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고 질문하고 변화한다
1년 반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올 때부터 생각한 바가 있었다. '이제 다시 회사원이 되지는 않을 거야'라는 결심. 조직 생활에서 느낀 답답함을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다. 물론 답답함이라는 감정이 비단 직장생활에서만 오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 무렵에는 '절대', '두 번 다시'라는 말을 자신 있게 내뱉었다. 그런 말들이 과거로 회귀하는 일, 즉 월급쟁이로 돌아가는 상황을 막아주리라 믿으면서.
고민, 질문, 변화
성수동의 어느 한 교육실.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작은 강의실을 꽉 채웠다. 강점경영 코치 양성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그중에는 나도 있었다. 강점경영 교육은 구성원의 재능을 발견하고 강점을 이끌어내도록 도와 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평소에 사람들의 숨은 재능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마침 이 교육을 알게 돼 참석했었다. 신청할 때만 해도 이 교육을 수강하면 강점 코칭을 더 잘 알게 될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아쉽게도 스스로에게 건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 교육 내용은 훌륭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참석자들의 직업은 중소기업 대표, 강사, 프리랜서, 직장인(대부분 HR)이었다. 무직 상태인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이 사실 자체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졌던 건 '질문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현직자들은 현재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서 비롯된 여러 고민을 진정성 있는 질문으로 표출했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회사를 다닐 때 업무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보지도 않았거니와 수개월을 쉬면서 현업 감각도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현업의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었다.
'질문은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필수 요소이며,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다. 고민하지 않으면 질문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으면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치열하게 사는 건 고된 일이다. 나는 그게 두려웠던 걸까? 그럼에도 한 가지는 잊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 해야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해답을 얻기 위해 질문해야 한다는 것.
나는 지금 변화하고 있을까?
두 번 다시 회사원으로 살지 않겠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올해 초, 재취업에 성공해 작은 회사에 입사를 했다. 1년 만에 회사원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재정적인 현실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심이 무너졌으니 자기비판을 해야 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때 하지 못했던 걸 지금이라도 잘해보겠다는 다짐으로 슬며시 덮었다. 회사 생활을 하며 아쉬웠던 점과 퇴사 후 자기반성을 하며 깨달은 점들을 마음에 새겨 앞으로 나아가 보기로 했다.
반년 정도 지난 지금,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예전 직장에서 너무 죽 쒔던 탓인지 지금은 조금만 알차게 하루를 보내도 뭔가 나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아직 한참 부족하다. 나에게 저질렀던 과오를 만회할 기회가 주어진 사실에 최대한 감사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때때로 회사 생활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내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질문해야 한다는 점이다.
삶은 고민하고 질문하지 않는 자를 구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