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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표 Mar 21. 2024

그리 길이길이 그린 글

진심을 길이길이 그리게 되는 글이 그리도 좋다

“글이 그리도 좋다.”

나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본다. 초등학교 졸업앨범에 적힌 내 장래희망은 시인이었다. 동시쓰기, 편지쓰기 상을 아마 가장 많이 받았을 것이다. 중고등학생 때 가장 잘하고 좋아했던 과목은 항상 국어였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잠깐 작사가를 꿈꾸기도 했다. 시에 선을 붙이면 가사가 되고, 시인에서 작사가의 꿈으로 수미상관을 이루었다. 글이 좋다는게 효과적으로 강조되었다. 좋아하는 글이 바탕이 되어 나의 길이 그려졌다. 별이 빛나는 밤, 라디오를 통해 위로를 받던 여고생은 라디오PD가 되고 싶었다. 세상의 많은 사연들이 소리가 되어 내 머릿속에 그려졌고, 글과 말이 위로해주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언론학도의 길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라디오PD가 되진 않았지만, 대학시절 만족하는 공부를 했고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취미생활 마저 글쓰기를 하고있으니 나에게 있어 글의 의미를 묻는다면, 물음표 하나 남지 않는 확신의 느낌표다.


“진심을 길이길이 그리게 된다.”

그 어떤 표현이든 말보다 글을 선호한다. 정갈한게 보기 좋고 마음도 편하다. 나의 진심을 차려 정갈하게 내놓은 게 바로 수민표 한 글이다. 문자메시지와 편지로 내 진심을 표현하는게 익숙하고 편하다. 말은 내뱉는 순간 휘발하지만, 글은 진심이 길이길이 남을 방법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쓸 때 사랑이 아닌 수많은 단어들로 어떻게 사랑을 말할지 골몰하게 된다. 낭만, 운명과 같은 단어들로 우리의 사랑을 극적으로 쓰고, 밤하늘의 별, 바다의 윤슬과 같은 단어들로 내 진심을 반짝인다. 부정의 표현도 나에겐 글이 편했다. 눈물이 차오르고 머리가 새하얘져 어떤 말을 꺼내야할지 갈피를 못잡을 때, 글의 나침반으로 감정상태와 그 사유를 명확히 가리킨다. 그렇게 나의 감정을 그려내면 한 결 후련해지고 감정의 농도도 옅어진다. 하지만 흔들리는 동공, 습해진 눈물샘, 떨리는 목소리가 결여된 표현엔 오해가 생기기 쉽다. 내가 그려내는 진심들에 오해의 물음표가 생기지 않도록 수없이 지우고 다시 쓰며 더욱 정확한 마침표를 노력한다.


글에 대한 진심을 그리는 게 처음이라 이 글은 더욱 애틋하다. 손가락이 아프고 잉크가 바싹 마르기 전에 더욱 많은 글들을 길이길이 남겨야지 마음 먹는다. "그렇게 오래도록 나를 표현한 게 바로 글이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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