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가 마주 앉아있는 주혜에게 폭탄주를 만들어 권하자 아기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철수는 거절하며 일어나는 주혜를 노려보면서 자기 기분을 맞추지 않는 주혜게 소리를 질렀다.
"너! 애 울 때마다 안아주면 안 된다는 소리 못 들었어? 버릇된다잖아. 에잇 기분 잡치게......"
난 오빠가 싫어졌다. 우리 아기는 분명 술 마시는 엄마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오빠는 내가 엄마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갑자기 철수가 음악을 틀고 주혜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마지못해 일어서는 주혜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아기의 심각한 얼굴이 서서히 확대되었다.
'아기가 아니었으면 나는 술을 마시고, 몸을 흔들며 춤을 췄을지 모른다.'
주혜는 철수얼굴을 찬찬히 뜯어봤다. 철수 얼굴에 동화책 그림이 겹치며 왕자 얼굴에 철수, 공주 얼굴에 주혜가 들어가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철수얼굴의 입이 움직이고 있었다
숲 속 가시덤불에 잠자는 공주가 살았다. 왕자는 공주를 구하기 위해 바다를 헤엄치고 가시덤불숲을 헤쳐 나왔다. 가시덤불에 손톱이 다 빠져나갈 지경이지만 숲에 갇힌 공주를 구해내야 했다.
그러나 공주는 잠을 깬 왕자를 귀찮아할 뿐. 시큰둥했다.
“당신은 누구세요?”
“당신을 구하러 온 왕자요”
“당신이 어디에서 온 왕자인지 어떻게 믿죠?”
“아직 당신 처지를 모르는 모양이군. 당신은 이곳을 탈출하고 싶지 않나?”
“숲 밖은 어떤 곳인지 확신이 서질 않아서요.”
왕자는 애써 침착한 척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이해가 되질 않는군요. 당신을 구하러 어렵게 왔는데....”
“난 당신의 도움이 필요 없을지도 몰라요.”
당황한 왕자가 오던 숲을 뒤돌아보고 기운이 빠졌다. 가시덤불을 다시 헤치고 가려니 까마득했다. 피가 흐르는 손톱이 다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이 다 빠졌다고요. 당신과 같이 떠날 수 없다면 난 슬픔에 빠져 죽을지도 몰라요”
“괜한 잘난 척을 하셨군요.”
(한숨을 쉬며) 공주는 왕자를 따라나설 채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