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순간을 바라면서도, 비로소 아무도 나를 찾지 않게 되었을 때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슬며시 기어들어와 나를 잠식하려고 한다. 참 단단했으며 스스로를 귀히 여기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불안한 상황에도 크게 울어버린 뒤 씩씩하게 걷는 이는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 모습이 그립고 아쉽고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 불안하다.
그런데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좋아라 했던 모습은, 어쩌면 지금 내가 놓아버린 직장이라는 굴레 때문에 나타났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나 하나쯤은 책임지며 잘 살고 있다는 안도감. 모험을 즐긴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동경하기 때문에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
지금도 밀려오는 감정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현재의 '나'가 있다. 그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무력감에 휩싸일 때도 있지만 도무지 들키고 싶지는 않다.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친구에게 '외강내유'라는 말을 들었을 때 겉으로는 허허 웃고 말았지만, 속에서는 '아니야!'라고 외치던 나의 방어기제가 생각난다. 왜 그렇게 나는 여린 모습을 보여주는 걸 무서워하고, 내가 좋아하는 나(또는 누군가)의 모습으로 날 봐주길 원하는 것일까. 외강내유가 뭐 어때서!
이렇게 질문을 던지다가도 밀려오는 피곤함과 귀찮음을 핑계 삼아 결국 답을 찾기를 포기한다. 그리고는 함께 먹을 저녁과 오락가락하는 날씨, 방금 마주친 길고양이와 같은 지극히 미시적인 이야기들로만 대화를 전개해 가는 순간적인 도주를 선택해 버리고 만다.
23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