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하기 15년,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그리는 다음 스텝

너도 하고 나도 하는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의 현재를 알아보아요.

by 버즈빌

본 아티클은 버즈빌에서 진행한 내부 스터디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작성되었습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png

"생일 축하해"라는 메시지와 함께 날아오는 카카오톡의 노란 선물 상자. 이것은 지난 10년 넘게 대한민국 '축하의 표준'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친구의 주소를 몰라도,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마음을 전하는 데 익숙해졌죠. 오히려 직접 선물을 전해주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선물을 전해주는 것이 훨씬 더 흔한 방식으로 자리잡았다고 느껴질 정도예요.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컬리, 29CM, 배달의민족, 네이버, 에이블리, 쿠팡, 올리브영 등 웬만한 커머스라면 모두 선물하기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이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을 파헤쳐 보았습니다. 절대강자 카카오가 어떻게 우리의 지갑을 열었는지, 그리고 정체기에 접어든 지금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 틈새를 파고드는 경쟁자들은 어떤 무기를 꺼냈는지에 대해 가볍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카카오가 만들어낸 '선물의 일상화'


사실 이커머스 전체를 놓고 보면 쿠팡이나 네이버가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선물하기'라는 카테고리에서만큼은 카카오가 전체 시장의 약 66%, 거래액으로는 3조 3천억 원이 넘는 점유율(2022년 기준)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 규모는 2023년 10조원 규모까지 성장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카카오의 선물하기는 제법 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배민, 29cm 등이 2020년을 기점으로 선물하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던 데에 반해, 카카오톡은 2010년 12월, 그러니까 약 15년 전에 이미 이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image-20251126-115705.png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초창기 UI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처음부터 성공 가도를 달린 건 아닙니다. '선물하기의 시작'이라는 글에서 당시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데요. 당시 카카오의 첫 수익모델이라는 기대치를 듬뿍 받으며 시작한 것에 비해, 15개에 불과한 제휴사 수와 익숙하지 않은 모바일 거래 인식이 성장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럼에도 카카오톡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과 기존에 없던 형태의 커머스의 결합에서 생기는 기회를 꾸준히 붙잡은 끝에, 이제는 명실상부 대표적 선물하기 서비스로 자리잡았죠.


우리는 카카오의 성공 요인을 단순히 '편해서'가 아니라 '맥락(Context)을 선점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과거엔 선물을 보내려면 주소를 물어봐야 했고, 잘 받았는지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죠. 카카오는 이 과정을 생략시켜 준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마음을 건네는 '관계지향적 맥락'을 만들어냈습니다. 유효기간 연장, 생일 알림, 위시리스트 같은 맥락을 고려한 기능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카카오 선물하기가 퀀텀점프를 할 수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사용자들의 "생일 축하해!", "밥은 먹었어?"라는 안부 인사가 자연스럽게 커피 쿠폰이나 비타민 선물로 이어지는, 이른바 '감정의 경제'를 완성한 셈입니다.


카카오도 고민이 많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상승 곡선은 없는 법일까요? 최근 카카오의 커머스 성적표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2025년 9월 통계청 기준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데 반해 카카오톡 선물하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 성장에 그치며 정체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이유는 명확합니다. 타인에게 선물을 보내는 생일이나 기념일은 1년에 몇 번뿐이니까요. 관계에 기반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겁니다. 여기서 카카오가 꺼내 든 카드가 바로 '나에게 선물하기(For Me)'입니다.

나에게 선물하기.jpg 2025년 5월 출시한 '나에게 선물하기'

카카오는 선물하기 탭 안에 'For Me' 영역을 별도로 만들고, 'For Me Week' 같은 전용 프로모션을 통해 자가 구매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고생한 나에게", "시험 끝난 기념으로" 같은 감성적 명분을 쥐여주면서 말이죠. 더 나아가 아이돌 굿즈를 정식으로 판매하는 '팬덤'탭, 각종 캐릭터 IP와의 콜라보 굿즈를 만날 수 있는 '선물하기 단독'이라는 무기를 장착해 굿즈들을 '나에게 선물하기'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닙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물'의 맥락을 유지하면서도, 구매 빈도가 높은 '일상 소비' 영역으로 진입하려는 카카오의 치열한 생존 전략인 셈입니다. '나에게 선물하기'의 대대적 론칭 이후로, 선물하기에서 자기에게 선물하는 이른바 '자기구매'는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했다고 카카오는 밝혔는데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구매' 방식을 설득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경쟁자들은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을까요?


카카오가 '보편적인 선물'과 '나를 위한 선물'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동안, 경쟁자들은 카카오가 채워주지 못하는 '구체적인 결핍'을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배달의민족입니다. 한국인에게 '밥 한 끼'가 주는 정서적 울림은 특별하죠. 배민은 2020년 선물하기 출시 당시, 상품권이 아닌 '밥' 그 자체를 선물한다는 콘셉트로 "너에게 밥을 보낸다"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이는 카카오의 커피 쿠폰보다 훨씬 더 끈끈하고 실질적인 '정(情)'을 자극합니다. 따뜻한 마음을 '밥'으로 선물하고 싶은 때에는 배달의민족을 찾게 됩니다.

50836_46366_469.jpg 배민 선물하기 캠페인 '너에게 밥을 보낸다.'

사실 가장 눈에 띄는 경쟁자는 29CM입니다. "센스 있다"는 말을 듣고 싶을 때 우리는 29CM를 켭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너무 뻔하고 성의 없어 보일 때, 29CM는 '내 취향'과 '너를 향한 세심한 고민'을 증명하는 수단이 됩니다. 이곳에서의 선물은 물건이 아니라 '당신의 안목'을 선물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죠. 배달의 민족이 선물하는 사람의 '밥 잘 챙겨먹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 즉 '감정적인 영역'을 건드렸다면, 29CM는 '감도 높은 선물을 해주고 싶다'라는 '감성적인 영역'을 사로잡은 셈입니다. 그리고 이건 29CM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독특하고 톡톡 튀는 제품과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뒀기에, 뻔하지 않은 선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매출로 연결시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을 테니까요.


29cm.png 29cm 선물하기

반면 쿠팡과 네이버는 '감성'과 '감정' 영역에서는 약세를 보이며 선물하기 시장의 뚜렷한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그렇지만 2024년 국내 거래액 기준 쿠팡이 55조, 네이버가 50조라는 어마어마한 실적으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만큼, 압도적인 물류와 멤버십 혜택을 기반으로 '실용적 선물' 시장이라는 잠재성 높은 시장을 노릴 수 있겠죠. 다만 '선물'이라는 맥락을 고려했을 때, 접근성과 편의성이라는 2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개인의 주관적 맥락 속에서 네이버와 쿠팡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방법을 찾아 접근성을 높여야하고, 또 선물 받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불편함 없이 전달할 수 있어야하죠. 일상 속에 뿌리 깊게 자리잡았지만, 개인 간 소통 속에 자리를 잡아야하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궁금해집니다.


결국은 맥락의 싸움입니다.


선물하기 서비스의 성공은 '어떤 맥락에서 보내느냐'를 잘 파악하고 공략하는 데에 달려있습니다. 선물을 해야하는 상황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가, 또 선물을 전달하는 과정이 매끄러운가, 그리고 무엇보다 선물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에 드는 선물을 할 수 있는가를 다 깊이 있게 고려한 서비스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죠.

카카오는 '관계의 연결'로 시장을 열었고, 이제는 '나를 위한 소비'로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개척한 '선물하기'라는 시장 속에서, 경쟁사들이 나름의 '취향'과 '맥락'을 고려한 서비스로 시장을 쪼개고 있습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즐거운 선택의 고민을 안게 됐죠. 여러분은 오늘 누구에게, 어떤 플랫폼으로 마음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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