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창가 자리에 앉아서 무표정하게 삼각 김밥을 먹던 주혜가 손가락에 묻은 김까지 다 빨아먹은 후 쓰레기를 비우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엄마, 요즘 어때요? 저는 잘 있어요...... 지난번엔 죄송했어요. 요새 너무 피곤한가 봐. 왜 너무 피곤하면 자기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
수화기 너머로 주혜 모의 말소리도 들린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저번에는 무슨 계획이 있다더니, 그건 어떻게 잘 되어가고 있니?'
"아, 그거? 그건..... 조그만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데, 지금은 다 해결되었어요. 걱정할 건 하나도 없어요. "
'그래? 뭔지 몰라도 잘됐구나. 암튼 야무지게 처리하면서 살아야 돼.'
"네에......"
'밥 잘 챙겨 먹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인스턴트 쪼가리 같은 거 사 먹지 말고. 아이한테는 꼭 분유 말고 모유를 먹이고.'
"엄마도 참... 내가 뭘 먹는지 궁금하면 날 보러 집에 한 번 오면 안 돼요? 오빠네부모님 댁보다 가까운데 여기 오는 게 그렇게 어렵나... 아무튼 전 잘 챙겨 먹고 있어요. 그리고 모유는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고. 잘 나오는 것 같지도 않고.... 아이가 배고파해서 그냥 분유를 먹이고 있어요."
'말했잖니. 네 아빠도 나도 정식으로 상견례를 해야 왕래를 하지. 인사도 안 시킨 사위 네 집을 어떻게 가니. 그건 그쪽 집에도 면이 안 선다. 우리를 뭘로 생각하겠니?'
"엄마는 그게 더 중요해요? 오빠는 딸이 출산을 했는데도 찾아오지 않는 친정 부모님이 이상하대요......"
'네 시어머니는 자주 오니? 몸 푼 며느리 위해 다른 집들은 시엄마가 바라바리 챙겨 간다더라. 어쨌든, 자기네 씨 아니냐. 당연히 잘 챙겨야지. 상견례도 안 한 마당에 내가 찾아갈 수도 없잖니......'
"알았어요......"
전화를 끊은 주혜는 계산대로 가 편의점 직원을 한 참을 쳐다보다 큰 숨을 들이마시고 망설이다 내뱉듯이 주문을 했다.
"담배 한 갑 주세요."
"무슨 담배로 드릴까요? 라이터도 필요하세요?"
"아무거나 주세요. 라이터도 주시고요......"
편의점 직원이 뭔가 중요한 비밀을 함께 공유하는 사이처럼 속삭이며
"멘솔이 좀 덜 독할 거예요, 라이터도 여기, "
주혜는 계산을 하고 사뭇 초조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밖으로 나왔다. 긴 머리에 하얀 피부, 새빨갛고 도톰한 입술을 지닌 편의점 직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주혜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세요, 손님"
담배와 라이터를 건네주던 편의점 직원은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고 주혜 뒷모습을 향해 입꼬리만 올리는 이상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