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왜 블랙컨슈머가 되었을까?

외롭잖아. 힘들잖아. 아프잖아.

by By Grace


그렇게 많은 짐들이 쌓여있는 집은 처음이었다. 자세히 보니 개봉하지 않은 새것과 헌것들이 뒤엉킨 채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문을 열고 돌아서는 그녀는 혼잣말인지 나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게 계속 중얼거렸다.

어느 타이밍에 인사를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당황스러워 괜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집안 공기는 탁했고 음식 냄새와 묘하게 섞인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찔러 하마터면 집을 잘못 찾아왔나 싶을 정도였다.


팽. 팽. 했. 다.


밤늦게 전화를 한 산모는 또다시 관리사 교체를 요구했다. 번번이 지각을 하고 일찍 퇴근한다는 이유에서였다. 2주 동안 두 명의 관리사가 교체된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녀를 담당했던 관리사는 거품을 물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그런 산모 집은 처음 봤어요. 아니 무슨 그런 데서... 갓난아기를 키우려는지 내 보기에 그 산모는 정상이 아닌 것 같아요. 처음 그 집 갔을 때부터 아주 엉망이었거든요. 도우미 불러서 일주일 동안 정리한 게 그 정도예요. 게다가 큰 아이까지 돌보느라 힘들어 죽을뻔했는데 교체를 원한다고요? 내 참 기가 막혀서...... 나도 그 집은 다시 안 가요”

"큰 아이 서비스 금액은 지불하지 않겠다고 하시네요."

"아유.. 안 받어요. 안 받아. 일 부려먹고 안주는 돈 모아서 부자 되라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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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부정적인


서로 말이 달라 확인 차 직접 방문했을 때 만난 그녀는 좋지 못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발코니 문은 뿌옇게 먼지로 덮여 밖이 보이지 않은 데다가 감기 걸린다는 이유로 닫혀있어 환기가 전혀 되지 않았고 소파에 방치된 빨래는 한 건지 할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욕실은 기저귀들이 바닥에 널린 채로 물먹은 하마처럼 조금만 비틀면 물을 뿜어낼 것 같았다. 주방은 주방대로 식탁 위에 너저분히 널려있는 식기들이며 싱크대 한가득 담긴 그릇들은 언제부터 밀려있었는지 탑을 쌓을 정도였다. 관리사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짐작했고 이곳저곳에서 발견되는 빈 맥주캔과 담배꽁초들은 도저히 산모와 신생아가 있는 집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신생아의 기저귀가 떨어진 것도 모르고 대수롭지 않게 세 살이나 차이나는 큰아이 것을 사용하려는 그녀의 행동이었다. 누가 봐도 그녀는 우울하고 부정적인 자존감이 낮은 '바이브'를 가지고 있었다. 부스스하고 둔한 몸짓. 느리고 낮게 말하는 여자는 마지못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사는듯했다.

“퇴근하면 집에 와서 한다는 말이 매일 회사를 때려치운대요. 택시 운전하겠다는데 말이 되냐고요. 쉬는 날에도 애들은 안 보고 나갈 약속만 잡아요”라며 묻지도 않은 남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툭하면 말도 안 하고 불쑥불쑥 집에 오고...... 시시콜콜 참견하는 시어머니도 짜증 나요.”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던 폭풍 수다에 그녀는 잠깐 멈칫하더니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애착 이불에 집착하여 떼쓰는 큰 아이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들은 잘못하지 않았어요.


이 모든 것이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고, 이후로도 그녀는 항상 배우자, 시댁, 택시 기사, 베이비시터 등 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여러 번 교체를 원했고 그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 요금을 내지 않았다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며 자랑했다. 이쯤 되니 그녀의 사고 자체가 나쁘고, 우울하고, 실패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는 왜 블랙컨슈머가 되었을까?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결핍에서 시작되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로 외로움은 종종 강박증 같은 이상 행동으로 변형되어 나타난다고 산후 우울증도 이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산모의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우울증은 약하고 그 기간이 짧게 지나가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 경우처럼 눈에 띄게 이상 행동을 하는 산모도 간혹 만나기도 한다. 다만 이런 점을 고치기 위해 그녀는 노력하려 했을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현실적인 방해 요건이 너무 많아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데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면 될까?

그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괜찮아. 안심하렴

당신은 괜찮을 거예요


돌이켜 보면 나 역시 그랬다. 현장에서 만난 산모들의 사연을 전해 들을 때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나의 공간으로 들어와 버리면 힘들다는 푸념을 늘어놓는 직원들이나 아이들에게 배부른 투정이라는 말을 내뱉곤 했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한다면서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녀가 부디 ‘괜찮아. 난 잘할 수 있어. 나에게 엄청난 행운이 올 거야' '난 모든 면에서 어제보다 더 나아지고 있어.'라고 자기 암시를 통해 극복해서 긍정적 바이브를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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