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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Grace Oct 26. 2021

1. 여자들의 삶과 일로   스타트업에 도전하다.

              돈 한푼없이 베짱좋게 ppt 몇장으로 .....


인터뷰를 마친 담당자가 갑작스레 생각이 났다며

"대표님! 이번에 도움이 필요한 신생아 수가 늘어났는데 너무 어려서 봉사자님들이 부담스러워하셨거든요.

봉사자들 대상으로 신생아 돌봄을 주제로 강의를 해주셔도 좋을듯해요"

 

살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인연으로 또 다른 시작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면서 삶도 달라졌다. 삶이 달라져서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진 건지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져서 삶이 달라진 건지 때때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그거 아니야? 혹은 무슨 차인데?

별스럽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후자 쪽에 손을 든 건 나의 의지로 이룰 수 있는 결과물에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었다.

 

일 년 전 주위에서는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라고 여겼을 정도로 돈 한 푼 없이 ppt 몇 장으로 start-up에 도전했고 5200만 원 지원을 받아 창업하게 되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다 보니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며  누구나 start-up에 관심은 있지만 진입장벽이 높다는 선입견과 방법을 몰라서 못한다며 공유하기를 원했다.

 

실제로 창업 관련 책을 읽어봐도 내가 겪었던 것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고 start-up이라는 게 꼭 진입장벽이 높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중년의 여성. 경력단절. 심지어 외국에서 살다 귀국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에도  급급한  소위 악조건은 모두 갖고 있었던 내가 항상 해주고 싶었던 말은 광고 모델이 정면을

응시하며 외치던 말. "야! 너도 할 수 있어."였다.

 

출처: pexels


지금 나의 타이틀은


여성 기업가. 여성 창업가. 여성벤처협회 회원. 사회복지사. 사회서비스 제공 기관장. 연구소장. 나에게 따라붙는 직함이다. 언뜻 보기에도 꽤 그럴듯하다. 작년 4월 start-up에 선정되어 업무 협약을 맺고 10개월 동안  누락 없이 업무를 수행한 덕분에 최우수 상을 얻는 최종 결과를 낳았다. 물론 쉽게 얻어진 결과는 아니었다. 사업자 등록부터 협회 측에 사업비를 청구하고  반려되고 재청구를 하기를 매번 반복하면서 그야말로  공식을 터득하고 현재는 두건의 지원사업을 받아  웬만한  5~6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하는 대면 발표가 떨리거나 무섭지 않은 회사 대표가 되었다.


과거의 나는


누구나 한 번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미래를 위해 철저히 준비했을 거란 아쉬움을 달랬을 것이다. 나 역시도 어째서. 그토록 느슨했을까. 긴장감 1도 없이 찬란했던 젊은 시절을 시들시들하게 살았다. 현재에만 만족하며 그 만족이 영월 할 거란 유아적 사고에 안주하다 그야말로 철퇴를 맞은 계기가 있었다. 각자의 드라마틱한 어려움이 나에게도 있었고 하루아침에 나 혼자 씽크홀로 빠지듯 주위에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시간을 올 곳이 감수했고 남의 나라에서 버텼지만 이방인의 삶을 나의 미래로 정하기가 싫었다. 같은 실패를 두 번 하지 않을 거란 다짐을 한 후 귀국행을 결정했다.


출처: pexels


창업이나 해 볼까


40 중반의 여자가 경력도 10년이나 단절됐고 한국처럼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버벅거리는 영락없는 촌뜨기가  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젠장. 이제야 이런 걱정을 하다니.

100세 시대에 앞으로 20년을 젊고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직업을 적어보려니 없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는 동안 분명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는데... 결론적으로는 대학 전공도 다 소용없었다. 대한민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영업직. 최저시급으로 하는 육체 노동직뿐이었다. 그런데 이 육신이 또 5년 주기로 노화가 된다니 그럼 너무 허망하잖아....


같은 상상으로  삶을 바꾼다


늦은 감이 있지만 분명 난 정신을 차린 게 맞다. 인간계만이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발버둥을 친다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보니 허세와 타인의 시선은 내 인생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커다란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매일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일을 하는  상상을 했다. 상상을 현실로 이끄려면 필요한 것들을 알아봤고 행동으로 옮겼다. 그중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과 현장 경험을 하는 것이었다. 출산을 한 산모와 신생아를 돌보는 현장 경험은 나에게 커다란 기회였다. 직접 만난 산모들과 신생아의 환경과 정서는 다양했고 그들의 데이터가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그들을 위한 서비스 사업을 하려면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는 게 제공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훗날 사회서비스 사업 대표를 상상하는 건  수험생 딸보다도 책상 앞에 오래 앉아 공부하고 일을 병행하는 억척스러운 일상도 견딜 수 있게 해 주었다. 지난날 머리와 입으로만 움직이던 삶에서 무조건 몸이 튀어나가는 다소 부담스럽게 적극적인 삶으로 전환되는 시점이었다.(가끔 주책맞은 아줌마 같아서 혼자 머리채를 부여잡을 때도 있었다.)


출처: pexels


롸잇 나우!


주변에서 많은 질문을 한다.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껴 돌연 퇴사한 20대,  가장을 대신에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주부. 은퇴를 앞두고 새로운 직업을 고민하는 친구들은 start-up에 선정되려면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잡고 완벽하게 준비한 후 도전하는 게 낫지 않냐고......

그때마다 준비에 완벽함이 있을 수 있냐고 되묻는다. 그리고 머리와 입으로 움직이지 말고 지금 덤비는 게 빠른 결과물을 얻는다고 일단 저지르고 수정 보완하라고 말해준다. 내가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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