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by By Grace


한 밤중에 주혜는 변기에 편의점에서 먹었던 삼각김밥을 토해내고 있었다. 변기를 내리고 나서도 한참 동안 변기를 껴안고 물에 어른어른 비치는 자기 얼굴을 노려보고 있을 때 방에서 아기울음소리가 들렸다.


'못된 것,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애기는 필요 없어, 이 조그만 것..... '


주혜는 구역질로 내장까지 튀어나올법한 통증에 자신의 몸을 질질 끌다시피 방으로 들어와 시계를 쳐다봤다. 오빠는 여태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울며 칭얼대는 아기를 안아줄 힘도 없어 방바닥에 풀어헤쳐진 기저귀들이 굴러다니는 걸 보자 메스꺼움에 다시 화장실로 기어갔다. 주혜는 이 순간 절실히 오빠가 필요했음에도 전화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철수는 책상에 놓인 서류와 그림책들을 들척이다 시계를 보고 다시 책을 보며 무언가를 열심히 끄적거린다.

그림책을 뒤적이는 철수는 임금 얼굴에 철수, 소녀 얼굴에 약간 변형된 주혜가 겹쳐 보였다.


철수는 외로웠습니다. 자기의 늘어진 뱃살과 악취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피하기 때문에 혼자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모두 “네네.”웃으며 대답할 뿐, 눈을 마주치지도, 곁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임금님은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들였습니다.


“네 놈은 지금 이곳이 겁나서 떨고 있구나. 기분이 나빠 화가 나는구나. 여봐라 이놈을 당장 죽여버려.”


“너는 속으로 나를 비웃고 있지. 모가지야.”


“왜 울고 있느냐. 즐겁지 않으냐?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웃어야지. 왜 웃지 않고 우는 거냐? 당장 목을 쳐.”


슬금슬금 눈치를 볼 뿐, 누구도 괴팍한 임금님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이 두려우냐?”(메아리가 울린다) 무엇이 두려우냐? 대답해라.(역시 메아리가 한 번 더 울린다) 대답을 하라고."


임금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도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임금님이 무서웠습니다. 임금님도 자신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자기를 팔로 감싸 안아 막아주었으면 했습니다. 자기 손을 잡고 이러면 안 된다고. 당장 멈추라고 말해주었으면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많은 사람을 죽이던 때에, 작은 소녀 하나가 궁안 뜰에 나와 섰습니다.

소녀는 임금님을 보자마자 손가락질하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임금님은 정말 뚱보인 데다가 냄새까지 고약하게 나는군요. 누가 당신을 좋아하겠어요.? “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임금님이 소녀를 죽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임금님은 크게 웃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웃다 보니 꺼이꺼이 우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임금님은 소녀를 죽이지 않고 큰 상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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