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10년 차 분노로 시작한 재린이의 경제적 자유 달성일지
이렇게 사는 게 맞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모두 나를 힘들게 했다. 주변에서 내가 살이 급속도로 빠지니 염려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당시 우리 부서 사람들은 남들이 보기에도 어마어마했나 보다. 타 부서 사람들이 나를 걱정해 주는 꼴이라니. 그 당시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는 점점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몰래 울기도 하고, 퇴근 후 집에 와서 펑펑 오열한 적도 많았다.
그날의 나를 보면 마음이 안쓰럽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때 죽지 않고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어둠의 나날을 보내던 중, 결국 일이 터졌다.
내 몸이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당시 휴가를 쓰는 걸 싫어했던 팀장님 밑에서 일을 하다 보니
꾹 참고 1년간 휴가를 거의 쓰지 않았었다. 사실 눈치가 보여서 쓰지 못했다고 말한 게 맞다.
그렇게 힘든 업무와 지치게하는 인간관계 압박에서 버텨나가다 나는 갑자기 몸이 심하게 아팠다. 슬픈 건 그날도 출근을 했고 버티다 버티다 못해 죽을 것 같아서 병원에 가기 위해 휴가를 썼다.
몸이 너무 아파 집에 오자마자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기절했다. 기절한 나를 보고 부모님은 연락이 되지 않자
기겁하셨다.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약을 먹고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아픈 적은 처음이었다.
다행히 곧바로 주말이 붙어 있어서 약을 먹고 하루종일 침대에서 푹 쉴 수 있었다.
그러다 저번에 사두고 읽지 않았던 책을 꺼냈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책 양도 많고 재테크 책과는 담쌓고 지냈던 나였지만 예전에 유명하다고 사두고 읽지 않다가 볼 게 없어서 아무 생각 없이 펼쳐본 책이었다.
그 책을 읽고 나는 머리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 책의 핵심은 월급쟁이만으로는 부자가 되지 못하며, 그렇게 온전히 직장에만 충성했던
가난한 아빠의 삶과 부자 아빠의 삶을 여실 없이 보여줬다.
그때 나는 1차적으로 재테크에 눈을 뜬 것 같다. 그렇지만 거기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 이후로 시간이 지나 부서 이동이 이뤄지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면서 살만해지니까 재테크는 또 잊고 지내게 된 것이다. 이게 마음이 편하면 몸도 편해지지만, 대신 인생을 바꾸겠다는 간절한 염원도 사라진다.
재테크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고, 그저 책 몇 권 보는 수준으로 넘어가며 오히려 취미 활동인 운동이나 영어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저렇게 일 안 하는 사람이 강남에 집이 있다고?
그렇게 평온한 삶을 살다가 알다시피 주기적인 인사이동 때 나는 또 일 복 많은 부서로 가게 됐다.
그나마 사람들이 좋아서 다행이었지만, 계속 일 복 많은 부서로 가니 영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직장경력이 쌓여가면서 여러 생각이 들 때였다.
알다시피 어느 직장에서든 일 안 하는 사람들은 있다. 블랙리스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도 있었다. 그분은 정말 일을 안 한다고 소문났었다.
심지어 내가 어제 분명 자료를 보내줬는데도 잊고, 다시 보내달라고 하는 분이었다.
"어제 자료 보내드렸는데"라고 얘기하면 "아 그렇구나" 하시는, 이메일 자체를 안 보는지 그것마저 의심스러운
그런 분이었다. 뭐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분은 워낙 유명해서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역시나 일을 안 하시는구나'를 느끼게끔 하는 분이셨다.
회사 동료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하는 어느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부동산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부동산 가격이 급하게 치솟는 때라서 점점 서울의 부동산은 우리에게 넘사벽이 된 느낌이었다.
그러다 그분이 강남에 집을 가진 걸 알게 됐다.
너무 놀래서 나도 모르게 되묻게 되었다. 증여받은 건 아니었다. 어떻게 그 집에 들어가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 말에 난 여간 충격을 받은 게 아니었다.
열심히 회사에서 많은 일을 묵묵히 하는 나도 집 하나 없고 전셋집에 살고 있는데
일 하나도 안 하는 그런 사람도 강남에 산단다. 심지어 나는 서울은커녕 경기도 내 집마련도 점점 요연해지고 있다 보니 헤비급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분이 회사 밖에서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노력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런 노력을 간과한 말이 아니다. 그냥 내가 그 모든 히스토리를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 뭔가 억울했다. 그분께 어떤 원망이 있다기보다 그저 이 상황에 대한 모든 원망은 열심히 살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지금의 내 재무상황, 처지 때문이었다.
회사는 우리를 책임지지 않는다.
직장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나는 여전히 집도 없었다.
그냥 이대로 이렇게 흘러가는 대로 계속 산다면 그냥 나는 '회사일만 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회사일만 한 사람이 되면 내 삶이 달라질까?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어떤 삶을 살 수 있을지 선택지를 그려보았다.
1. 임원이 된다.
우선 이건 불가능하다. 선배들을 보면 되지 딱 알 수 있지 않은가? 내가 올라갈 수 있는 위치는 명확하다.
임원이 되고 싶지도 않다. 임원이 되면 더 많은 스트레스에 쌓이게 된다.
임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주말 출근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더 복잡한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되기도 힘들고, 되고 싶지도 않고 되더라도 행복할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탈락!
2. 그냥 이렇게 똑같이 산다.
지금처럼 똑같이 살면 어떻게 될까?
급여 인상은 요연하고, 급여를 인상하더라도 물가는 더 빠르게 오른다.
식료품 값은 볼 때마다 비싸지고, 외식 물가는 이제 너무 올라서 외식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심지어 병원비를 내고 나면 남는 돈도 많지 않다.
병원 실비도 매년 엄청난 가격으로 인상되고, 전기료 도시가스비 등 안 오르는 게 없다.
이런 세상에서 내가 언젠가 은퇴했을 때 "전 회사일만 해서 재테크는 몰라요. 모아둔 돈도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회사일을 열심히 했으니 절 책임져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회사가 "그래, 넌 야근도 많이 했고 고생도 많았으니 넌 퇴사할 때 특별히 돈을 더 줄게." 이러는가?
지금 받는 월급만 봐도 답은 나왔다.
회사에 목숨을 걸어 임원이 되는 것도, 반대로 지금과 똑같은 삶을 사는 것도 모두 어리석은 행동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답을 알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는 나이가 들 것이고, 언젠가는 은퇴를 할 것이다.
그 은퇴가 명예퇴직이든 정년퇴직이든, 그 차이만 있을 뿐이지 우리 모두는 회사를 나온다.
회사를 나오는 것은 동일하나 누군가는 이제 돈을 많이 벌어놔서 좀 빨리 퇴직하고 인생을 즐기겠다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정년 2~3년을 앞두고 회사를 나와서 무얼 할지, 노후준비 등을 급급하게 고민 중이다.
내 주변의 팀장, 차장, 부장들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애써 외면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퇴근하고 피곤하니 그 모든 문제를 뒤로 미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