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자일기] 1. 귀자는 집에 있지만 집에 가고 싶어

귀자는 어디에서나 일한다

by 귀자

귀자는 작은 기자다.

작년 언젠가 어느 신문사에 발을 붙이고 섰다.

귀자는 매일 신문을 만들어야 했는데, 아직도 작은 기자인 귀자는 매일 뭘 쓸지 보고하는 일이 힘에 부쳤다.

팀장은 쓸만한 거리를 가져오라고 말했는데 쓸만한 거리가 무엇인지는 말해준 적이 없었다.

귀자는 매일 담당하는 경찰서에서 살인사건이 났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 확인이라는 것은 확인이라는 단어를 달기에도 조금은 민망한 작업이었다.

귀자는 휴대폰 창에 경찰서 이름을 검색하고 새롭게 뜬 뉴스가 있는지 새로고침을 했다.

조간 신문이 나오는 아침에 한 번. 석간 신문이 나오는 낮에도 한 번.

검색창에 무엇이 걸리면 귀자는 또 한 번 확인을 했다.

"과장님. 방금 보도나온 거 물어보려고 전화드렸어요. 날짜랑 혐의는 맞나요?"

아니면

'과장님. 귀자일보 귀자입니다. 보도 사건 물어보려고 전화드렸어요. 바로 전화 부탁드려요.'

귀자는 그런 아침과 그런 낮을 보내고 있었다.


귀자가 일한 이래로 한 번도 감염병이 멈춘 적은 없었다.

신문을 만드는 기자인 귀자는 어디 나가지 않고 전화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귀자는 어디에서나 신문을 만들었다. 귀자는 때때로 집에서 기사를 썼다.

귀자의 첫 휴가 때 처음 만난 제주의 풍경 속에서 귀자는 쓸만한 거리를 찾아 한 달 뒤에 기사를 썼다.

주말 시작 때도 귀자는 기쁘지가 않았다.

다가올 월요일에 무얼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가슴이 헙 하고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귀자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그런 거였다.

귀자에게는 출근할 곳이 없다는 것.

귀자는 매일 밤마다 머리를 굴렸다.

내일은 어디 경찰서에 가서 누구를 만나야 하지,

그 과장은 저번에 밥을 먹었고 그 팀장은 내 전화를 안 받았는데.

경찰 대신 시민단체 사람을 만나볼까.

저번에 그 사람 만나서 아무 거리도 못 찾았는데 어쩌지.


귀자의 일에는 끝이 없다는 것.

귀자는 매일 아침마다 머리를 또 굴렸다.

오늘 쓸 기사가 없는데 통신에 살을 붙여야 하나.

팀장이 분명 왜 써야하는지를 물을텐데.

통계가 새로운지 사례가 단독인지를 확인할텐데.

귀자는 둘 다 아닌 기사를 쓸 수 없었다.

그럼 귀자가 하루 내지는 일주일을 공들인 사람들의 이야기-때로는 눈물. 때로는 고통-이

지면 아래서 땅으로 스며갔다.

귀자가 일한 시간도 함께 스며갔다.


귀자는 입사 2년차에 그런 고민들을 안고 출근을 준비하고 있다. 

귀자는 이 글을 금요일 밤에 쓰기 시작해 일요일 밤에야 마무리짓고 있다.

내일 아침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글을 쓸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귀자는

집에 있지만 집에 가고 싶은 알 수 없는 마음을 꼭 꼭 담아 타자를 치고 있다.


그렇게 귀자는

작은 기자 귀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