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

by By Grace

자신을 산후 도우미라고 소개하는 B는 곱실거리는 파마머리에 광대뼈가 두드러졌고, 강한 턱선이 남성적인 인상을 주었는데 엄마 같은 푸근함도, 이모 같은 친근함도 친한 선배 같은 느낌도 들지 않는 평범한 중년여성이었다.


손부터 씻겠다고 화장실을 묻더니 아예 유니폼까지 갈아입었는지 나오면서 급하게 지퍼를 올리며 뭐가 그리 궁금한지 꼬치꼬치 쓸데없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엄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경제력이 없어 보여서? 흥! 천만에 사람 잘못 봤다.'


주혜는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어쩐지 계속 염탐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여 괜히 사람을 들였나 하는 마음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응급으로 출산을 하고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온 첫날부터 어땠는지를 떠올리면 끔찍했다.


쪼글쪼글하게 생긴 2.8킬로그램짜리 생명체는 하루 8번을 두세 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먹어야 했고 분유를 먹이기 위한 사전 의식 또한 만만치 않았다. 물을 팔팔 끓여 식혀야 했고 여분의 찬물도 보관을 해두어 적정온도로 맞춰야 했다.


어쩌다 분유포트에 물이 다 떨어지기라도 하면 물 끓이는 그 몇 분을 기다려주지 않고 악을 써대며 울어대는 아기가 괴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새벽에는 또 어떤가. 분유도 먹고, 기저귀도 갈아줬음에도 오만인상을 쓰며 끙끙대고, 안아줘도 울어대고,

등에 식은땀이 흘러 애초에 잠을 잔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밤을 골딱새는 날이 쌓이면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루틴을 보내던 어느 날 밤.


겨우 잠든 아기를 누이고 참았던 방광이 터지기 일보직전에 화장실로 달려가 볼일을 본 후 일어서던 주혜는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자 속옷을 끌어올리던 동작을 멈췄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사람이 아니었다. 등은 구부정했으며 눈 밑 다크서클이 턱까지 차오른 공허한 동공. 허리까지 풀어헤친 머리칼의 자신을 마주하자 영화 유령신부의 흉물스러운 모습과 겹쳐 겁이 났다.


그 순간 아기의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이 이렇다는 사실에 눈물이 차올라 그대로 주저앉아 변기를 붙잡고 꺼이꺼이 울어댔다. 이튿날 주혜는 출산 관련 지원안내 사이트를 모조리 찾아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지원 중 집으로 찾아와 도움산후도우미를 신청했다.


아기침대 주변을 기웃거리며 연신 무언가를 찾는듯한 B는 어색한 미소로 주혜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기용품을 보관할 가구는 따로 없는가요? 아기 물건을 넣어 둘 가구가 전혀 없네요."


"제가 미니멀리즘이라 따로 가구를 사지 않았어요."


B는 미니멀이 의미하는 게 뭔지 몰라 당황했지만 재빨리 표정을 바꾸어 예의 서비스직 웃음을 되찾았다.


"아. 그래요?...... 그게 뭔 말인가는 몰라도 아기 옷이나 손수건 같은 거를 어딘가에는 두어야 하지 않나요?... 다이소에 가면 수납하는 장 있는데 얼마 안 해요. 5000원만 주면 사던데...... "


"제가 즐비하게 가구를 배치하는 거 싫어하거든요.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갑자기 진통이 와서 출산을 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어요. 사람 불러서 대청소 싹 할 거예요. 그때... 가서 필요한 게 있으면 뭐.... 살지도 모르겠네요."


B는 무슨 말을 하려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는 게 어렵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주혜는 무례한 사람들에게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가끔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당장 눈앞에 이 아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도무지 사람들은 믿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주혜는 B와의 대화를 오래 나누고 싶지 않아 단답형으로 상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출산 전 임신성 당뇨 때문에 식단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은 듣고 아기에게 태어나자마자 나쁜 병을 물려주는 엄마는 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아기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해. 좋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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