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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뷰티 Oct 23. 2024

저 같은 벼락거지도 내 집마련 할 수 있을까요?

직장 10년 차 분노로 시작한 재린이의 경제적 자유 달성일지 #18

가만히 있다가 뒤통수 맞은 벼락거지들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많은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겪었다.

당시 내 직장에서도 전기세를 아낀다고 빨리 불 끄고 가라며 칼퇴를 종용했다.

주변 기업에서는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고, 코로나에 걸린 옆 부서 동료들의 이야기까지

들리자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그렇게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전쟁에 들어섰다.


여행업, 항공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자기계발휴직이라는 명목하의 무급휴직들이 자행됐다.

주식은 끝없이 하향했으며 과연 경제활동을 떠나 큰 문제없이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모든 위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정상화되었고, 각 국가들은 어떻게든 자국민을 지키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한 돈 풀기를 시행했다. 통화량은 항상 풀려왔지만 끝없이 풀려온 통화량에 걸맞게 물가는 약 30% 이상 올랐고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 모든 자산들은 그 이상 끝없이 올랐다.


코로나 무렵 나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결혼을 미루는 커플들도 많았지만 결국 어떻게든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코로나가 지나고 나자 무한대로 풀린 통화량으로 인해 내 급여의 가치는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에 비해 집값은 고고행진을 달리고 있었고 그렇게 자산을 아무것도 보유하지 않았던 우리는 벼락거지가 되었다.

당시 이렇게 벼락거지가 된 사람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부동산, 주식, 금, 비트코인 등 소위 말하는 자산이라는 것을 보유하지 않은 모든 이들이 벼락거지가 되었다.

집이 없었던 사람은 전세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고 그 체감을 남들보다 조금 더 느꼈을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뒤통수를 맞는다는 것이 어떤지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맞은 뒤통수의 얼얼함이 지금도 쉽게 가시지 않는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만!


내 주변에서도 이런 말들이 오고 갔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만 이렇게 벼락거지가 된 거죠?"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내가 살 집 하나도 없는 거죠?"

"열심히 살았는데 내 노후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 왔죠?"


나를 포함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모두 참 열심히 산다.

가끔 직장에서도 '왜 저런 사람이 우리 회사에 다닐까?'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전 직장에서도 그랬다. 어딜 가든 한국인만큼 열심히 살고 노력하는 민족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심지어 한국인들은 어떤 일들이 잘못되면 자기 책임으로 종종 돌린다.

"내가 그때 그걸 샀어야는데."

"내가 그때 좀 더 열심히 무언가를 했어야 하는데."

나도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다 보니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러우면서도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다만 코로나를 겪으며 벼락거지가 되었던 이들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급격하게 오른 집값과 자산격차를 느끼면서 그들은 변모하기 시작했다.
'아... 이제 내가 열심히 살아도 답이 없구나.'는 일종의 시니컬함과 비관주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 역시 결혼 후에 집이 있고, 없고에 따라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내가 집이 없으니까 세상에 집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웠고, 나는 지금 돈도 얼마 없는데 저 비싼 집을 언제 사나

싶어 갑갑한 마음이 앞섰다. 때로는 소위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마음도 들기도 했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만...!"의 말에서 뒤에 '...' 이 가지는 의미를 누구보다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때의 그 감정을 돌이켜보면 지금도 씁쓸함이 온몸을 감싸아온다. 


저 같은 벼락거지도 내 집마련 할 수 있을까요?


불행 중 다행은 나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편이다. 우울한 일을 겪었을 때 바닥을 한 번 치고 나면

서서히 올라와 다시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진다. 혼자 울기도 하고, 저 방구석 깊은 곳에 숨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우울함을 가져보기도 하다가도 어느 순간 현실을 즉시하고 부딪혀 보려고 하는 점이 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우선 나의 현 상황을 인정했다.


1. 나는 열심히 살았다. 돈도 열심히 절약하고 저축했다.

2. 하지만 최근 집값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를 구매할 정도로 돈을 모으지는 못했다.

3. 경제위기를 거치며 통화량이 풀렸고, 내 돈의 가치는 떨어졌다. 그렇게 나는 벼락거지가 됐다.


다음 질문을 던질 차례다.

"나 같은 벼락거지도 내 집마련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부터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시나리오 1> 나는 벼락거지가 됐다. 빡쳐서 그다음부터는 그냥 다 쓰고 살았다.
                   내 집 마련은 요원해졌다.
<시나리오 2> 나는 벼락거지가 됐다. 그럼에도 언젠가 기회는 올 것이다.
                   나는 반드시 내 집마련을 할 것이다.


나는 <시나리오 2>를 선택했다. 이제는 그 방법을 탐색할 시간이다. 

사실 한 번도 집을 구매해 본 적이 없다. 전월세에는 살았지만 계약 당시에는 부모님이 따라가 함께 도와주셨다.

나는 도장만 찍어서 어떻게 했는지 그 어떤 기억도 남아있지 않다.


집을 갖겠다고 결심한 이후로 나는 부동산 책을 읽기 시작했고, 경제 유튜브를 청취했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그냥 틀어놓았고, 부동산 책은 이해하기 쉽고 재밌는 내용 위주로 읽어 보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막막했는데 그래도 아주 약간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났고, 나는 3년 뒤에 소소한 내 집마련에 성공했다. 

어마무시하게 비싼 집은 아니지만 남편과 나 모두 출퇴근이 가능하고, 신축의 커뮤니티까지 겸비한 아파트였다.

내 집마련이 가져다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컸고, 전세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됐다.

 

그때 만약 <시나리오 2>를 선택하지 않고 <시나리오 1>을 선택했다면?

지금도 나는 누군가를 욕하고, 현 세태를 비난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선택에 따라 벼락거지였던 나도 드디어 집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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