에만 머물지는 않죠. 보통 기차를 이용해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등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다음 여행지로의 이동이 수월한 테르미니역 인근에 숙소를 정하는 경우들이 많죠. 개인의 여행일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로마에는 2~3일 정도 머무르고, 다른 도시들로 이동하는 거점으로 로마에 머무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로마시는 넓지만 관광지역은 거의 시내 1.7km 안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유명 관광지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죠. 또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주요 명소들을 돌아보는 데는 2일이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로마에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유명한 유적들과 대성당들 외에도 숨어있는 보석 같은 곳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로마에 여러 번 방문해 유명한 명소 이외에 반나절 또는 하루 정도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전, 테르미니역 근처에서 가볍게 도보로 돌아볼 수 있는 반경 5km 이내 숨은 명소들을 추천해 드릴까 합니다. 출발은 테르미니역에서부터 하기로 하죠.
떼르미니는 ‘종착역’이라는 뜻입니다. 떼르미니 역은 시내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관광 명소와의 연결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므로 1년 사시사철 엄청난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입니다. 떼르미니 역은 1950년에 완성되었으며, 영화 <종착역>의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역 내에는 여행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완비되어 있습니다. 관광안내소를 물론이고, 지하와 1층에는 거대한 서점이 있고, 환전소, 레스토랑, 카페, 약국, 은행, 슈퍼 등도 모두 역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24번 플랫폼 옆의 ‘관광안내소'는 영어로 안내를 해 주며, 로마의 무료지도와 관광 안내용 책자도 나눠줍니다.
역 앞에는 <친퀘첸토 광장>, <500인의 광장>이라고 불리는 광장이 있습니다. 이곳은 이탈리아의 식민지 에티오피아에서 죽은 500명의 무명용사를 기념하여 이름 지었는데, 이 광장은 각종 버스의 출발점입니다. 주요 버스노선이 출발하거나 경유하는 시내의 요충지로 정류장은 알파벳과 번호가 표시되어 있어 이용하기에 편리합니다.
로마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자동판매기나 길가의 ‘따바끼’에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따바끼는 담배와 티켓, 커피 등을 판매하는 작은 바죠. 이탈리아도 다른 유럽의 나라들처럼 특별히 개찰구나 안내요원이 없습니다. 개인이 티켓을 구입하고 개찰기에 넣고 시간을 찍음으로써 개찰을 표시합니다.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지만 검표원이 불시에, 수시로 티켓검사를 합니다. 티켓을 소지하지 않았거나, 티켓이 있어도 개찰을 하지 않았을 경우는 꽤 많은 벌금을 물게 됩니다. 그러니 대중교통 이용 시에 자동 개찰기에서 반드시 개찰을 하셔야 합니다. 티켓 미소지자는 적발될 때마다 50배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버스기준으로 60유로가 넘는 금액입니다.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의 입구와 마주한 광장이 바로 ‘공화국 광장’이란 뜻을 가진 <레푸불리카 광장>입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목욕장을 둘러싼 건물이 철거되고, 그 반원형 자리에 지은 광장인데, 19세기 로마가 통일 이탈리아의 수도가 되면서 대대적인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중심에 분수가 있죠. <나이아디 분수>인데요, 나이아드는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시냇물과 샘물의 요정입니다. 벌거벗은 4명의 요정이 4마리의 동물을 안고 있는 모습인데, 1901년 처음 공개할 때 로마당국은 이 당황스러운 장면들을 널빤지로 가려놓았다고 합니다. 4마리 동물은 각각 바다를 상징하는 해마, 강을 상징하는 물뱀, 호수를 상징하는 백조, 지하수를 상징하는 도마뱀입니다. 분수 가운데는 반인반어의 바다의 신 ‘그라우쿠스’입니다. 광장 주변의 건물은 현재 카페와 영화관, 은행, 여행사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황제의 목욕장 유적의 일부에 지어진 성당입니다. ‘천사와 순교자들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라는 뜻인데요, 목욕장 건축 당시 강제동원 되었다가 죽어간 수많은 그리스도교 순교자들을 위해서, 폐허가 된 목욕장 유적지에, '미켈란젤로'가 설계하여 1561년에 완공하였습니다. 목욕탕 구조를 그대로 이용하여 기존의 성당과는 다른 독특한 멋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그러나 혹자는 '미켈란젤로'가 그리스도교인들을 위해서 목욕탕을 구조를 살린 것이 아니라, 고대 로마 건축가들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가능한 한 목욕탕의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대 로마 목욕탕의 내부를 느낄 수 있는 성당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 성당은 르네상스 양식의 다른 건축물들과 비교해 아름다움은 덜할지 몰라도, 르네상스 예술의 핵심인 ‘조화’를 이루어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성당의 내부에는 18세기부터 20세기의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에서 북쪽으로 3분 정도 걸으면 ‘벤띠 세뗌브레 거리’ 즉 ‘9월 20일 거리’가 있습니다. 여기에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이 있습니다. 성당은 수수하다고 할까요? 대성당들에 비하면 아주 소박한 외관입니다. 그래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인데요,
이곳에는 이탈리아 바로크의 거장 '베르니니'의 <성녀 테레사의 환희>가 있기 때문입니다. <성녀 테레사의 환희>는 성녀 테레사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것입니다. 꿈에서 테레사는 천사에게 금으로 된 불화살을 맞았고, 희열을 느꼈습니다. 1652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베르니니'의 완벽한 대리석 조각법을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역동적이며 사실적인 표현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성녀 테레사'의 뒤틀린 듯한 몸짓과 환희에 찬 표정에서 '베르니니' 특유의 감미로움과 관능미가 눈길을 끄는 작품입니다.
이곳은 아주 작은 성당입니다. 이 작은 곳에 파격적이고 아름다운 성당을 지은 사람은 '보로미니'라는 천재적인 건축가입니다. 17세기 로마에는 두 건축의 천재가 존재했습니다. 바로 로마 유적 어디서나 이름이 언급되는 '베르니니'와 더불어 또 한 명의 천재적인 예술가이자 바로크의 거장, '보로미니'입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시다 보면 이 두 거장의 작품이라고 하는 명소들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성당은 곡선이 아름다운 '보로미니'의 역작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맨발의 삼위일체 수도회’의 의뢰였는데요, 겨우 1000평방미터, 그것도 사각형도 아닌 지형에 교회 건축해야 했습니다. 거기다 회랑을 갖춘 수도원, 도서관, 수도사들을 위한 공간도 함께 지어야 했는데요, '보로미니'는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였습니다.
건물은 전형적인 '십자가' 형태로, 윗부분은 전혀 새로운 형태인 '타원형 돔'으로 설계하였습니다. 이 건축물은 당시의 전통적인 건축기법에 크게 벗어나면서, 빈틈없는 설계에 유례없는 독창성을 가진 건축물로 탄생했습니다. 비교하자면 이 성당 내부 크기는 성베드로 대성당의 기둥 하나보다도 작게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시 로마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로마시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건축물은 '보로미니'의 '산 카를리노 성당'이라는 말을 했다고도 합니다.
좁은 공간에도 충분히 많은 것들을 건축적으로 표현해 낸 '보로미니'의 천재성에 놀라게 되는 성당입니다. 이곳은 대성당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작은 성당이지만, 단순하면서도 절대 소박하지 않은 실내장식들이 돋보입니다. 특히 팔각, 육각, 십자가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성당의 타원형 돔은 '보로미니'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진수입니다. '보로미니'는 착시현상을 이용해, 멀리 있는 문양들을 훨씬 더 작게 설계하였습니다. 이것은 타원형의 돔이 훨씬 크고, 깊게 보이는 효과를 주어 좁은 성당에서 최대한의 공간감을 살리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성당의 곳곳에서 착시현상을 이용한 공간감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당 안은 성당을 감싸는 하얀 벌집 모양의 천장에서 한 가닥 빛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작지만 따스한 느낌을 주는 공간입니다. 마치 성모의 따스한 품에 안긴 것처럼 말입니다.
'퀴리날레 거리'에 인접해 있는 자그마한 성당입니다. <산탄드레아 알 퀴리날레 성당>은 교황에게 천재성을 인정받은 건축가 '베르니니'의 예술혼이 담긴 성당입니다. 이곳은 '바로크의 진주'라고 평가되는 곳인데, 좁은 부지를 최대한 활용해 아름다운 성당을 만들어 냈습니다. 특히 장밋빛 대리석의 실내장식이 특이하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이 성당의 외부는 황금빛 화려한 내부와는 달리 의외로 소박한 편입니다.
'베르니니' 자신도 이 성당을 그의 작품들 중에서 '유일하게 완벽'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베르니니'는 이 성당을 건축하면서 보수를 받지 않고, 오직 신앙심만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성당의 제단을 장식한 그림 <성안드레아의 순교>와 황금색 천사조각들,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조합하는 실내의 모습은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그림과 조각과 건축이 완벽하게 어우러지고, 섬세한 선들과 한눈에 들어오는 화려함이 건축가 '베르니니'의 작품에 담는 세계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베르니니'는 교황 '우르바누스 8세'에게 “그대는 로마를 위해서 태어났고 로마는 그대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칭송받으며 수많은 걸작을 남겼습니다.
중앙제단의 그림인 <성 안드레아의 순교>에서 순교를 맞이하는 '성 안드레아'의 비장한 모습이 있습니다. 성인을 둘러싼 천사들의 조각상은 창문에서 쏟아지는 빛을 통해, '안드레아'를 천상으로 안내하는 것만 같습니다. '성 안드레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으로 '베드로'의 동생입니다. 러시아에 최초로 복음을 전파하였고, X자 형태의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하였습니다.
현재 이탈리아 대통령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이탈리아는 민주 공화국으로 내각책임제로 운영됩니다. 그래서 상징적인 대통령과 실질적인 정치지도자가 따로 있는데요, 이탈리아 내각의 총리는 정부의 수반이며 실질적인 정치 지도자입니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대통령보다 총리를 해외 뉴스나 신문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총리 관저는 ‘콜론나 광장’에 있는 ‘키지 궁’에 머물고 있습니다.
중세 동안 버려졌던 이곳에 교황의 여름궁인 <퀴리날레 궁>이 18세기 중순에 완성되었습니다. 1870년까지는 교황 및 교황청 직원들을 위하여 사용되었고, 1871년 로마가 통일 이탈리아 왕국의 수도가 되면서 왕의 거처가 되었습니다. 1946년 국민투표에 의해 공화국으로 바뀐 다음부터는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퀴리날레 궁에서는 오후 3시에 말을 탄 근위병들의 멋진 교대식을 볼 수 있으니 시간을 맞춰가면 좋습니다.
퀴리날레 궁 앞의 ‘퀴리날레 광장’에는 조각상과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는데, 조각상은 그리스신화에서 최고신인 '제우스'의 쌍둥이 아들입니다. 별자리 중 '쌍둥이자리'를 뜻합니다. 5.5m가 넘는 이 조각상들은 그리스 조각을 모방한 로마시대의 조각인데요, 오벨리스크는 1786년 '아우구스투스'황제의 무덤에서 가지고 온 것입니다.
2006년 동계올림픽이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최되었을 때, 성화가 그리스 '헤라 신전 터'에서 채화되어, 이곳 '퀴리날레 대통령 궁' 앞에서 기념식을 가지고 올림픽 개최지까지 성화 봉송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성화 봉송 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패션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성화봉송 주자로 뛰었다고 하네요. 또한 성화는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을 지나면서 교황 '베네디토 16세'의 축복도 받았습니다.
'퀴리날레 궁'은 1957년 3월 25일 유럽경제공동체, 즉 EEC 발족을 선언한 역사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로마조약’은 'EEC 조약’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EU' 즉, 유럽 연합의 초석이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