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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병우 Feb 24. 2019

25. 번외 편 - 준비물

정말 유용했던 것들

계획했던 목표인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이번 트레킹을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계획이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유연하게 변경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트레킹 준비물에 100만 원 이상을 썼지만 효율적으로 쓰지는 못한 것 같다. 정말 준비하기를 잘했다고 생각되어 다음에도 잊지 않고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비아그라 :

한국에서 내과병원의 처방을 받아 100mg짜리 비아그라 복제약 팔팔정을 25mg으로 쪼개서 해발 2500m 이상에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먹었다. 손이 약간 뻑뻑하게 느껴지는 정도의 부종이 있었을 뿐 특별히 심한 부종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야 예방 효과는 있었다고 인정한다. 본래의 약효도 체감했음.


아세타졸(다이아목스 대체) :

내과에서 비아그라와 같이 다이아목스를 처방받았으나 약국에서 성분이 같은 대체약품으로 아세타졸을 받아 비아그라와 함께 해발 2500m 이상에서 한 알을 자기 전에 먹었다. 매일 밤 최소 4번 이상 화장실을 갔던 것을 보면 분명히 이뇨작용을 했고, 이뇨작용이 부종을 예방하는데 기여했다고 믿는다. 다만, 아세타졸의 부작용으로 추정되는 역류성 식도염 증상으로 식도가 타는 듯한 고통이 있어서 너무 괴로웠다. 그래서 유용했던 것에 넣지는 못하겠다. 다음에 올 때 아세타졸은 안 먹겠다.


트로치 :

코로 흡입하는 공기만으로는 부족하여 항상 입으로 숨을 쉬게 되니 목이 마르고 기침이 나오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약국에서 산 트로치 류의 사탕이 큰 도움이 되었다. 꿀 성분이 들어 있는지 상표명이 허니 어쩌고 였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트레커가 꿀 냄새가 난다며 코를 킁킁거리기도 했음.


가이드용 배낭 :

처음에는 내가 가진 더플백을 가이드겸포터에게 맡길 생각이었는데 더플백이 메고 가기에 취약해 보여서 종로5가 포카라를 통해서 가이드용 배낭을 대여했다. 가이드는 동계용 침낭을 포함해 10kg이 넘는 가이드용 배낭에 달랑 25l 정도 되어 보이는 자기 배낭을 매달고 다니다가 매일 롯지에 도착하면 배낭채로 내 방에 놓고 다음날 다시 져주었다.


등산화 :

안나푸르나용으로 처음 산 등산화가 BOA 타입으로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이었는데 내리막길에서 취약성을 보이고, 바닥창이 휘어지는 경등산화 수준이었다. 결국 캠프라인 랜더를 새로 사서 트레킹에 사용했다. 8일간의 트레킹 중에도 발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등산 스틱 :

3년 전에 산 노스페이스 등산 스틱을 사용했다. 등산 스틱을 배낭에 꽂고 가는 사람을 붙들고 스틱이 없다면 모를까 있으면 사용하라고 얘기했다. 하중 분산과 균형 유지에 필수품이다.


아이젠 :

금년에 눈이 유독 많았다고 하지만 아이젠이 없었다면 한 발짝도 떼기 어려운 눈길이 많았다. 아이젠이 없었다면 낙상으로 인한 타박상이나 골절상을 피하기 어려웠을 듯하다.


챙 넓은 등산모자 :

자외선이 얼굴에 비치는 것을 막기 위해 운행 중에는 항상 여름용 챙 넓은 등산모자를 썼다.


흡한속건 쇼츠 :

종로5가 포카라에서 거금 3만 원을 주고 산 SIXS의 쇼트 팬츠를 입고 매일 땀을 흘리며 걸었지만 5일을 빨지 않고 입었어도 아침에는 새것처럼 뽀송해서 좋았다. 역시 돈값을 했다.


메리노 울 등산양말 :

마찬가지로 종로5가 포카라에서 산 메리노 울 등산양말 2개를 5일간 빨지 않고 계속 번갈아가면서 신었다. 문제없이 트레킹을 끝낸 발이 효과를 증명해 주었다.


무릎보호대 :

푼힐을 가는 날만 언더아머 콜드기어를 입느라 쫄쫄이 무릎보호대를 사용하지 못하고 LP758 개방형 무릎보호대를 사용했다. 나머지 기간에는 모두 약국에서 산 쫄쫄이 무릎보호대를 항상 착용했다. 반월상연골파열 증상이 나타날까 봐 최대한 천천히 걸은 것도 있지만 트레킹 후에도 무릎은 이상이 없다.


고글 :

고산지대는 공기가 희박해서 자외선이 더 강하다. 구름이 사이에서 잠시라도 해가 나오면 눈이 부시다. 일반 선글라스도 쓸 수 있었겠지만 얼굴 곡면을 따라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고글이 훨씬 유용했던 것 같다.


여름 등산용 반장갑 :

2월이었지만 해발 3000 이하에서만 다녀서 폴라텍 장갑은 푼힐을 올라가던 새벽 산행 때만 끼었고, 그 외에는 항상 여름용 등산 반장갑을 끼었다. 반장갑이라서 핸드폰 조작에도 편리했다. 자전거 하이킹에서 넘어졌을 때는 결정적으로 손바닥을 보호하는 역할도 했다.


동계용 침낭 :

종로5가 포카라를 통해서 빌렸기 때문에 정확한 Spec은 잘 모르겠지만 다운과 나일론을 혼합해서 충전재로 사용하는 동계용 침낭이었다. 이 침낭 덕분에 밤에 따뜻하고 편안하게 자고 다음날 다시 트레킹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


공기베개 :

롯지에서 제공하는 베개는 관리상태가 의심스러워서 사용하기가 꺼려지는데, 잠을 잘 자는데 베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번에 씨투써밋 에어로 필로우 Large 사이즈를 가지고 갔는데 수면 품질 유지에 유용했다.


붙이는 핫팩 :

등산은 중력과의 전쟁이라고 했는데 붙이는 핫팩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그렇지만 롯지에 도착하자마자 땀에 젖은 옷을 벗고 마른 속옷으로 갈아입은 후에 등 쪽 목덜미에 한 장을 붙이면 다음날 아침까지도 뜨끈한 기운이 유지되어 추위를 이기는데 큰 힘이 되었다. 지금 같은 겨울철이 아니라면 수량을 조절해야 하겠지만 다음에도 꼭 가져갈 계획이다.


파쉬 물주머니 :

자기 체온만으로는 따뜻한 밤을 보내는데 한계가 있다. 저녁 식사 후 파쉬 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워 침낭 안에 넣어둔 후 침낭에 들어가서 파쉬 물주머니를 꼭 껴안고 잤다. 날진 1l짜리 물통도 있었지만 융커버가 씌워진 파쉬 물주머니가 훨씬 유용했다.


휴대용 젓가락 :

롯지에서 한국 라면은 팔지만 젓가락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 포크와 숟가락으로 먹는 라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필수템.


휴대용 컵 :

평소에는 접어서 1cm 이하의 두께로 휴대하기 좋고 펼치면 500cc까지 들어가며 뜨거운 물을 넣고도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씨투써밋 엑스 컵이 유용했다. 특히 갓뚜기 제품을 먹을 때.


갓뚜기 누룽지와 간편국 :

갓뚜기 누룽지 60g 한 봉지에 갓뚜기 간편국 버섯해장국 블록을 함께 넣고 뜨거운 물 500cc를 부어 1~2분 후에 먹으면 우리 음식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다. 강추.


판초 우의 :

비를 많이 맞을 일이 없었기에 다행이었지만 만약 빗방울이 굵어진 가운데에도 산행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을 만났더라면 판초 우의 없이 고어텍스 재킷만으로는 비를 맞으며 긴 시간을 버티기 어려웠을 듯하다. 다음에 온다면 추가 구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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