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지구 반대편으로부터

Dear. Santiago

by 숨표

여러 징검다리를 신나게 건너느라 동기들에 비해 졸업도 늦어졌다. 일본 교환학생을 다녀온 뒤 복수전공 학점을 채우느라 고군분투했던 시절에 나는 너를 처음 만났다. 2019년, 내 대학생활 마지막 학기의 이야기다.


국제학부 수업에선 대부분이 외국인 유학생들이었고 교수님 마저 모두 외국인이었다. 가뭄에 콩 나듯 있었던 한국인들은 나처럼 그 전공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한 학생들이었다.

윌리엄의 수업에선 학생들이 매주 새로운 조를 이루어 그날의 주제에 맞는 토론을 진행하곤 했다. 그 당시 나는 한국인들보다 외국인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더 잘했던 것 같다. 몇 없는 한국인들끼리는 좋은 학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하느라 더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 너는 나를 이렇게 기억했다.

“너는 유러피안 같지도 않고, 아메리칸 같지도 않은데 어디서 왔어?“ 내향적인 너에게 말을 걸어준 적극적이고 당차고 똑똑한, 고마운 친구라고.


나는 너를 이렇게 기억한다.

새로운 조는 짜였고 우리는 같은 조였고, 너는 굉장히 큰 백팩을 메고 온 지각생. 영화에 나올 법한 귀여운 꼬마박사 같은 느낌이었다.


콜롬비아에서 온 너와 한국에서 온 나는 친해졌다. 아시아권 친구들이랑은 왠지 친해지기가 쉬웠는데, 어찌 보면 너는 나의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물리적으로도 유전적으로도 정반대인, 완벽하고도 철저히 반대인 사람. 이런 나를 너는 많이 좋아했다. 내향적인 너에게 풍덩 던져진 나는 크나큰 파동으로 너의 청춘을 강하게 흔들었다. 덕분에 나도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었다.


글 쓰는 걸 좋아했던 너는 고향으로 돌아가 나를 위한, 나에 대한 글을 썼다. 무려 세 편이나. 너에게 나는 큰 영감이 되었다고 했다. 너의 한국 유학생활에서 나는 정말 소중하고 잊지 못할 존재라고 했다.

너는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영광이자 행운을 나에게도 선사해 준 셈이다. 소중하고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너는 콜롬비아로 돌아갔고 나는 졸업을 했다. 그 이후에도 우린 SNS를 통해 서로의 근황을 확인하고 간간이 연락도 하고 지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너와 너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 정말 많이 아쉬웠다. 슬펐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걱정도 됐다. 평소엔 그리 믿지 않던 말을 그땐 굳게 믿고 싶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


마지막 연락 후 5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전 세계엔 지독한 전염병이 꽤 오랜 시간 퍼져있었고, 많은 교류들이 자연스레 끊겼다. 나는 부산과 대구를 오가며 사회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고, 인생의 쓴맛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나에게 팔로우를 걸었다. 의심하거나 고민할 겨를 없이 나는 너를 단번에 알아봤다. 와, 희소식이 왔구나! 내가 너를 기억 못 할까 봐 용기를 많이 낸 DM이었다는 걸 안다. 내가 너를 어떻게 잊겠니. 결국 네가 한국에 다시 오는구나!


우린 6년 만에 대구에서 다시 만났다.

나는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이 올 줄 몰랐고, 너는 이 날만 기다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 날이 꼭 올 거였다고.

오랜만에 만나 대학시절의 청춘을 추억하고 지난 5년의 근황을 주고받고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을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너는 우리의 다음 만남은 5년이 안 걸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슬퍼하지마, 우린 꼭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내가 그 안에 결혼을 한다면 세계 어느 곳이든 너는 날아온다고 했다. 순간 너에겐 꼭 더 기분 좋은 유난을 떨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너를 사실 나도 많이 좋아했다. 한결같이 나를 응원해 주고 멋있어해 주는 나의 친구야, 나라는 존재를 네 인생의 소중한 조각으로 남겨주어서 고마워. 너도 평생 잊지 못할 나의 청춘 한 조각이라는 걸.


그리고 이것도 결국 크디큰 사랑이라는 걸,

나는 깨달았다.


from. Santiago
It's really nice to see you grow into the amazing person you are now, both inside and out. I hope you never forget how incredible you are and how much you inspire the people around you, just by being you.
네가 지금처럼 멋진 사람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게 되어 정말 기뻐. 내면도 외면도 모두 아름다워. 너 자신이 얼마나 놀라운 사람인지, 또 네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감을 주는지 절대 잊지 않았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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