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실거리는 실루엣을 한 참 쳐다보다 이내 눈을 감았다.
거실은 커튼이 설치되지 않아 쏟아지는 햇빛을 몸전체로 받아내고 있음에도 오한을 느낀 주혜는 선 채로 팔짱을 끼고 일렁이는 파도를 쳐다보다 바닥 한가운데 둥근 신생아용쿠션에서 잠든 아기를 쳐다봤다.
아기를 중심으로 파노라마처럼 거실전체가 천천히 돌아가면서 벽 쪽에 2인용 흰색 소파가 보였고 맞은편에는 아기침대와 머리띠, 서류, 머리빗등 잡동사니들이 뒤섞여 거실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아이를 낳았다. 언제 어디서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내가 엄마가 되었다고들 한다.'
주혜는 모든 게 낯 선 지금 상황이 어쩌면 현실이 아닌 꿈 속에 자신이 서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철수는 느닷없이 바닷가로 이사를 가자는 제안을 했고 며칠 후 어플로 봐두었던 서너 곳의 집을 보고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그냥 바다가 보이는 곳이라고만 했지 동해인지 서해인지 말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남편의 직장발령이라던지 아이 교육을 위한 다던지 어떤 결정적인 계기로 이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바닷가로 이사를 가자는 철수의 말은 현실감이 없는 피터팬의 소리 같았다.
철수는 어느 모를 지역으로 혼자 기차를 타고 하루 만에 집계약부터 이삿짐센터까지 해치우는 즉흥적인 남자였다.
바다가 보이는 푸른 초원 위의 집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시내에서 한 참 떨어진 외곽 오피스텔은 신축이라고 하기에는 조잡한 옵션과 반도 입주하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주혜를 실망시켰다.
2구짜리 가스레인지가 딸린 싱크대는 그릇건조대 하나 놓을 자리도 없었고 변변한 수납공간 없이 겨우 걸쳐놓은 듯한 2인용 반원 식탁이 제위 치를 잡고 있었다.
이삿짐이라고 해봤자 두 사람 옷가지가 전부임에도 이제 갓 태어난 아기용품도 제 자리를 잡으려면 필요한 것도 제법 많아 보였다. 하지만 짐을 풀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진통이 왔고 응급으로 아이를 낳기까지 모든 과정은 한 달이 채 안돼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