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세대 황제, 카를로스 알카라스
스페인의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카스퍼 루드를 3-1(6-4 2-6 7-6<7-1> 6-3)로 꺾고 자신의 첫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획득했다. 알카라스는 현재 19세로, 이번 우승을 통해 최연소 ATP 랭킹 1위 타이틀도 얻게 되었다. 올해 마이애미/마드리드 2개의 마스터즈에서 우승을 하며 본격적으로 달리는가 싶더니 US 오픈까지 우승하였다. 예상보다 빨리 성적을 내는 것 같아서 놀라울 따름이다. 여러 선수들과 미디어, 팬들은 이미 알카라스를 주목하고 있고, 이번 대회가 차세대 황제의 대관식이 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이제 테니스에 입문하시는 분들은 알카라스를 응원하면 향후 20년은 행복할 것 같다.
경기를 들여다보면, 역시 1-1 상황에서의 3세트가 중요했던 것 같다. 루드가 6-5로 앞서던 3세트 말, 30-40으로 세트 포인트까지 갔었는데 결국 게임을 내주었고 타이브레이크로 가서 세트를 빼앗기고 말았다. 큰 경기를 보다 보면 위기의 순간에서 더 집중한 선수가 이기는 장면을 많이 보곤 하는데, 이번 경기에서 알카라스는 평소보다도 더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이후 이어진 4세트에서는 약점이던 서브에서도 루드를 압도하며 3-1로 마무리지었다.
루드는 지난 롤랑가로스에 이어 또다시 준우승의 쓴맛을 보게 되었다. 지난 대회는 고일대로 고인 흙신, 나달에게 패한 거라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절호의 기회에서 자신보다 어린 선수에게 패했기에 아픔이 클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도 두 선수는 많이 마주칠 테기에 앞으로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루드의 테니스는 누군가에게 무색무취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큰 장점 없이 무난하게 잘하는 테니스. 하지만 나는 이런 테니스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을 좋아한다. 조코비치가 그랬듯이, 이런 육각형 테니스가 또 완벽한 경기를 보여줄 수도 있고. 루드, 앞으로 응원할 것 같다!
#2. US 오픈 이모저모
- 그랜드 슬램 최초로 온 코트 코칭이 허용되었고, 연말 투어 파이널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 직전 대회인 윔블던 우승자 노박 조코비치는 COVID-19 백신 미접종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 1번 시드 메드베데프, 2번 시드 라파엘 나달이 8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22년 만에 US 오픈 8강에 1, 2번 시드가 모두 없었다. (+ 페나조 없는 8강)
- 2000년대생 스타, 알카라스(03년생)와 야닉 시너(01년생)의 8강전은 5시간 15분으로 역대 2번째의 장시간 매치였다. 개인적인 이번 대회 최고의 매치이기도 하다.
- 야닉 시너는 이번 대회 8강에 오르면서 역대 최연소로 4개 그랜드슬램 모두 8강에 오른 선수가 되었다. 기존 기록은 08년도 호주 오픈을 우승하며 기록을 세운 노박 조코비치.
- 앤디 머리는 2017년 윔블던 8강 이후 첫 3R 진출에 성공하였으나, 베레티니에게 패배했다.
- 이가 시비옹텍은 여자 단식에서 우승함으로써 3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했다. 롤랑가로스 (20, 22), US 오픈(22). 올해 주요 타이틀은 그랜드 슬램 2회, 마스터스 4회.
- 작년 US 오픈 여자 단식 우승자, 에마 라두카누와 그랜드 슬램 4회 우승자 오사카 나오미가 1라운드에서 동반 탈락했다. 라두카누는 첫 우승 이후 2R-2R-2R-1R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 그랜드 슬램 23회, 올림픽 금메달 4개에 빛나는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슈테피 그라프를 넘어 여성부 GOAT가 확실할 듯?
- 미국 선수 프랜시스 티아포가 무려 라파엘 나달을 꺾고 자국 대회에서 첫 4강을 달성했다. 우승자 알카라스에게 2:3으로 패했지만, 랭킹 20위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19위)
- 권순우 선수는 베르다스코를 3-1로 꺾고 2라운드에 진출했으나, 9번 시드 루블레프에게 0-3으로 패배하며 2R에 만족해야 했다.
#3. 페나조, 이제 진짜 끝?
2003년 페더러가 처음 우승한 이후, 지난 20년 간의 그랜드슬램 우승자를 보면 말이 안 나온다. 그야말로 페더러-나달-조코비치, 페나조가 독식했다. 코로나로 열리지 않은 20 윔블던을 제외하고 총 79번의 그랜드 슬램 대회 중 63번을 페나조가 우승했다. 확률로 따지면 79.7%. 나달 우승 이후로 좁히면 70번 중 59번으로, 84.3%가 된다. 페나조가 30대가 된 이후, 매 년 이제는 정말 저물겠거니 하지만 막상 대회에 나와 보면 이들이 우승하곤 했다.
재밌게도, 최근 3년 간의 US 오픈 우승자는 티엠-메드베데프-알카라스로, 非페나조다. 아무래도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이다 보니 체력 좋은 젊은 선수들이 우승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이렇게 시즌 마지막 슬램에서 페나조 이외의 선수가 우승하면서 항상 내년에는 이들의 시대가 끝날 거라 예상했는데, 진짜 2023년에는 시대가 바뀌게 될까? 메드베데프, 즈베레프, 치치파스 등의 넥젠이 부진한 가운데 알카라스를 필두로 시너, 알리아심과 같은 00년대생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과연 앞으로의 테니스 대회는 누가 주도하게 될까? 팬으로서 그저 기대될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