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아쉬움
2/21 아침식사를 마치고 프런트에 13:55 태국항공으로 출국해야 하니 몇 시에 출발하면 되겠느냐고 물어보니 11시에 출발하면 충분하다고 한다. 8시 반에 체크아웃을 해서 호텔 프런트에 짐을 맡겨 놓고 가까운 Durbar 광장을 둘러보기 위해 호텔 문을 나섰다. 마스크를 낀 채 좁고 복잡한 골목길을 지나 Durbar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을 들어가는데 1000루피의 입장료를 받는다.
광장은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다. 여기서도 사원 앞에서 신랑 신부가 눈에 띄었다. Durbar 광장 중심부에서 수천 마리는 족히 되어 보이는 비둘기 떼 한가운데 발우를 든 채 홀로 움직이지 않고 서있던 네팔 스님의 모습이 여운으로 남는다. 이렇게 나는 트리부반 공항에서 태국항공에 몸을 싣고 네팔을 떠났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12박 13일의 네팔 체류기간 중에 2/10 아침 8시 포카라의 호텔에서 출발하여 2/17 오후 12시 다시 포카라의 호텔로 돌아오는 7박 8일의 트레킹을 마치며 ABC를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너무도 컸다. 20년 만의 폭설로 인한 눈사태 위험이 직접적인 요인이었지만, 2/11 하루를 촘롱에서 대기하다가 결국 ABC를 찍고 내려온 분도 있었고 푼힐을 경유해서 간 단체 여행객들도 그 후에 ABC까지 다녀왔기 때문에 눈사태 위험성은 핑계였을 뿐이다.
사실 ABC를 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이었다. 초반 워밍업 실패로 트레킹을 시작한 지 불과 30여 분 만에 찾아온 어지럼증은 나를 깊은 두려움 속으로 밀어 넣었다. 북한산을 몇 차례 다녀오며 겨울 산행에서의 체온 유지에 대한 기초 지식을 습득했고, 한 달여 동안 16층 아파트를 하루 한두 차례씩 계단으로 올라가면서 체력을 준비한다고 했지만 거대한 히말라야를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촘롱 체크포인트에서 지킴이 아저씨가 눈사태나 실족의 위험을 얘기하며 나를 막아주지 않았다면, 이 두려움으로 어쩌면 스스로 포기하고 돌아섰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네팔이고 히말라야가 아닌가?
지금 나는 다음번 ABC도전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