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edict Evans <The New Gatekeepers> 정리
베네딕트 에반스는 지난 10년 간 기술과 혁신 분야에서 가장 선견지명이 있다고 여겨지는 애널리스트이자 테크 저널리스트입니다. 그는 벤처캐피탈 Andresssen Horowitz의 파트너로 일했으며 테크 업계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으로 매년 기술 업계에서의 거대한 변화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주로 소비자 시장을 중심으로, 큰 변화를 불러올 새로운 기회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예측해왔습니다. 이번 년도 프레젠테이션의 주제는 (이커머스의) 새로운 게이트키퍼(Gatekeeper, 수문장)들은 누구인지였고, 여기에서 디지털의 미래에 대해 몇 가지 논의할 주제들을 짚어 보겠습니다.
미래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예측은 불확실하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일이고, 모두가 꾸준히 관심갖는 주제입니다. 예측 자체는 틀릴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거시적 상황을 이끌어가는 근본적인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 힘의 정체만 제대로 파악한다면, 상황에 맞춰 패를 기민하게 조정하고 그 힘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민간 부문에서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던 경영인 피에르 왁의 말은 잊혀졌지만 지금 다시 떠올릴 만합니다. 시나리오는 단지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세상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에 대한 의사 결정자의 생각을 바꾸고 현실을 다르게 인식하게 함으로써 불확실성을 구조화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 시나리오 플래닝 :시장의 근본적인 힘을 이해하여 예측의 틀을 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
그러니까 앞으로 등장할 베네딕트 에반스의 예측은 단지 미래를 점치는 일이 아니라 변화의 이면에 작용하는 힘을 파악하기 위해 의미있는 자료입니다.
베네딕트가 언급한 첫번째 주요 사건은 공짜 자본의 종말입니다.
금리인상 등 거시 경제 변화가 기술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팬데믹 시기에 고용했던 직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고, 부동산 가격은 하락 중이며, 2년 간의 컨슈머테크 호황이 끝난 후 급격히 높아진 성장률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거의 모든 것들이 팬데믹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알파벳과 메타의 광고매출은 팬데믹 동안 연 20%씩 성장했었지만 그건 팬데믹 때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다국적 기업은 더 이상 디지털 광고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을 예정이고, 빅테크 기업들은 이제 광고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 이상 수익의 상당 부분을 광고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은 IT 기업들에게 상당히 새로운 도전 과제일 것입니다.
따라서 15년 동안 ‘공짜’ 자본을 통해 확장하면서 네트워크 효과*를 기대하는 방식에 베팅해온 대형 벤처캐피탈들도 이젠 방향을 잃고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한 이후 돈을 벌자라는 구호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고평가를 받았던 IT 스타트업들의 가치평가도 예전만큼 장밋빛이 아닙니다. 팬데믹 기간에 엑손(미국의 가스 기업)의 가치를 넘어섰었던 줌이 다시 엑손에게 따라잡힌 것처럼 말입니다. 벤처캐피탈들은 여전히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들의 선택 중 말이 되는 것들은 별로 없습니다. 크립토와 NFT에 이어 Adam Neuman은 부동산에 수십억 달러를 불살랐죠.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효과
경기 전망이 좋고 금리가 낮았던 시절과 달리, 현 시점의 스타트업들은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성장 중심의 경영을 이어나가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제 그들은 수익을 내거나 사업을 그만둬야 할 때가 왔습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을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낙관적인 면도 존재합니다. 테크 기업들은 최근 많은 사람들을 해고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100만명 이상을 채용했습니다. 또, 50억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냅니다. 즉 디지털 광고의 잠재적 대상은 여전히 충분하며, 앞으로도 한동안은 건재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이 시장은 어떻게 재편될까요?
확실한 건 이제 디지털 전략은 모든 소비자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B2C 기업은 이제 이전과 달리, 디지털 전략을 기본으로 하고 오프라인 전략을 추가할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게이트키퍼, 즉 수문장의 의미는 우리가 무언가를 받아들일지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의사결정권자다. 신문이나 백화점들은 과거부터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정보 수용과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존재지만 이와 같은 오래된 강자들은 대부분 전멸했고, 겨우겨우 명맥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1990년대 등장한 아마존은 불과 30년 만에 월마트를 넘어 가장 큰 리테일 플레이어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짧은 시기에 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여집니다.
광고 수익은 현재 6-70프로가 온라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는 이 현상을 소프트웨어가 광고 시장을 먹어치운다고 칭합니다. 그러나 유망해 보이는 디지털 광고 사업은 시장 집중도가 높고 매우 취약하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시장에 진입한 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은 틱톡이 미국의 거대 디지털 기업을 보란듯이 무너뜨린 것처럼 말이죠. 앞으로도 변동성은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존은 작년 2022년 36억 달러의 광고수익을 올렸습니다. 2022년 아마존의 광고 매출은 신문의 광고 매출을 넘어섰고, 이러한 광고 수익은 AWS보다도 마진이 훨씬 좋습니다.
미디어라는 기존의 게이트키퍼를 제치고 광고 산업의 가장 새롭고 유망한 플레이어로 리테일들이 떠올랐고, 강력한 플랫폼에서 높은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월마트, 타겟, 우버 역시도 온라인 광고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채널을 가진다는 것은 광고 인벤토리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고, 이는 높은 마진율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이제 세계의 가장 큰 광고주입니다.
베네딕트 에반스는 디지털 광고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디지털 광고는 수익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구식 비즈니스가 되어가는 면도 있습니다. 새로운 게이트키퍼인 아마존이 보여줬듯, 이제 기존의 광고 모델은 새로운 광고 모델으로 대체되고 있고, 우리가 광고주와 매체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부터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 광고 타겟팅은 새로운 금광입니다.
아마존은 동시에 리테일 산업에서의 유일무이한 존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제 아마존은 이제 새로운 브랜드들이 그 위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플랫폼입니다.
모바일 커머스의 존재감
모바일커머스에만 집중한 중국의 패스트패션 쉬인은 무섭게 등장하며 기존 미국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와 함께, 모바일은 완전히 독자적으로 중요한 판매 플랫폼이 되며 아마존의 대항마 혹은 후계자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세그먼트를 겨냥하며 다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키우는 식이죠.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 변화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이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과 시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더 이상 영화를 주말에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또 더 이상 영화관까지 가서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이는 디지털 광고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소비자와 연결되는 지점을 정확하게 찾아낼 방법을 설계하고 예측하는 것이 소비자를 설득하는데에 매우 중요합니다.
새로운 게이트키퍼
새로운 디지털 공간의 게이트키퍼들은 무한한 저장 공간(storage), 콘텐츠 제작, 그리고 소비자와의 새로운 연결이 열어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점점 디지털은 업계 표준이 되어 가고 있고, 유통 시장은 글로벌한 규모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기업이 고객에게 펼치는 개인화 마케팅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때문에 새로운 게이트키퍼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도입해, 이렇게 무한한 거래량을 감당할 수 있는 일부의 대규모 기업의 이야기입니다.
베네딕트 에반스의 예측은 미국 시장에서의 변화를 다루었기에 미국 시장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군림하던 소매업 시장이 쿠팡에게 많은 영역을 내어줬고,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도 절대 강자로 자리 잡은 것을 보면, 국내 시장에 참고하기에 충분히 고려할 요소들이 많습니다. 어쨌든 앞으로의 10년은 닷컴 버블 이후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와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새로운 세상의 문을 이제 막 열었을 뿐입니다.
앞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더 가져가게 될 국내 시장에서의 새로운 게이트키퍼는 누가 될까요? 그리고 이 게이트키퍼가 되기 위한 국내 시장에서의 한계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또 이러한 변화에 광고주들은 어떻게 대응해나가야할까요?
광고는 여전히 모든 산업에서 가치를 더하는 필수적인 부분이고, 형태는 바뀌어도 소비자를 설득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변화에 맞게 바뀌는 전략에 기민하고 계속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면서도 우리 제품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놓지 않는 것이 마케터로서의 미래 대비 전략입니다.
위 글은 Slush 2022에서 Benedict Evans가 발표한 <The New Gatekeepers>에 관한 영문 아티클을 번역해 작성한 글입니다.
원본 출처 : https://www.icopilots.com/how-benedict-evans-sees-the-future-of-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