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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뷰티 Oct 10. 2023

3.뭐 때문에 싸우냐고?

부부의 세계, 그들만이 안다.

결혼하면 우리는 당장 좋은 것만 생각한다.

실제로 부딪힐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연애는 말 그대로 둘이 좋아 죽다가도 각자 집으로 향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적당한 거리가 있다.

결혼은 다르다.

좋을 때도, 꼴보기 싫을 때도 거실과 주방을 어슬렁 거리는 남편이 보인다.

눈에라도 안 보여야 마음이 풀리고 나아지는데 뭐 이건 계속 어른거리니까 더 꼴보기 싫어진다.


그게 뭐 대수라고?

대수다. 아주 큰 대수다.

예전에 그런 말이 있었다. '경험해보지 않고 함부로 판단하지마라'

그때는 그저 '그렇지'하고 넘겼다면 지금은 이 말 한 구절구절에 몰입되고 이 말을 처음 뱉은 분께 가서 현자라고 인사라도 드리고 싶다.


그렇다. 결혼은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가 없다.



 1.부부의 세계, 그들만이 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20년에 방영된 부부의 세계.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보고 공감하려면 '결혼을 해봐야 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의 남자 주인공인 이태오처럼 불륜을 한 행동이 결코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순수하게 제목의 의미만 떼서 본다면 작가가 제목을 기깔나게 잘 뽑았다.


'부부의 세계'

부부의 되어봐야 '진정한 부부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결혼하지 않은자, 감히 부부의 세계에 대해 언급하지마라!


다행히 결혼하고도 너무 잘 맞아 '역시 우리는 환상의 짝꿍'이야를 외치며 행복하게 보내는 사람들이여, 축하한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커플의 경우, 연애와 다른 또다른 결혼이라는 세상에 놀라고 그 뻔한 생활습관과 자존심 싸움, 말투로 부딪히고 다투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 대다수 커플 중 하나다. 그 뻔하디 뻔한 일로 격하게 다투고 이혼까지 고민할 정도로 결혼생활에 회의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 


2.뭐 때문에 싸우냐고? 


결혼 전 남편이 먼저 전세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곧이어 결혼 일주전 내가 따라 들어갔다.

이미 남편이 들어간 집에 내가 곧이어 들어가니 기분이 이상했다.


오랫동안 혼자 살았던 경험이 많았던지라 나 역시 나만의 삶의 패턴이 있고 나만의 루틴이 정해져 있었다.

남편은 나보다 신혼집에서 1년이나 먼저 살았는데 그러다보니 그 집은 '신혼집' 느낌이라기 보다 '남편의 집'에 내가 꼽사리로 끼어 들어간 기분이었다. 


20대 시절 열심히 모았던 예금을 둘 다 차곡차곡 모아 형성한 결혼자금이었지만 이미 1년 넘게 그 집에서 남편이 살고 있었기에 그 집은 <남편만의 Rule>이 형성된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결혼하고 나서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자 서로 다른 생활 방식은 여실 없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남편은 남편만의 생활 방식이 있었고 어떤 특정한 룰을 어기면 마치 내가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된 마냥 나를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해댔다.


일찌감치 밖에 나와 살아 잔소리를 듣지 않고 컸던 나로서는 살면서 이렇게 많은 잔소리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어린시절 엄마가 몇 번 잔소리를 했지만 집안 분위기 상 잔소리를 잘 안하는 가족과 함께 살다보니 '어머! 이런 경험은 처음이야'를 외치듯 당혹스럽기 그지 없었다.


처음에는 좋게 생각했다. 나보다 좀 더 깔끔하고 정리정돈도 잘 하는 남편과 살다 보니 '나도 이번 기회에 조금 더 깔끔하게 정리정돈을 더 많이 하고 살면 좋지' 하는 마음이 우러났다. 

그렇지만 문제는 정리정돈이 아니었다. 삶의 패턴 전체적으로 남편만의 어떤 특정한 룰이 있었고 그 룰은 때로는 이해하기 힘들 때도 많았다.  이미 형성된 어떤 삶의 방식을 강요받고 그걸 따르지 않으면 반복되는 잔소리와 비난! 그게 점차 숨통을 죄어왔다.


나 : 아니, 본 신문을 신발장 위에 모아났다가 한꺼번에 재활용하는게 왜 문제인데?

남편 : 난 물건을 위에 보이는 곳에 놓는게 싫어! 놓지마!


신발장 위에 쌓아났다가 한꺼번에 재활용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그걸 싫어했다. 

깔끔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니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런 단순한 문제로 부딪혔다. 점차 이런 것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남편 : 아니 퇴근하고 왜 거실 커튼은 안 쳤어? 밖에서 우리 집이 다 보이면 어떡해!

나 : 집 층수도 높고 옷도 다 입고 있어서 안 쳤는데 그게 그렇게 문제야?


남편은 아침에는 커튼을 치고, 퇴근하면 무조건 커튼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밤에도 야경을 보고 싶은데 남편만의 규칙이 있다보니 그걸 몇 번은 따라줬다. 

그렇지만 까먹고 커튼을 안 치는 날이면 사람을 쥐잡듯이 뭐라고 하니까 나도 금세 빡침이 올라왔다.


'아니 뭔 놈의 이 집은 다 자기만의 룰이 있대'


문제는 이런 룰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어떤 물건은 어디에 둬야하고, 책상 위에 올려둔 책은 몇 권이상 올리면 안되고, 아침에 책을 읽을 때 거실은 밝으니 거실 불은 켜지말라 (새벽에 일어나는 나로서는 어둡다고 생각한다) 등 자잘한 자신만의 규칙에서 어긋나면 '잔소리 귀신'처럼 나를 따라다니며 한 소리를 해댔다.


여기서 남편 욕을 살짝 더 보태서 하자면 문제는 내가 무언가를 요구하면 그건 또 썡깐다는 것이다.


나 : 화장실 변기통에 왜 자꾸 쓰레기를 버려? 그럼 물을 내리든가. 앉아서 사용하는 사람 신경은 안 써?

남편 : 아니 물 값 아까운데 굳이 물을 내려야해? 그냥 쓰면 되지 왜 그래!


나 : 화장실 서랍장 열었으면 좀 꽉 닫아둬. 그거 지나가다가 사람 부딪치면 어떡하려고?!

남편 : 어차피 나중에 이사가면 화장실에 서랍장 없는 집으로 갈거야. 


본인의 규칙은 강요하면서 내가 뭘 부탁하면 내로남불의 태도로 보이거나 한다고 했다가 본인도 까먹으면서 내가 좀 안하면 따라가면서 잔소리하는 잔소리 귀신이 붙어 있으니 환장하고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연애 때는 집에서 잔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 힘들었다고 하더니 이제는 본인이 그걸 나에게 그대로 이어 하고 있었다. 다른 생활패턴과 본인의 규칙을 강요하는 모습에 점차 지쳐만 갔다. 


문제는 이게 그 시작이었다.

앞으로 펼쳐지는 환장의 버라이어티한 다툼 스토리에 같이 뒷목 잡을 준비하라!

진정한 부부의 세계가 무엇인지 보여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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