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인 삶을 찾아나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지속될 수 있을까
지방소멸의 원인으로 일자리 감소, 청년 유출, 정주 인구 감소 등을 꼽는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좋은 일자리를 찾아떠나고, 일할 사람이 없어지니 있던 사업도 죽고, 경제도 죽고 그에 맞춰 또 다시 사람이 빠져나간다. 더 나은 일자리, 더 괜찮은 정주 환경을 찾아 대도시로 떠난다.
도시로 온 청년들의 삶도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것 같다.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왔지만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 속 취업난만 더해져간다. 더 괜찮은 정주 환경을 찾아왔지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는 없고, 취업에 성공해도 앞선 사람들과 격차는 더 벌어진다. 과도한 생존 경생 속 자립하지 못한 2-30대들은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속에 도시에서의 삶을 살아간다. 점점 높아지는 실업률과 취업난은 도시에서도 일을 찾고 삶을 찾기에 한계에 달한 청년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에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 떠난 청년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공간을 꾸리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외부에 있는 청년들에게 쉼을 주고, 지역에서의 삶을 나누며 지역에서의 가능성을 비춘다. 도시에서의 소모되는 삶이 아닌 함께 연대하고 사람과 자연과 교감하는 삶을 추구한다. 경쟁 사회에서 다른 경로로 나아가는 이들의 작은 움직임은 또 다른 행복을 갖고 살아가는 삶이 될 수 있을까 ?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이하 청년마을)은 이러한 청년들에게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이 꾸리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청년마을은 마을만들기 사업, 마을기업 사업 등 마을의 자생 환경 구축을 지원하던 행정안전부의 사업으로 2018년 ~ 2020년동안 시범적으로 운영한 마을 조성 지원사업에서 확장하여 2021년 ~ 2023년까지 매년 12곳의 마을을 뽑아 매년 2억원씩, 최대 3년을 지원하고자 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청년마을은 청년이 지역에서 새로운 삶의 형태를 고안하고 이를 통해 지역과 소통하며 지속적인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취업난 및 도시에서의 삶의 질 하락, 인간 소외 등 청년에게 일어나는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안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년마을의 청년들은 지역의 뒤쳐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지역만의 고유한 일거리와 놀거리, 관계망을 직접 구축해가며 지역을, 자신의 일거리와 삶을 영위해나간다.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삶의 방식과 방향성을 보여주고 전국의 청년들에게 전파하는 모습이 곧 지역과 청년을 잇고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지역과 상생하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청년들의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마을의 청년 단체, 청년들의 삶은 지속될 수 있을까?
스스로 일자리를 구축하며, 평안한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을까? 대안적 삶이 현실이 되고 있을까? 분명 이들의 삶이 지속되고 행복한 삶과 자립을 이루어낸다면, 그리고 그 지속가능한 삶의 선례들이 정부의 지원 정책을 통해 기반을 잡을 수 있었던 성공 사례로 남게 된다면, 동일한 방향성으로 더욱더 다양한 정책으로서의 확장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는 기대 속에 이번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톺아보고자 한다.
청년마을의 성과와 활동을 보기 앞서 사업의 형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청년마을은 사업 대상, 사업 내용, 사업의 성과까지 자유도가 굉장히 높다. 추진 방향에서는 조차 청년들에게 사업 추진의 자율권과 주도권을 최대한 보존한다고 작성되어있으며, 그 안에서 지역과 상생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을 유도한다. 단순히 말해 젊은이가 지역에서 새로운 것을 지역에서 함께 하겠다면 큰 제약없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공모자격에서도 청년 단체 및 기업으로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꼭 기업이 아니거나 단체나 협동조합의 형태도 포함한다. 이는 기업으로 묶인 청년 단위가 아닌 지역에 살아가는 다양한 형태의 기업, 사업자, 일반 청년 등이 임의 단체를 통해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지방소멸이라는 문제에 앞에서 우리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로서 한정 짓는 경우가 파다하지만, 그로 인해 일어나는 제약과 한계도 분명하기에 이런 다양한 형태의 조직을 대상으로 삼는 것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선정된 마을 중에는 주식회사나 법인 형태가 아닌 지역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 조합 형태로 지원한 경우를 보아 형태의 자율성이 지역에서 작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청년 단체가 그 지역 기반의 단체가 아니어도 무방하다. 그 지역의 연고나 원래 주민이 아닐지라도 새롭게 사업을 기획하고 시도할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 이는 기존의 행정구역 단위로 대상을 정하는 것과 차이를 보이며 이는 지역에 새로운 창조성과 전문성을 가진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한다. 기존에 지역에 있는 사람들로서 한다면 새로운 것을 추동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외부 청년이 이 곳에와 이 안에서 새로운 바람과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프로그램 참여자 또한 전국 청년이라고 산정짓는 것을 통해 지역 내부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인구를 유입하고 관계맺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활성화를 지역민에게 한정짓고 수혜가 가게끔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청년들을 유입하고 그 청년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청년마을은 단순히 청년이 공간적으로만 유입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해당 지자체 및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유도”를 명시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의 논의 과정 및 협력이 심사에 중요한 가산점으로 작동한다. 청년이 귀농, 귀촌을 할 때 어려워하는 요인 중 하나가 지역민과의 융화, 적응이다. 청년들이 지역에 들어와 새로운 사업과 활동을 전개할 때, 지역사회와의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상생하는 구조 형성이 지역 활성화 및 청년 유입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청년마을은 애초에 이러한 협력 구조가 형성되어야 함을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는 것이다. 청년들끼리 들어와서 알아서 끼리끼리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어울리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지역에 정착하여 같이 상생해야한다.
이를 통해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중점적인 주체로 바라보며, 돌파구를 시행할 수 있는 자원을 지원하여,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에서의 무궁한 도전을 응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사업은 현재 2018년~2020년 총 3곳, 2021~2023년 각 12곳으로 총 39곳의 청년마을로 지정되었다. 현재 2023년을 기점으로 종료, 이후 사업 추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기존에 2025년까지 지원 예정이었으나, 2년정도 이르게 지원이 종료된 듯하다. 청년마을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종류는 다양하다.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문화예술프로그램, 퍼머컬쳐, 농산물 연계 상품 제작 등 그 지역의 특색에 따라 지역의 형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운영 형태 또한 주식회사부터 일반 단체, 비영리 기업, 사회적 기업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을 통해 청년마을 사업의 의도대로 사업은 흘러갔음을 기대할 수 있다.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진행된 프로그램들과 청년마을에 대한 정보는 행안부에서 관리하는 사이트 ‘로컬라이프클럽(이하 로라클)’을 통해 전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성과공유회를 진행하다 지난 가을, 서울에서 2023 청년마을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청년마을을 서울에 알리는 시간을 갖는 등 청년마을 활동을 홍보하고 알리기 위한 활동을 지원했다.
청년마을은 이 사업을 통해 어떻게 삶과 일자리를 꾸려나가고 있을까 ? 그들이 제약에서 벗어나 했던 활동들이 그들에게 그리고 외부인에게 어떻게 다가왔는가를 아는 것은 청년에게도 외부인에게도 큰 영감을 주지 않을까 ? 이 사업을 통해 형성된 청년마을들이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이 사업을 추진하고 진행해왔는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어지는 시리즈를 통해 이들의 삶과 프로그램 전개 방식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다만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사실 다양한 지원사업 중의 하나의 사업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들이 진행하는 경우도 대다수이며 대부분의 기업은 이 청년마을 사업 하나만으로 지속하지도 않았고, 지속되기도 어려운 형태이기 때문이다. 지역 청년들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여러 사업 중 하나로 여길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청년마을이라는 청년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마을이라는 그 프레임이 분명 외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키워드이자 그들에게도 결속력을 갖게 하고 조금은 자신들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도가 되었으리라 생각하며, 조금은 제약을 벗어난 사업의 형태가 그들에게 기존의 사업에서 진행하지 못했던 분야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Editor 류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