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ㅡ우산이 없었다ㅡ미정의 단칸방은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 있었다ㅡ언덕 꼭대기 옥탑방, 파스텔톤 사진, 유럽여행, 귀여운 가게ㅡ따위에 슬슬 지쳐갈 때쯤이었다ㅡ오래된 철문을 밀자 끼익 하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ㅡ아무도 없는 방ㅡ나는 빗물을 닦지도 않고 침대 위 이불속으로 말없이 기어들었다ㅡ 이불을 덮고 몸을 한껏 웅크렸다ㅡ거친 숨소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ㅡ빗줄기가 창문을 부서질 듯 두드리고 있었다ㅡ눈을 감은 지 얼마가 지난 것 같았다ㅡ빗소리는 여전히 들려왔고, 나는 이불속에서 움츠린 채 그대로였다ㅡ꾸덕꾸덕해진 몸을 조금 움직이자, 사각사각 이불이 소리를 냈다ㅡ빗소리인 줄 알았던 소리가 뚝 그쳤다ㅡ화장실 문을 여는 소리가 끼익, 불 끄는 소리가 딸깍 하고 들려왔다ㅡ 나는 숨죽이며 이불 밖의 소리에 집중했다ㅡ발소리가 자박자박 들리더니 누군가 침대 옆에 앉은 것 같았다ㅡ나는 계속 자는 척을 할지, 방금 일어난 흉내를 낼지 망설였다ㅡ
알고 지낸 커플의 이별 소식을 들었다ㅡ나는 페북에 들어가 커플이었던 두 명 중, 남자 쪽 계정을 지웠다ㅡ
만약 내가 일을 그만둔다면 ㅡ이유는 100퍼센트 상사에 대한 '미소포니아' 때문일 것이다ㅡ쩝쩝 킁킁 카악 흠흠 끄응 쓰읍 ㅡ생각만 해도 소름끼친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