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총무 업무는 회사 내 구성원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므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사람'에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일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채용 업무다. 채용 절차를 관리하고, 면접을 진행하여 사람을 뽑는 일은 회사에 새로운 인재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의 주춧돌과도 같다. 좋은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도 이걸 수행할 인재가 없으면 도루묵이다. 인사총무 담당자로 2년 동안 면접관으로 참석하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원 회사에 대한 사전 공부는 필수
기업의 인지도나 유형에 따라 정보의 공개성에 차이가 있다.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최근의 경영 이슈, 주요 뉴스, 기업 평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파악 가능한 정보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 분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정보가 적다면, 비슷한 산업군에 속하거나 영위하는 사업이 유사한 사례를 찾아 유추해 봐야 한다. 100% 들어맞지는 않아도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이 있다면 조금 더 세밀한 정보를 얻는 데 유리하다. 개인의 경험에 근거하기 때문에 주관적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들을 수 있어서 활용 가치가 있다. 회사의 홈페이지를 보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있다면 반드시 봐야 한다. 학교 수업이 교과서를 기본 자료로 삼는 것처럼 홈페이지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교과서의 역할을 한다. 그걸 보지 않고 면접장에 들어가는 것은 교과서도 보지 않고 시험을 치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면접장에서 상사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우리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 아세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 알고 계신가요?' 등이다.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공부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절대 답할 수 없다. 기본적인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하면 회사에서는 지원자를 뽑을 이유가 없다. 물론 지원자로서는 회사 관계자만큼 회사에 대해 알기는 어렵다. 면접관들이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지원자의 회사에 대한 관심도나 이해도를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사전에 공부를 하고 온 지원자는 대답에서 티가 난다. '아, 저 사람은 우리 회사에 그래도 관심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대화를 이어갈 마음을 가지게끔 만든다.
종종 대표나 임원의 지인 찬스로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면접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느낀 경우가 많았다. 회사 홈페이지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었고, 지원 동기를 물어보니 '부모님이 보라고 하셔서'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변의 권유로 면접을 보러 온 사람에게 지원 동기를 물어본다 한들 별 의미는 없었을 테지만 그럼에도 질문을 한 이유는 면접에 임하는 태도를 보고 싶어서였다. 권유나 추천에 의해서 면접장에 왔다고 해도 성실하게 임하는 사람에 대해선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부의 영향력으로 태도 따위 상관없이 프리패스 채용이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은 관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상사들을 면접 볼 수는 없으니 내 딴에는 그런 지원자들을 더 철저히 분석하려고 했던 것 같다.
복장은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는다
MZ 세대가 문화의 중심축을 이루기 시작하고, 스타트업도 많이 생겨나면서 기업 문화도 예전보다 개성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직급 체계의 파괴, 호칭의 수평화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복장의 캐주얼화도 마찬가지. 업종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확실히 복장에 대한 제한이 많이 풀렸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다만, 면접장에서는 복장의 자유가 무한정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지방의 중소기업은 대체로 제조업이 많고, 사업장에 제조 공장이 있으므로 유니폼을 입고 일한다. 사복을 굳이 꾸미고 올 필요가 없고, 다들 편하게 입고 다니는 편이다(등산복을 입고 출근하는 직원도 있었다). 그런데 면접장에서는 '너무 편한' 복장을 입고 면접을 보면 면접관 입장에서 마냥 좋게 보이지 않는다. 편한 옷을 깔끔하게 입는 것은 괜찮지만, 편하기만 한 복장은 지원자가 면접을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운동할 때 정장을 입지 않고, 결혼식장에서 운동복을 입지 않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맞춰 복장을 정하는 것은, 일종의 센스이자 매너다. 면접을 소개팅에 비유하는데, 소개팅에서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것처럼 면접장에서도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복장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집에서 편한 옷으로 있을 때와 달리 중요한 자리에서 멋지게 입고 있을 때 뭔가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때가 있을 것이다. 면접장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자신감이 생기고, 면접관에게 좋은 분위기를 풍길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을 가지고 임한다
뻔한 말이지만, 자신감은 면접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왜냐하면, 직무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그걸 잘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어필하는 지원자에 대해서는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면접관은 속으로 '저 사람은 당장 실전에 투입하기에는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현장에서 부딪혀가며 빠르게 배우고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자신감은 말투와 행동으로 간단하게 표출할 수 있다. 실제로 어떤 지원자는 직무 경험이 부족했지만 면접 내내 대답에 끊김이 없었다. 논리성 여부를 떠나서 말에 힘이 있으니까 집중이 되었다. 면접장에 걸려있던 사훈을 재빠르게 캐치한 후 그에 빗대어 각오를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다. 대답을 굳이 길게 하려고 하지 말고, 짧게 하더라도 말끝을 명확하게 맺으면 된다. 말끝을 흐리면 단번에 자신감이 없고 면접을 잘 준비하지 않았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다. 목소리의 톤을 너무 가볍지 않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행동은 사실 특별할 건 없지만, 자세가 삐딱하거나 움츠러든 경우 그다지 좋은 느낌을 주지 못한다. 설령 자신이 스펙이 없고 딱히 자랑할 게 없더라도 어깨를 펴고 일관된 자세로 앉아 있자. 심리학적으로도 어깨를 펴고 당당한 척하는 연습을 하면 상대방 앞에서 자신감 있게 말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전 공부가 부족하다거나, 면접날 복장이 살짝 마음에 안 들어도 자신감만은 잃지 않도록 멘탈 트레이닝을 계속 하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무기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