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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m Localinsa Nov 20. 2022

서울 역세권 아파트 너머에

신도림역에서 15분 걸어가면 펼쳐지는 삶의 정경


'장소에 저장된 기억의 힘은 거대하다.' 는 키케로의 말이 있습니다. 어떤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기억들의 힘은 엄청납니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의 그 장소들에 대한 기억들이 모여서 하나의 권역이, 공간이 존재하는 거라고도 볼 수도 있습니다. 


신도림역에 인접한 도림천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민
신도림역 인근 도림천 아파트뷰 풍경


신도림이라고 하면 사람들 머릿속엔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요? 자우림 밴드의 '일탈' 이라는 노래에서도 "신도림 역안에서 스트립쇼를"이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노래에서 느껴지는 신도림은 서울에서 가장 북적이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 '신도림역'의 동의어입니다. 한편 현대백화점과 디큐브시티 등 유명 브랜드들이 입지한 쇼핑 구역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신도림역 인근 오피스텔에 살거나 출퇴근을 근처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림천과 문래동 핫플 거리가 가까운 하천 생활권처럼 기억될 수도 있고요.



어쩌면 이렇게 다채로운 기억으로 구성되는 신도림이야말로 ‘서울’이라는 복합적인 기억의 공간을 표현하는 아주 좋은 예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2년 8월 촬영, 신도림동 골목 가게 풍경
신도림동 공업사에서 야근중인 주민의 모습
2022년 8월에 촬영한 신도림동 주민 풍경


신도림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 골목 주민들에게 신도림은 기계장치나 부품들을 납품하는 각종 공업사들과 공단 사람들이 생업을 영위하는 곳입니다. 신도림역 역세권 아파트에서 5분 정도만 들어가면 소규모 공업사, 도소매업체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종일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고, 여기저기서 업력이 느껴지는 노포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도 불이 켜져 있는 이곳의 진짜 주민들입니다.


비오는 날 신도림동 골목 풍경
전주 출신 아주머니가 솜씨를 뽐내는 동네 찐맛집 포차


기계장비가 즐비한 골목 어딘가에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모여드는지 생활스포츠를 즐기는 공간도 숨어 있습니다. 신도림 골목의 명물 로꼬 풋살장입니다. 연습장 옆에 위치한 ‘맥켄치킨’은 풋살 멤버들 단골 치맥집이라고. 사진 찍던 김에 들어가서 칠면조 구이를 먹어 봅니다. 맛도 훌륭하고 서비스도 친절합니다. 이곳에 오래 산 어르신 주민들부터 젊은 풋살러들까지. 세대별로 다양한 손님들이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로컬 장소 답사 중 신도림동 사회적협동조합 본사 가는 길 벽화 앞에서 담긴 청년 창업가들의 밝은 모습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구로 사회적경제 센터가 보입니다. 여기에는 도시재생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본사가 오래도록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점심과 저녁 시간이 되면 협동조합 직원들이 삼삼오오 나와 동네 주민들과 이야기하면서 청국장과 반계탕을 먹으러 나가는 모습이 이곳의 일상입니다. 일 년에 몇 십억 매출을 일구는 협동조합 대표님도 동네 대표 백반집 아주머니께는 밥 많이 팔아주는, 정겨운 한 명의 이웃입니다.


주민끼리 서로 알고 인사하는 신도림동 백반집 상권


신도림하면 떠오르는 디큐브시티나 신도림역 환승센터에서 불과 15여 분 걸어가면 볼 수 있는 지역의 사람들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롯데백화점 사거리 외에도 신도림동의 진짜 상권과 삶의 터전은 그 면적이 훨씬 확장되어 있습니다. 서울 대부분의 역에서 15분만 걸어가도 사뭇 다른 사람 사는 냄새를 볼 수 있습니다. 신도림 뿐 아니라 서울의 수많은 생활권은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기에 도시를 재생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주민들의 추억들이 없어지기 위한 방법 또한 고민되어야 할 것입니다.


신도림동 골목 사람 살아가는 모습들을 기록하는 기업, 로컬인사의 일하는 모습



글, 사진: 곽승훈 (로컬인사 포토그래퍼), 전서은 (로컬인사 대표) / 사진: 곽승훈

로컬인사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아카이빙 기업입니다. (인스타그램 @local.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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