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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7월 20일의 단상(斷想)

일기_2025.7.20.

by 김병우

일기(日記)

: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일기를 매일 쓰면서 마음을 다스려보겠다는 생각을 숱하게 해 보았지만, 마음으로만 그런 다짐을 한들 실제로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걸 내 브런치 스토리의 글 목록를 보면서 느끼게 된다. 완성도 높은 글을 쓰겠다는 욕심 때문이라면 봐줄 만하겠지만, 내 마음의 소리는 그저 내가 게을러서 그런 거라고 촌철살인을 날리는 듯하다. 하여 최근 있었던 일들을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볼까 싶은 생각에 대뜸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쓴다. 아, 글이라기보다는 낙서에 가까운가.




#1. '25년 7월 20일. 따끈따끈한 오늘의 소식


부모님, 동생네 부부와 함께 괴산의 산막이 옛길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비가 온 다음 날이라 녹음은 더 푸르고, 풀내음은 더 짙었다. 눈과 코가 청명하다. 이전에 왔을 때는 저수지를 유람선 타고 건널 수 있었는데, 물이 많이 줄어 있어서 배는 타지 못했다. 아쉬움은 없었다. 산막이 옛길은 본래 걷는 정취도 그 못지않게 좋은 곳이다.


주변 경치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데, 내 표정은 무뚝뚝하다. 피사체가 되는 걸 어색해하기도 하고, 치아를 보이며 웃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다. 가족들과 사진을 남길 때는 그러지 않으려고 하지만 타고난 기질 탓인지 잘 되지 않는다. 단톡방에 사진이 올라오면 사진 속의 내 표정을 보는데 그럴 때마다 왜 이따구로 표정을 지었는지 매번 스스로에게 묻는다. 웃는 연습을 좀 해야겠다. 소중한 이들과 함께 한 시간은 흔한 듯 흔하지 않다. 그 시간이 담긴 장면 속의 내 모습은, 부디 웃는 얼굴로 기억되길.


#2. 어딘가 한 군데는 고장 나 있을 거라는 지레짐작(혹은 합리적 의심)


취침 시간이 어느샌가부터 새벽 1시는 훌쩍 넘어버렸다. 주 52시간 제도니 워라밸이니 뭐니 해도 중소기업은 일당백의 인재를 원하고, 그에 맞춰 업무량은 J 커브처럼 늘어난다. 야근은 이제 일상이 됐고 평균 퇴근 시간은 9시를 찍기 일쑤다. 장장 1시간 30분의 퇴근 여정을 마치고 집에 오면 거의 11시가 다 된 시각. 씻고 책상에 앉으면 어느새 시침은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대로 잠들면 나의 개인 시간은 그저 먼지처럼 흩어지고 말 거야'. 월급쟁이가 아닌 '나'라는 개인적 주체로서 조금 더 깨어있어야 한다는 맹목적 고집으로 졸음을 참고 버틴다. 요즘 저속 노화가 트렌드라는데 나의 고집은 되려 가속 노화를 부추기는 게 아닐까. 문득 이런 생활 패턴으로 살다가는 몸 어딘가 한 군데가 고장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때때로 걱정 수준이 아닌, 합리적 의심이 아닐까 할 정도로. 어쩌면 고장 나 있을지도 모르고. 너무 재수 없는 소리인가.


결론. 외부 상황(예를 들어, 회사에서 주어지는 많은 업무량)은 통제할 수 없다. 그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 거기에 더해서 건전한 도피처(취미생활이나 부업) 하나 둘 정도는 만들어 두면 더 좋고. 야근이 많은 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해결하면 되고, 건강이 걱정이 되면 운동을 하고 음식을 잘 챙겨 먹으면 그만이다. 글을 쓰면서도 참 씁쓸하다. 답을 아는데 도대체 왜 안 하는 것인지. 힘들면 핑계를 만들고, 해결하고자 하면 방법을 찾는다던데, 참 이율배반적이다. 내 좌우명이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다'인데(심지어 이 주제로 브런치 스토리에 글도 썼던 것 같은데), 여태 핑계만 쌓아두고 있던 게 아닐지 속으로 뜨끔하다.




to. 나에게,


지나간 모든 순간은 오지 않는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건강을 놓치면 대가를 치르고, 소중한 순간과 그 순간 속의 사람들을 놓치면 행복도 잃게 될 수 있다. 업무가 바쁘다고 찌들어 있으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지엽적인 것에 매몰되지 않고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삶을 주도해 나가자. 좀만 더 부지런하게, 매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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