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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이 연말에 광화문을
찾는 이유

feat. 한국판 타임스퀘어로 진화하는 광화문

by 버즈빌

가까운 지인들과 "올해 크리스마스에 어디 갈 거야?"라는 질문을 나누다 보면, 작년까지만 해도 "명동 신세계 앞"이라는 답이 대세였던 것 같아요. 꼭 당일이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 특유의 몽글몽글한 기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명동이었으니까요.


하지만 2025년의 끝자락, 지금 가장 뜨거운 곳을 꼽으라면 단연 광화문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광화문 한복판에 대규모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 덕분일까요? 물론 그것도 맞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광화문은 지금 뉴욕 타임스퀘어처럼 도시 전체가 거대한 스크린으로 뒤덮이는 ‘한국판 타임스퀘어'’로 완전히 탈바꿈했거든요.


오늘은 왜 우리가 추운 날씨에도 굳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고개를 들게 되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DOOH(디지털 옥외광고)의 화려한 진화에 대해 다뤄볼게요!




명동과 삼성역이 쏘아 올린 '옥외광고'의 반란


신세계 명동점.png 신세계 명동 미디어 파사드 (출처: 신세계 백화점)


우리가 옥외광고에 열광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매년 연말이면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외벽을 가득 채우는 미디어 파사드를 보기 위해 명동 일대가 마비되던 풍경, 기억하시나요? 백화점 외벽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디지털 콘텐츠로 덮으면서, 광고를 넘어선 '하나의 공연'으로 인식하게 만든 전략이 대성공을 거뒀어요. (올해도 개막하자 마자 다녀온 1인..)


삼성역 코엑스의 'K-POP 스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광판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거대한 파도(WAVE) 영상은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고, 이때부터 대중은 전광판이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판이 아니라,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광화문, 규제를 풀고 '빛의 옷'을 입다


이제 그 흐름은 서울의 심장, 광화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부가 광화문 일대를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규제에 묶여있던 빌딩들이 화려한 디지털 스크린으로 갈아입고 있는데요. 마케터라면 이곳이 어떻게 브랜드의 위상을 결정짓는 '프리미엄 미디어 스테이지'가 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광화문.jpg 출처: KT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KT 광화문웨스트사옥입니다. 리모델링과 함께 설치된 미디어월 '광화문스퀘어'는 농구장 4개 크기의 압도적 면적을 자랑합니다. 처마를 형상화한 구조물에 AI 기술을 접목해 날씨나 시간에 따라 변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송출하며 시민들과 실시간으로 호흡하죠.


동아일보.jpg 출처: 동아일보

여기에 동아일보 사옥의 '루크스(LUUX)'가 방점을 찍었습니다. 농구장 7개를 합친 규모로 국내 최대 사이즈를 갱신하며 광화문 사거리를 압도합니다.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일찌감치 이곳을 선점한 이유는 수십만 유동 인구에게 브랜드의 존재감을 물리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는 독보적 입지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경복궁을 다녀오며 바라본 광화문 광장 전경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정면에 펼쳐진 루크스와 주변을 둘러싼 대형 광고들이 어우러져 마치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더라고요. 그 뒤로 보이는 전통적인 경복궁과의 대비는 정말 눈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광화문에서 옥외광고는 '경험 마케팅'의 수단입니다.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시각적 효과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자발적인 인증샷을 이끌어내 오프라인의 경험을 온라인 바이럴로 연결하는 강력한 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데이터로 증명된 DOOH의 힘: "피할 수 없는 몰입감"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이는 이유가 단순히 '예뻐서'일까요? 마케팅 데이터는 DOOH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필연적인 흐름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국옥외광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옥외광고 시장은 약 4조 6,241억 원했는데요. 특히 주목할 지점은 속도입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아날로그 광고가 13.6% 성장하며 정체된 사이, 디지털(DOOH)은 무려 73.22%라는 압도적인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마케터들이 막대한 예산을 쏟으며 DOOH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결정적 강점 때문입니다.


옥외 광고는 ‘모르는 척’ 할 수가 없습니다.

현대인들은 유튜브 프리미엄이나 애드블록 등을 통해 온라인 광고를 적극적으로 스킵하고 차단합니다. 하지만 도심 한복판에 우뚝 솟은 대형 스크린은 물리적으로 끌 수도, 눈을 감고 지나치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압도적인 크기와 화려한 영상미, 그리고 아나몰픽 기술 같은 신선한 볼거리는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경험에 대한 몰입'으로 치환시킵니다. 광고를 피하던 유저들이 이제는 거꾸로 광고를 보기 위해 광화문을 찾고, 스스로 인증샷을 찍어 SNS에 공유하며 자발적인 바이럴의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옥외광고는 단순 광고 배너가 아닌 ‘브랜드 자체’로 인식됩니다

광고 피로도가 높은 모바일 환경의 작은 배너 광고와 달리, 도심의 랜드마크에 투사되는 대형 DOOH는 브랜드의 위상을 완전히 다르게 각인시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Kantar TNS의 분석에 따르면, 옥외광고에 노출되었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 신뢰도는 일반 온라인 배너 광고 대비 약 14% 가량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런 결과를 통해 랜드마크에 투사되는 거대한 이미지가 브랜드의 체급을 다르게 각인시킨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옥외광고는 검색과 구매를 부르는 '결정적 트리거'가 됩니다

DOOH의 압도적인 시각적 경험은 즉각적인 정보 탐색으로 이어집니다. 미국옥외광고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DOOH 시청자의 약 74%가 광고를 접한 후 스마트폰을 통해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결과는 사용자의 경험이 오프라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연결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도심 속 거대한 스크린이 온라인상의 ‘검색창’을 여는 실질적인 입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모든 데이터는 결국 하나의 장면으로 수렴합니다. 추운 겨울에도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고개를 들고, 전광판을 바라보는 그 모습 말이죠. 결국 DOOH의 힘은 ‘얼마나 많이 보였는가’가 아니라, ‘보는 순간, 다음 행동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는가’에 있습니다.



브랜드의 '팬덤'을 만드는 랜드마크 전략


이처럼 DOOH는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를 넘어, 브랜드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루크스(LUUX) 전광판을 선점하는 이유도 명확해요. 그 공간이 가진 역사적 권위와 상징성을 브랜드 이미지로 고스란히 흡수하겠다는 전략이죠. 여기서 마케터가 얻어야 할 영감은 아주 선명합니다.


"이제 옥외광고의 성과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노출되었는가(Reach)를 넘어, 어떤 장소에서 어떤 경험으로 기억되었는가(Quality of Experience)라는 질적 가치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공간에서 겪는 강렬한 시각적 경험은 유저의 무의식 속에 브랜드에 대한 선망성을 심어줍니다. 그리고 이 감정은 곧 견고한 브랜드 팬덤을 형성하는 강력한 트리거가 되곤 하죠. 자,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더 이상 'DOOH 집행 여부'가 아닐 것 같아요. 오히려 "우리 브랜드를 어떤 도시의, 어떤 매력적인 순간에 등장시켜 유저의 기억을 점유할 것인가?"에 가깝습니다.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앞으로의 브랜드 마케팅의 방향성을 결정짓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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