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10년 차 분노로 시작한 재린이의 경제적 자유 달성일지 #16
가만히 있다가 벼락거지 된 썰
때는 바야흐로 2020년 부근이었다. 나도, 남편도 열심히 절약을 해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솔로일 때 반드시 집을 사야 한다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관심이 없었다.
회사-집-회사-집의 쳇바퀴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나마 남은 주말에는
둘이 연애한다고 신나게 데이트한다고 정신없었다.
나의 20대 중후반은 회사가 내 인생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는
연애와 결혼이 내 인생 주요 관심사였다. 물론 회사를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에 꾸준히 절약도 하며
저축도 해왔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남편도 별 반 다르지 않았다. 남편은 그나마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을 한 덕분에
조금 더 안락하게 돈을 모을 수 있었다. 부모님께 소정의 생활비를 지급하긴 했지만
월세보다는 훨씬 적은 돈을 지급했기에 돈을 모으기 좋은 환경이었다.
그렇게 절약 성향을 가진 두 부부가 만나 이제 결혼했으니 더 열심히 절약하고 저축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자산을 합쳤다. 문제는 우리가 결혼했던 시쯤 부동산은 고고횡진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기존에는 부동산이 떨어지든, 올라가든 그러려니 했다.
나의 경우, 아파트에 살 일이 없었고 오피스텔 거주에 전전했기에 솔직히 노관심이었다.
남편도 크게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결혼을 하면 다르다. 이제 둘이 같이 살아야 할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데
그때 세상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 돈으로 이 정도 집 밖에 못 사는 것이었나!'부터 '뭔 놈의 집이 이렇게 비싸나.'라는 현실 부정까지
다양한 경험을 느낄 수 있다.
전셋값 인상에 벌벌 떠는 우리
여차여차 저렴하지만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집은 샷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고 방충망도 모두 설치되지 않아 각 종 벌레들이 자꾸만 들어왔다.
다행히 나는 이런 것에 조금 무딘 편이라서 그럴려니 하고 지내왔다.
이와 반대로 남편은 모기에 잘 뜯기는 체질이라서 그런지 여름만 되면 모기와의 대전쟁을 선포했다.
모기를 잡으러 다닌다고 전자모기채를 휘둘렀고, 여름마다 모기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나는야
또 여름이 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앞 전 화에서 언급했듯 우리 집의 위치를 가지고 태클을 걸거나, 우리의 삶의 형편을 판단하는 이들로
인해 약간의 짜증이 치밀어 올랐을 뿐. 회사와 멀지도 않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그저 그렇게 잘 지내왔다.
문제는 전세 만료 기간이 지나고의 일이었다.
당시 임대차 2 법으로 인해 전세가는 최대 5%만 올리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문제는 우리 집 전셋집이 근처 전셋집 보다 시세가 상당히 저렴했고, 시세는 급격하게 올라와 있었다는 것이다.
혹시나 집주인 분이 들어와서 산다고 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원칙적으로는 5%만 올려야 하는 것이지만 집주인 분도 <시세>를 강조하며 조금 더 올리길 원한다고 말했다.
우리도 강하게 나갔어야 하는데 혹시나 들어와서 산다고 할까 봐,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것을 알다 보니
그러지 못했다.
남편과 집주인 분의 협상 과정이 곧 진행됐다. 우리 나름대로 얼마까지만 올려주겠다고 상한선을
정해보자고 얘기했다. '혹시나 이 보다 더 올리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이 앞섰지만 이미 판은 펼쳐졌다.
"00까지는 받고 싶은데. 요새 시세가 올라서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5%만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다만 저희도 시세를 알아서 5% 보다는
더 드린다고 해도 말씀하신 그 정도는 힘들 것 같습니다. 중간으로 협의 보시면 어떠실까요?"
그렇게 2,700만 원가량을 전세 비용으로 올려줬다. 결혼하고 부단히 모은 저축액을 그대로 임대인에게
주면서 마음 쓰라려했던 기억이 난다. 이 돈을 모으려고, 둘 다 외식하고 싶은 것도 꾹 참고 갖고 싶은
옷이 있더라도 애써 모른척하며 아껴 썼는데 몇 개월치를 모은 돈을 그대로 넘겨준 셈이다.
그때 다시 한번 <자본주의에는 감정이 없다.>는 사실을 느꼈다.
절약만으로는 불가능해
남편과 나는 절약을 꾸준히 했다. 열심히 했다. 물론 누구처럼 1년에 1억까지는 모으지 못했지만 신혼생활을 시작하고 연간 8천, 9천씩 돈을 모았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식비를 아끼기 위해 주말에 요리를 하고, 치우고, 정리를 했다. 사고 싶은 옷이 있었지만 조금만 참아서 내년 시즌 오프 때 구매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우리가 모은 돈 대비해 집값은 훨씬 더 빠르게 상승했다.
집값뿐만이 아니다. 식자재, 생필품, 외식비, 각 종 공과금까지 안 오르는 것은 세상에 단 하나도 없었다. 그저 우리 월급만 안 오르는 것 같았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눈치챌 것이다. 절대, 절약만으로는 10억을 모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절약을 하지 말라는 말인가? 아니다. 절약을 하지 않으면 10억 근처에도 갈 수가 없다.
물론 10억까지 아주 오랜 세월 간 돈을 모으면 모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삶은 그런 것이 아니다.
숨이 덜컥 넘어가기 전에 10억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이 정도 나이이면 괜찮지' 싶은 적당한 나이에 10억을 모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모든 자수성가 부자들은 절약을 했다.
그렇지만 절약을 했다고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회사의 급여는 연 2~3% 정도 상승한다. 물론 동결할 때도 많다.
대한민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 1~3%, 높을 때는 5% 가까이 상승했다. 우리 급여가 인플레이션 헷지를 못해줄 때가 많다. 이에 반해 집값은 얼마나 상승했을까?
서울 집값은 약 10년 간 연평균 6~8%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이러니 급여를 모아서 절대 집을 사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럼 망했네! 그냥 여기서 모든 이야기를 끝내자, 하고 이번 장을 마치면 될까?
그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절약과 저축은 필수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제 우리는 절약만으로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절약+투자>로 10억 만들기를 목표로 향해가야 한다.
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지, 내가 벼락거지가 된 썰로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다음 장부터는 소소하지만 벼락거지였던 내가, 주식&부동산을 하나도 몰랐던 내가 어떻게 10억을 목표로 걸어갔는지, 그리고 지금도 걸어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