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든 채로 엎드려 있던 주혜가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하옵시며..... "
휴대폰 진동이 울리자 주혜는 휴대폰을 받았다. 엄마였다.
"엄마. 웬일이세요... "
주혜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엄마에게 나를 낳았을 때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그때 엄마는 얼마나 무서웠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외로웠는지. 그래서 얼마나 울었는지를......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난 너무 좋다. 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 없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에 죽고 싶었지만 엄마는 나를 낳았다고 했다. 나는 아주 작고 하늘거리는 꽃잎처럼 약하디 약한 아기였는데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나는 엄마에게 감사해야 한다. 주혜는 고개를 숙이며 이따금씩 끄덕이다 감동한 듯 두 눈을 감았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난 네가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했다...... "
주혜는 대답 없이 듣기만 한다.
"넌 좀 다르게 살라고 서울로 보냈건만...
"그런데 엄마..... 서울엔 나 같은 애들이 많았어. 결국 난 다르게 사는 방법을 찾지 못한 거지......"
"그래. 그냥 그렇다는 말이지. 그런데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아픈 데는 없고? 이제 아이를 낳았으니 얼른 식도 올려야지...... 너. 설마 식을 안 올리고 그대로 살려는 건 아니지? (한숨 소리) 내가 너한테 무리한 걸 바라는 거니?"
"별일이 있기는요. 다들 그러는데 아기 낳으면 이만큼은 아프다고 해요. 그리고...... 엄마가 무리한 걸 바란 적은 없는데요.... 나 결혼식은 아직 하지 않을 예정이에요. "
"나는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왜 결혼식을 하지 않겠다는 거니?"
"그게... 저... 뭐라고 설명은 못하겠지만 알았어요. 오빠랑 얘기해 볼게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고.... 암튼 계획이 있단 말이에요."
"얘, 너는 참 어려운 애야.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 내가 너 속을 어떻게 알 수 있니."
주혜는 이리저리 뒤척이다 엄마와의 무거운 통화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엄마의 마지막 말을 되씹고 있었다.
'내가 너 속을 어떻게 아니...... '
그렇다. 엄마는 내 속을 모르고 있다. 주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엄마는 무엇이든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거짓말을 하거나 뭔가를 숨기려 하면 귀신같이 알아내서 벌을 주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야. 엄마는 끝까지 모를 것이다.
어쩌면 나는 혼자 아기를 키울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어엿한 엄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