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레오, 브랜드 인지도 파악하다.
BACKGROUND
우리나라에 병원 중 이름을 알고 있는 병원이 몇 개나 될까?
알아도 대부분 대형병원에 속할 것이다.
대부분 어르신 분들의 대화 속에 가끔 이런 비슷한 대화 내용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어제 그 사거리 옆에 3층인가 2층에 있는 병원에서 주사 맞았잖아! 거기 너무 좋더라고."
"아니 아니, 거기서 쭉~~~ 가다가 철물점 끼고 우회전! 그러면 바로 보여, 파란색 간판으로 그 머냐그... 아무튼 파란 간판이야! 파란 간판~"
어르신들의 대화나 혹자(或者)의 부모님 뻘 되는 분들의 일상적인 대화일 수 있다.
대형병원은 지역을 대표하기도 하고 워낙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건물이 지어질 때부터 브랜드 네임을 어느정도 인지시킨다. 지역주민이거나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소병원은 개원을 한다 해도 극 소수에게만 알려지고 있고 그나마 전단지를 뿌리고 광고(광고비가;;)를 많이 해야 인지 시킬 수 있다. 중소병원은 시작부터가 대형병원과는 많이 다르고 많이 힘들다 생각한다. 우리 병원도 중소병원에 속한다.
이직 후 당시에 장인어른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 자네 이번에 이직했다면서? 병원으로 갔다고 들었는데 어디 병원인가?"
"네, 서울척병원이라고 미아사거리에 위치해있고, 척추, 관절, 내과/검진센터가 있고... 또, 아! 분당(당시 장인 어른댁 앞에 분당 척병원이 있었다.) 척병원과 같이 시작한 병원이에요. 의정부랑 노원에도 있는데......"
"아! 척병원?"
뭔가 부연설명을 길~~~ 게 해야 알아봐 주시는 듯했다.
만약 대학병원이었다면 쉽게 브랜드 네임만 말씀드렸을 것이다. 굳이 위치나 하는 것까지 설명해가면서 말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어디 병원 뿐이겠나 싶다.
입소문
아마도 대부분 중소병원에서 "어떻게 우리 병원을 알고 왔느냐?"라는 질문을 고객들에게 던진다면
입소문으로 알고 왔다고 하시는 고객님들이 많으신 것 같다.
심지어 어떤 병원은 버스광고나 기타 광고에 입소문이 많은 병원이라고 써붙이고 다닌다.
앞전에 언급했던 어르신들의 대화처럼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이 입소문에 속할 것이다.
온라인 댓글을 통해서 혹은 SNS를 통하여 또는 광고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제 삼자에게 소문을 내는 것 또한 입소문일 것이다.
"그러면 온라인이나 SNS나 광고는 효과가 없는 것인가?" 누군가에게 바보 같은 질문을 들었던 적이 있다.
입소문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게 하여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을 내게 하는 마케팅 기법이라 정의할 수 있다. 입소문은 SNS나 온라인, 홈페이지, 광고처럼 마케팅 효과를 측정하는 매체가 아니다.
중요한 건!
입소문을 어떻게 전달하고 있느냐?
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브랜드를 고객은 어떻게 인지하고 있고 어떻게(HOW?) 타인에게 전달하고 있을까?
그 생각의 끝은 간단했다.
이름을 알아야 말할 수 있고 말하다 보면 입소문이라도 나지 않을까?
현재는 서비스디자인팀이지만 당시는 마케팅팀으로 입사했었다.
입사 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디자인 Identity를 구축하는 일과 병원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었다.
사실, 당시에 난 서울척병원이라는 이름을 몰랐다. 사는 곳과는 병원이 위치한 지역이 다르기에 알 수도 없었고 지역마다 동일 브랜드 명으로 네트워크가 엄청 크게 자리 잡은 병원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브랜드 네임 인지도 조사를 통하여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서울척병원'이 아닌 '척병원'이라 불리고 있었고 그 이름이 성북구에서 어느 정도 유명세가 있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의 첫 출근, 첫 라운딩은 기대 이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메디컬 디자인에 대해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모든 디자인 제작물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항상 병원에 새로운 사람이 오면 디자인을 평가하는데 대부분 History를 모르고 보이는 것에만 평가를 한다. History를 알려주면 그제야 "아!~"하며 이해를 한다. 실례다. 평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지 자기 혼자만 보는 눈이 있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지나고 나서야 배웠다. 그 부분을 그렇게 디자인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었을 텐데...... 나도 그땐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어쨋든 디자인 퀄리티(Quality)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예전 디자이너가 잘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잘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병원 싸인 전문 회사들의 손길이 그대로 묻어있는 원내 Signage와 무늬목지로 도배된 벽면들을 보며 앞이 막막했었던 것 같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을 담아냈는지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그 형태조차 알 수 없는 추상적인 Symbol Design이었다.
이러한 로고 조합은 로고타입 부분의 척병원이라는 글자만 고객들에게 각인되었다.
디자인이 주는 힘이 바로 이런 것이다. 지역명(서울)+심벌+로고타입 조합에서 그 순서를 바꾸었다면?
심벌+브랜드 네임(서울+척병원)
아마 현재 서울척병원을 풀네임 그대로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시대(미니멀니즘)가 시대(신조어 생성=줄임말 유행)인지라 척병원이라 불렸을지도 모른다.;;
의료 광고심의를 볼 때 심벌을 앞으로 빼고 서울척병원을 넣으라는 요청을 받는다. 무식한 소리다. C.I. 를 마음대로 바꾸고 규정 없이 운영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로고 개발 전이라면 모를까.
Basic System Manual이 있어야 한다. 조합의 순서를 바꾸어 적용하라는 요청 자체가 디자인에 대한 지식이 '0'에 가깝다는 얘기이다. 짝퉁 브랜드를 만드는 가장 처음 단계가 바로 이런 발상에서 시작된다.
이런 사람들이 심의를 본다. 현재 의료계의 모습이다.
이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그 유명세가 남쪽나라(?)까지 퍼지게 되면서 곳곳에 척병원을 따서 병원 이름을 짓는 병원(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나왔던 '이케요'같은 짝퉁 브랜드?)들이 생겨났고 그런 병원에서 발생했던 민원(VOC)이 우리 병원으로 오게 되는 현상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서울 성북구 미아사거리에 위치한 서울척병원이 각 지역에 있는 척병원의 대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의도치 않게 브랜드 인지도에 타격이 발생한 것이다.
이사장님은 이러한 VOC를 접하면서 더욱더 리브랜딩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지셨던 것 같다.
라운딩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해서 또 한 번 놀랐다. 사무실 환경이 열악했었다. 이제야 밝히지만 첫 출근 다음날 퇴사를 하려고 했었다. 지금은 그럭저럭 그때 보단 좋아졌다. 사무실에서 앞으로 해야 할 것들에 대해 끄적여 보고 있는데, 이것저것 시키는 게 많았다.
어디 부서에서 안내문이 필요하다, 어디 부서에서 포스터가 필요하다,
어디 부서에서......
결국 그렇게 출근 후 세 달 정도는 야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꼭 이것 때문은 아니지만 당시 홈페이지도 너무 이 상했던 터라 온라인까지 모두 손을 대야 했었다.
그 세 달간 내가 해놓은 건 이렇다 할 것들이 아무것도 없었다. 고작 포스터 수십 가지와 안내문이 다였다.
이런 것만 하려고 병원에 온 것이 아닌 터라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던 것 같다.
디자이너가 입사해서인지 내가 가진 스킬들로 업무에 필요한 안내문을 요청하는 건수가 빈번했다.
우리 조직의 규모 로보면 꼭 디자이너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라 생각한다. 아직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찮은 일이라 여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병원에서 파트별 매니저 급이면 안내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은가?
안내문은 디자인이 우선이 아니라 안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부족원(=직원)들과 소통을 통하여 알게 된 사실은 안내문을 써서 게시하는 게 어렵고 힘들다기 보단 '디자이너가 해주면 조금 더 이쁘게 해 주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생각이 틀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명사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이해는 되었다. 하지만 당시 서울척병원 규모가 작지 않았기에 요청되는 모든 안내문을 혼자서 디자인 하기엔 무리가 있었기도 하다.(입사 당시 일 년간 제작되는 제작물 중 안내문은 150개 정도 제작되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휴일 및 휴가를 제외하고 근무일 수와 맞먹는 수치인 셈.)
추후, 이 부분도 원활한 업무를 위해 서울척병원의 베이직 시스템에 추가된다.
일과 시간에는 요청 업무만 진행했다. 포스터, 안내문, 리플릿, 브로셔, 버스광고 기타 등등.
퇴근 후에는 서울척병원이 가질 새 이름과 상징에 대한 생각만 했다. 당시 신혼이었던 나는 매일 저녁을 집에서 일만 했던 것 같다. 가끔 티격태격도 하고 불평도 늘어놓고 서운한 점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잘 참고 옆에서 응원해준 아내에게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신혼 초에 잘 다니던 디자인 회사를 퇴사하고 생전 처음 병원에서 디자인 업무를 하게 된 부분에서 아내도 이해를 해준 듯하다. 어찌 보면 그동안 메디컬 시장에 없던, 디자인에 대한 부분을 개척해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채표하면 까스활명수가 생각나잖아요?
서울척병원하면 뭐가 생각나죠?
서울척병원 김동윤 병원장(現 이사장)님이 로고 개발 당시 마케팅 팀에게 던진 질문이다.
고객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기억한다. 언급한 부채표 말고도 초코파이하면 생각나는 단어'情'가 있듯이 이러한 것들은 곧 브랜드의 자산(Brand equity)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 자산에는 대표적으로 심볼이나 로고타입, 4th Element, 슬로건(Slogan), 어플리케이션시스템(Application System)등이 있다. 당시 그 누구도 이사장님의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한 사람은 없었다.
고객들에게 어떠한 이름으로 불려야 할까?
고객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이미지를 제공해 주어야 할까?
생각의 과거를 돌아보는데서 시작되었다. 당시 고객과 서울척병원과 현실의 갭(Gap)을 명확히 하기 위해 우리는 앞서 언급한 브랜드 네임 인지도 조사를 하게 되었다. 총 15일간, 서울/경기 지역에서 서울척병원과 의정부 서울척병원을 다녀간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브랜드 및 로고의 적합성을 진단하기 위한 조사방식으로는 BPI(Brand Power Index) 평가로 진행되었다.
뜻밖의 결과가 도출되었다.
척추 관절병원 브랜드 인지도는 동종 업계 대비 절대적인 인지 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브랜드 최초 상기(Top of Mind) 도는 86.7%로 나타났으며, 비보조 총 상기는 100%로 나타났다.
비보조 상기 = 유도 없이 떠오르는 브랜드
비보조 총 상기 = 비보조상기의 브랜드들을 총칭하는 말
보조 상기 = 유도를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최초 상기(TOM) = 비보조상기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그 외 보조 인지도 및 최근 브랜드 이용현황, 브랜드 호감도도 월등히 수치가 높게 나왔다. 이렇게 여러 파트별로 BPI Index 평가를 진행하였다. 평가지의 모든 내용을 공유 드릴수는 없어 결과만 말씀드리면 강북지역 서울척병원 인근 병원의 동종업계만 보았을 때 82.9점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로 브랜드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 당시엔 그만큼 서울척병원의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과 상품의 질이 좋았다고 자체 평가되었다.
다만 로고 평가만은 달랐다. 수치만 봐서는 로고를 변경할 이유가 별로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수치는 인근 병원들과의 비교일 뿐인 것이다.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현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척추전문병원의 로고는 어떤 로고여야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병원과 어떠한 부분이 어울리는지, 눈에 띈다면 어떠한 상황(전체적인 시인성인지 단지, 타 병원과의 비교인지)에서 눈에 띄는지 이해하기 쉽다는 기준은 무엇인지, 기억하기 쉬운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만 했다.
또한 독특하다/차별적이다, 세련된/고급스럽다 속성에서는 다른 속성 대비 낮게 측정이 되고 있었다.
로고의 감성적 이미지는 전문적인, 믿음직한, 인간적인, 도덕적인, 앞서가는, 적극적인 순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부드러운 매력 있는 등 네이밍 감성적 이미지 평가와 마찬가지로 다른 이미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어 개선이 필요했다.
리서치 재해석
앞서, 브랜드 및 로고의 적합성을 진단하였다. 서울척병원은 동종업계 타 병원 비교 기준으로 전체적인 브랜드 인지도(66.80)가 상대적으로 다소 높았지만 낮은 수치임에는 분명했다. 세부적으로 품질인식(95.80)이 높았으며 평판(88.90)도 높았다. 연상 이미지(81.60)는 수치상으로는 높게 나왔으나 상대적으로 볼 때 월등히 낮은 수치였다. 보통 이런 결과를 대면할 때 대부분의 병원 브랜드들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무턱대고 광고를 한다던지 해서 고객과의 지속적인 커뮤니 케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것은 불필요한 광고비용을 소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지도가 낮게 나와서 고객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인지도가 왜(Why)? 낮은 지를 정확히 찾아야 하는 것이 먼저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이유는 상대적인 수치가 낮았던 브랜드 연상 이미지가 그 이유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핵심 연상 이미지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No.1 브랜드 전략 : 약점을 보완하는 대다수의 접근방법 = 평준화된 모습
Only 1 브랜드 전략 : 강점을 더 강하게 하는 극소수의 시도 = 독특하고 차별화된 모습
서울척병원의 다소 약한 연상 이미지를 끌어올리되, 최대한 독특/차별화된 모습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리서치를 통해 서울척병원의 시장에서의 위치가 어느 정도 명확해졌다.
김동윤 이사장님은 당시, 서울척병원 브랜드에 필요한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채 표하면 생각나는? 여기서 연상 이미지는 부채표이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사과, 나이키는 부메랑,...... 등. <스토리 3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