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10년 차 분노로 시작한 재린이의 경제적 자유 달성일지 #17
학창 시절 나보다 성적이 낮았던 친구가 부자가 됐다면?
보통 서울에 중상위권 이상 대학에 진학한 사람들이라면 학창 시절 공부는 좀 한 편일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암기력이 남들보다 뛰어난 편이라 중학교 때 공부는 좀 했었다.
그러다 보니 나름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사실 그런 학교에 진학하다 보면 다들 수준이 비슷비슷하다.
성적 받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걔 중 공부를 진짜 잘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업치락 뒤치락하며
비슷비슷한 수준의 대학에 진학한다. 물론 그 와중에도 서열은 나뉜다.
누구는 서울의 어떤 대학을 갔다더라.
그에 비해 누구는 지방의 어떤 대학을 갔다더라.
그러나 이러한 이슈 역시 대학 진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잊혀진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획일화된 삶에서 약간은 벗어난다.
고등학교 때는 모두 수능을 보고 달려온다. 이과, 문과. 이 정도만이 우리를 구별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대학에 진학한 후 우리의 진로는 각각 달라졌다.
누군가는 기업에, 누군가는 공무원이, 누군가는 전문직이 됐다.
서로 다른 진로를 향해 걸어갔지만 내가 잘 모르는 분야가 점차 많아졌고, 나 역시 먹고 산다고
친구들의 삶에 일일이 관심 갖지는 못했다.
그저 마음 깊은 속에서 각자의 길에 대한 존중과 잘되길 바라는 마음만 가질 뿐이었다.
졸업 후 10년이 지나면 어느 순간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받게 된다.
청첩장 모임이나 동창 모임에 나가게 되면 '누구는 어디에 산다더라',
'누구는 재테크로 어떻게 돈을 벌었더라'는 말들이 들리게 된다.
가끔 '우리가 벌써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구나.' 싶어 놀라면서도 슬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 와중에 학창 시절 공부와 거리가 멀었거나, 그래도 나와 성적 차이가 제법 났던 친구가 부자가 되어버리면 축하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 켠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나보다 성적도 낮았고, 대학도 그 정도로 좋은 대학에 간 게 아닌 것 같은데
재테크를 잘해 부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순간 가졌던 그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어쩌면 나는 그동안 약간의 우월의식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 더 공부를 잘했다, 내가 더 좋은 대학을 갔다는 그런 우월의식.
사실 다 비슷비슷한 수준이었을 텐데도 그 와중에도 서열을 매겨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을
가졌으리라 자백한다. 부끄럽지만 그게 사실일지도 모른다.
친구의 잘됨에 축하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도 잘됐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당시 집값이 고고횡진하고 있어 가만히 있어도
이미 나는 벼락거지가 됐을 때였다. 내가 잘되어 있었더라면 조금 더 친구의 성공을 마음 깊이
축하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 당시 나는 그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때 내게는 집이 있고, 없고에 따라 이렇게 자산 격차가 벌어질 수 있구나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제정신이 아닐 때였다. 당장 올려줘야 하는 전세금 상승에 벌벌 떨 때였다.
축하도 내가 잘되어 있어야 더 진실된 축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내 처지와 비교되어 갑갑한 마음이 들뿐이었다.
부자는 성적순이 아니다.
이런 얘기를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주로 부모님 동창회나 4050대 동창회 스토리에 주로 등장한다.
동창회 모임을 해서 만났는데 보통 잘 사는 사람들은 이런 종류였다더라.
학창 시절 공부를 진짜 잘해, 의사나 변호사로 전문직으로 살고 있는 이런 사람들.
반대로 학창 시절 사고를 엄청 많이 쳤는데 지금은 사업을 해서 고급 차를 끌고 와 밥값을 계산하고
멋지게 간다는 이런 종류의 사람들. 애매하게 공부 잘하고 애매하게 살았던 사람은 그저 그렇게 비슷하게 살아간다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이런 대다수의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별로라는 발언은 절대 아니다.)
학창 시절 공부는 성적순이었지만 사회에 나와 부자가 되는 것은 성적순이 아니다.
20대에 부자가 된 코인부자, 30대에 아파트 투자로 부자가 된 동료, 40대에 주식으로 파이어족에 성공한 친구의 지인 등. 이들이 우리보다 학창 시절 공부를 더 잘하거나 우수했다는 보장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얼마나 자본주의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자산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투자를 했는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 모두 알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우리는 계속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이야 20대, 30대여서 큰 차이를 못 느낄지 모르겠지만 40대, 50대, 심지어 6070대만 되면
돈과 현실의 잔인함을 온몸으로 느껴야 할 것이다.
돌고 돌아 우리는 만날 것이다.
절약과 투자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대부분 이런 말을 한다.
"이 월급으로 어떻게 하겠어요. "(월급 핑계론자)
"서울 아파트가 얼마인지 알아요? 이번 생은 말했어요."(이망생 논리 주의자)
"주식, 비트코인? 그거 그때만 통했던 거 아냐. 나 때는 이미 늦었어. 그때 할걸!"(그때 할걸 론자)
월급이 작아서, 미리 사지 못해서, 이번 생은 어찌 됐든 망해버렸다는 논리를 펼친다.
만약 그렇게 생각해서 내가 버는 돈을 족족 다 소비하고, 여행 다니고, 노후 준비도 포기했다면
사실 내 글을 열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약간은 내 노후가 염려되는 마음>, <약간은 내가 10억을 언젠가 달성할 수 있을까>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재테크 글을 읽고 있다.
나도 삶을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살다 보면 생각보다 다 길이 있다.
월급이 적으면 이직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때 못 샀으면, 지금 사는 것도 방법이다.
왜냐면 지금의 늦었을 것만 같은 시기는 미래의 <샀어야 할 그때>가 될 것이기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처음에 재테크에 관심을 갖다가도 주식 시장이 하락장으로 바뀌거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더 이상 재테크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내 집을 하나 마련하면 아예 재테크의 길에서 떠나간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실제로 부자가 됐던 많은 사람들을 살펴보면 2가지 원칙을 지켰다.
1. 절대로 잃지 않는다.
2. 시장을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원칙을 지키고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시장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해오며, 시장을
벗어나지 않았던 사람들은 10에 9 이상은 부자가 되었다.
내 동창 중에서도, 회사 동료 중에서도 이미 나보다 부자이거나 앞서간 사람들이 많다.
부모님께 상속을 받은 이들을 제외하고도 나보다 먼저 자본주의 시장에 눈을 떠 가치 있는 자산을
산 사람들이라면 아무 자산 없었던 나보다 앞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10억 도전기>를 목표로 절약을 하고, 재테크 공부를 하면서 확실시하는 것 중 하나는
우리 모두 돌고 돌아 만난다는 사실이다.
대학은 성적순이라 1등부터 100등까지 줄지어 들어갔다.
그러나 부자는 1등 부자도 부자, 100등 부자도 부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