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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것저것 Jul 20. 2022

자유로운 이방인, Studio Lenca 전시

예술 속으로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예술 작품에서 당신과 비슷한 사람을 보는 것은 당신을 자신감과 안정감으로 채우는 것입니다.

- Jose Campos (STUDIO LENCA)


#1.

 탕 컨템포러리 아트에서 스튜디오 렌카의 개인전, <I'm working on leaving>이 진행 중이다. 운 좋게도 나는 정식 오픈 하루 전에 전시를 보고 왔다. 독서 모임 플랫폼 트레바리에서 전시회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아트 토크'라는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오픈도 하기 전에 프라이빗하게 관람할 수 있다는 것에 끌려서 참여하게 되었다. 여행 다닐 때 빼고는 혼자 전시회를 가는 것도 처음이고, 현대 미술에 무지했기에 조금 서칭을 해 봤다. 그런데 갤러리 리뷰도 많지 않고, 화가 정보도 개인 인스타에 가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부족했다. 이렇게 마이너한 전시를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서울로 향했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

#2.

 압구정로데오역에 도착해서 갤러리로 향하는 동안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지금 여길 가는 게 맞는 건가? 명품에 무지한 나도 알 정도로 유명한 브랜드들이 거리에 즐비했다. 주변을 보다 보니 괜히 이런 곳에 위치한 갤러리에 오는 사람들은 나와 다른 사람들인 것만 같았다. 갤러리에 도착해서 안내를 받고 나서 또 한 번 깊은 생각에 빠졌다. 스무 명 남짓의 관람객들 중 남자는 나 포함 두 명뿐이었다.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만, 주변 환경과 어색한 내 모습에 소심해지며 관람을 시작했다.


#3.

 전체적으로 작품들은 비슷한 느낌이 났다. 조금 까만 얼굴에 뚜렷하지 않은 표정, 그리고 큰 중절모까지 누구를 표현한 것인지 궁금했다. 닮은 두 사람이 짝지어져 있는 그림도 있었고, 가끔 새, 풀, 항아리 등을 들고 있는 인물이 보였다. 식민지와 내전을 겪은 엘살바도르 출신 작가의 환경, 그리고 영국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삶이 투영되어 이런 작품이 탄생했다는데... 사실 설명을 듣고 봐도 그렇게 와닿진 않았다. 전시장 2층에 따로 꾸며진 방에 들어갔는데 테이블 위에 한 작품이 눈에 띄었다. 거친 붓 터치를 가진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귀한 옷을 입고 있었다. 혼란한 조국을 떠나서 비교적 풍족하게 살고 있는 사람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 작가 자신일 수도 있겠지.  


#4.

개인적인 관람 후,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전시를 보러 오게 되었는지, 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작품 속 오브제의 의미는 어떤지 얘기를 나눴다. 마지막 주제는 '소수자적 정체성'이었다. 설명을 듣기 전에는 몰랐는데 듣고 보니 작품의 색감도, 인물 구성에서도 동성애적 느낌이 났다. 비단 퀴어뿐 아니라, 새로운 세계에서의 이방인으로서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작품 말고도 우리들이 어떠한 소수자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얘기를 나누고 집에 오면서도 이 주제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5.

 어딜 가나 주목받기를 좋아하는 나는 특정 집단에서 내가 남들과 다를 경우 좋아했다. 즉, 소수 = 개성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사실 이는 착각이었다. 나는 다수 집단에 속하고 나서, 그중에서 돋보이고 싶었을 뿐이다. 청담동을 지나치면서, 또 도착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건 나만의 특별함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다수 집단에 속하지 못한 아쉬움이었고, 그렇기에 내심 그들을 동경했다. 원치 않는 소수 집단에 속하게 되는 것은 개성이 아니라 압박이었다.


#6.

 생각해 보면, 요즘 내가 원하는 소수자적 정체성도 있긴 하다. 이공계를 나와 대기업 연구원으로서 일을 하며 종종 주변 사람들이 나와 다르다고 느낀다. 개인적인 성격, 취미, 심지어는 투자 성향까지. 최근에는 독서 모임을 꾸준히 나가고 있는데, 많은 친구들이 의아해한다. 문학 책을 읽는 것도 신기한데, 돈 주고 모임에까지 나가다니... 이렇듯 주변과 다른 소수에 속해 있지만, 즐겁게 잘 지내고 있다. 압박감은 전혀 없고, 오히려 더욱더 깊게 파고들고 있다!


#7.

 결국은 '자유'인가 보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소수자인 수준이 아니라, 그냥 자기 혼자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행복해 보인다. 그는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런 종류의 소수자적 정체성은 긍정하고, 존중하고 오히려 축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반대로 말하면, 자유가 없는 주변화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개인으로서도 지양해야 할 방향인 것 같다. 작가인 스튜디오 렌카 - 호세 캄푸스도 이런 면에서 조르바와 비슷해 보인다. 소외되었지만 그마저도 자신의 예술로 표현해버린다. 이래서 내가 예술가를 동경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자유로운 이방인이 되고자 노력해야겠다!�

 



작가 : Studio Lenca (Jose Campos)
제목 : I'm Working on Leaving
기간 : 2022. 07.15 ~ 08.24 / 11:00~19:00 / 일, 월 휴무
장소 : 탕 컨템포러리 아트 (Tang Contemporary Art,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75길 6 지하 2층)
가격 : 무료
큐레이터 : 홍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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