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은 잊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당시에는 너무 괴로워 죽어달라고 빌었던 사랑이,
시간이 지나면 살아갈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 큰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이후에 나를 잃을 것 같은 사랑을 만나도
그 기억에 의지해 나를 지켜내는 것이다.
"추억이란 그것이 슬픈 것이든지 기쁜 것이든지
그것을 생각하는 사람을 의기양양하게 만든다."
_김승옥, 무진기행, 1964년 겨울
시간이 추억이 되면 감정은 기억으로 남아
고통과 번뇌는 사라지고 하나의 소설로 자리잡는다.
그때 쯤이면 이제 그 소설을 읽어도 아프지 않게 된다.
그러면 나는 살다가 지칠 때 남몰래 그 소설을 꺼내보며 의기양양해 한다.
이렇게 인생은 한치 앞도 모르니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 사실을 나는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