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by By Grace

B는 주혜가 무슨 의도로 하는 질문인지 몰랐다.


"저...... 혹시 이모님은 종교가 있으세요? "


"저요? 불교이긴 한데 왜요?"


"왠지 그럴 것 같았어요."


주혜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 B를 봤을 때, 직관적인 느낌이 게운치 않음을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오더라도 별반 다를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또다시 다른 사람이 방문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 다만 3주간 B와는 가급적 많은 말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색한 침묵을 깨듯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방에서 나온 철수가 거실에 있는 B를 보고 사람 좋은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B는 까칠한 주혜를 상대하기가 껄끄러웠던지 때마침 나타난 철수가 반가웠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저도. 와이프도 아기케어를 어떻게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밤새 아기가 우는데 당황스럽기만 하고.."


"어이구 다 그렇죠. 뭐... 처음부터 어디 쉽나요. 저도 오늘이 첫날이라 아무래도 낯이 설어 부족한 게 많을 거예요. 최선을 다할 테니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편하게 다 말씀해 주셔요."


"아이고 이모님도 참. 저희가 원하는 건 그저 아기만 잘 신경 써주시면 됩니다. 다른 건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정말."


주혜는 B를 빤히 보며 잇몸이 드러나도록 환하게 웃는 철수와 그런 철수 앞에서 어색해하며 호들갑을 떠는 B를 번갈아 보다 슬며시 방으로 들어갔다. B는 주혜에게 먹히지 않았던 요구사항들을 어쩌면 쉽게 응해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철수에게 들으라는 듯 흘끗거리며 중얼거렸다.


"근데 바닥에 물건들을 정리할 서랍장 같은 게 있으면 좋으련만.... 저걸 어디에 둔담..."


철수는 복자에게 관심 두지 않고 아기에게 다가가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가며 어깨를 들썩이며 과장된 체스처를 취하자 B는 다시금 무안해졌다.


“oh! baby. good morning. you facial expression is so cute..... 난 너랑 하고 싶은 게 진짜. 너무 많아.. 난 널 글로벌하게 키울 거야....”


복자는 그런 철수와 아기를 쳐다보다 짧은 한숨을 쉬고는 중얼거리며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쳇. 엉성스럽게...... 애가 뭔 영어를 알아듣는다고..... 나원. 부부가 쌍으로 영어는 무슨 놈의 얼어 죽을 영어람......"


방으로 들어온 주혜는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고 있지만 밖에서 들리는 복자의 혼잣말이 크게 들려와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이마 위에 올렸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모르겠는 것은 어쩌다가 이 아이를 낳게 되었는가 하는 과정이다. 그러니까 처음 철수를 만났을 때, 그리고 연애하면서, 결혼을 전제로 한 것도 아니었고,

어느 누구도 결혼 이야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은 더더욱 없었다. 아기를 낳은 것이 옳은 판단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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