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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연 Apr 09. 2024

10. 러닝화 신는 시간

워킹맘의 숨 쉴 시간, 달리기

러닝 클래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흙수저 운동이라는 달리기에서도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할 아이템이 있는데, 그게 바로 러닝화다. 제일 중요한 만큼 러닝화 신는 거나 관리하는 방법도 공부해야 하는데 혼자 달리다 보니 미처 챙기지 못한 점이 있었던 거다.     


러닝 클래스 첫날, 운동장을 한 바퀴 걷고 나서 천천히 러닝을 시작하려는데, 코치님이 운동화를 잘못 신고 있다고, 끈을 꽉 메야한다고 알려주셨다.

“아래쪽부터 촘촘히 운동화 끈을 당겨 주어야 발 일부만 조이지 않아요.”

“아, 귀찮더라도 매번 끈을 풀었다가 묶었다가 해야겠네요?”

“네, 그게 좋아요.”     


그전까지는 매번 끈을 풀었다가 묶는 게 ‘꺽정스러워서’ 신고 벗기 편할 정도로 운동화 끈을 적당히 묶어 놓았다. 귀찮고 번거로운 일을 전라도 사투리로 ‘꺽정시럽다’고 표현하는데, 단순히 귀찮은 것보단 톤다운 된 느낌이다.


사실 한 번이라도 수업을 들었거나 시합을 준비했더라면 당연히 신경 썼을 포인트였을 텐데, 기본을 간과했다. 운동화가 헐렁한 경우 발과 발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말이다. 물론 5~6km 정도 천천히 달릴 때는 운동화 끈을 조금 느슨하게 매어놓아도 큰 문제는 없었다.     




한 달 정도 운동화를 꽉 묶고 달려보니 발이 더 가벼운 느낌이었다. 달리기 전에 운동화 끈을 하나씩 매고 있으면 준비 의식 같기도 하고 마음이 달리러 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홈트를 할 때 제대로 된 운동복을 입으면 덜 흐트러지는 느낌이 드는 것과 비슷하달까.


매번 끈을 매는 습관을 들이는 김에, 끈 묶는 방법도 새로 찾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러닝화 맨 마지막 구멍은 그냥 비워둔 채 달렸는데, 거기에 끈을 넣고 고리를 만들어 발목을 좀 더 탄탄하게 잡아주는 방법이 있었던 거다. 이 방법이라면 긴 거리를 뛸 때 예전보다 부담이 훨씬 덜할 거다.       

 



한 번은 러닝 수업 때 다 같이 달리는데, 코치님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내게 얘기하셨다.

“신발에서 찍찍 소리가 나면 안돼요. 끄는 소리 내지 말고 달리세요.”   


어, 내 신발에서 소리가 난 거였나. 평소에 다리를 너무 높게 들어 콩콩 달리지 않으려고 적당히 낮게 뛰려고 하는데, 달리다가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냈나 보다.     


한강에서 뛸 때 골전도 이어폰을 끼고 나이키런이나 런데이 앱을 틀고 달리는데, 가끔 내 귀에도 그런 찍찍 소리가 들릴 때가 있었다. 자주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직직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나를 산책러들이 쳐다보기도 했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달렸는데 그건 잘못된 거였다. 내 첫 러닝화 쿠션이 생각보다 빨리 닳은 것은 발을 끌었기 때문이기도 했으려나.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기도 하고, n년차 러너라면서 그런 기본적인 것들을 놓쳤다는 게 우습기도 했다. 수업을 안 들었으면 계속 그러고 달렸을까. 그래도 다행히 혼자서 제대로 하는 것도 있었다.     


집에서 러닝 클래스 장소인 공설 운동장까지 버스로 세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다 보니, 러닝화 쿠션을 보호하려고 일반 운동화를 신고 이동하여 스탠드에서 러닝화로 갈아 신었다. 강습 초반에 코치님이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갈아 신는 건 아주 잘하는 거예요. 평소에 신는 일반 운동화랑 구별해서 신는 게 좋습니다.”     


러닝화를 따로 싸가지고 다니는 게 번거롭기는 하지만, 러닝화에 관한 건 가능하면 원칙대로 하려고 한다.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하여 사용하고, 러닝화로써의 수명이 끝난 경우에는 일상화로 신는 거다. 쓰임새를 다해 잘 사용하면 러너로서뿐만 아니라 생활인으로서도 뿌듯하다.   

   

이제 달리기 전 루틴이 늘어났다. 전에는 신발장에서 러닝화를 꺼내 탁 내려놓고 발만 집어넣으면 되었는데, 지금은 꼭 현관에 앉아서 신발끈을 메어야 해서 귀찮긴 하다. 그래도 발가락 쪽부터 끈을 하나하나 조여 가면 발이 탄탄하게 감싸지는 느낌이 좋다.


몸에 밴 오류를 고쳐나가는 스스로를 축하하며 공들여 러닝화를 신기로 했다. 더 가벼운 러닝을 위한 축하의식이라고 생각하면 러닝화 신는 시간이 마냥 꺽정스럽지만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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