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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Grace Jun 07. 2022

"Can you speak Englsih?"

장난 전화일 거야......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금요일 저녁.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소리에 시계를 보니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can you speak english?”(영어 할 줄 아세요?)

갑작스러운 영어에 장난 전화인 줄 알고 그냥 끊으려다 예의상 질문을 했다.

“yes. how can I help you?”(네. 뭘 도와드릴까요?)

“my son was born and wife need a helfer.”(아들과 아내를 도와줄 분이 필요해요)

아차! 외국 산모였구나 싶어 재빠르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don’t worry. I'll help.”


상황이 특별한 경우이기도 했고 다행히 사무실 근처라 더 늦기 전에 영어로 된 매뉴얼을 가지고 산모 집으로 달려갔다. '존'이라고 소개를 하는 남편은 외국회사 슈퍼바이저였고 아내 '셀리아'는 페루인이었다. 출산한 지 3일 만에 조리원이 아닌 집으로 퇴원을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코로나-19로 페루에 있는 친정엄마가 입국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두 사람 모두 초보 엄마 아빠였으니 여러모로 어려울게 뻔했다. 주말이 겹쳐 다음 주부터 서비스를 받기로 하고 제일 경험이 많은 관리사에게 연락을 했더니 산모가 외국인이라는 말에 예상대로 

“어이구.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데 어째 날보구 하라꼬. 자신 없는데.....” 지레 겁을 먹었다.     

“선생님! 걱정 마시고 하시던 대로만 하세요. 첫날은 저랑 가시고 제가 중간에서 통역해드릴게요” 

워낙 경험이 많고 침착한 성격이라 솔직히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다음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존으로부터 장문의 문자가 와 있었다. 아내에게 미역국을 끓여주고 싶은데 재료와 조리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외국에서 출산한 아내를 위하는 존의 마음이 어떨지 알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걸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출산한 병원 측과 세리나와의 소통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생아 BCG는 세상의 빛을 본 후 가장 먼저 맞는 백신으로 4주 이내에 접종해야 하는데 병원 측에서는 의료보험 가입 여부를 영어로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스러웠는지 서로 미루는 눈치였고 의사와 간호사 행정직원 모두 우왕좌왕 정신이 없었다. 또 아기 수첩에도 접종된 백신을 써넣은 정보가 없어 물어보니 퇴원 당시 수첩을 챙겨 오지 않아 못 적었다며 한꺼번에 적어주겠다는 말을 했다.


불안해하는 세레나에게 상황을 설명을 하고 일반 접수 한 뒤에야 무사히 예방접종을 마칠 수 있었다. 만일, 내가 금요일 저녁 존의 전화를 받지 못했더라면 세레나는 아기에게 백신을 맞힐 수 있었을까. 아기 수첩에는 정확하게 백신 접종이 적혔을까. 궁금했다. 그 후 산모와는 메신저로 통역 서비스하고 관리사님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4주 관리를 무사히 끝냈고 부부는 거듭 고맙다는 말과 관리사님 이름을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며 잊지 못할 거라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했다. 그날 저녁 와인 선물을 받았다며 전화를 한 관리사님은 “아이고 난 술도 못 마시는데 와인을 주셨어요. 그래도 막 '땡큐'라고 했죠. 뭐 고맙잖아요. 대표님. 난 뭘 선물해줘야 할지 몰라서 그냥 왔어요. 외국 산모라 어려워서요. 어떻게 하죠?”라며 연신 미안해했다.

“괜찮아요. 최선을 다해 좋은 서비스를 하신 것만으로 고마워할 거예요.”


이번 기회에 외국 산모 관리도 자신이 생겼다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처음에는 그분들이 아기 목욕을 직접 한다고 해서 봤더니 통에 담그다가 비누 칠을 헹구지도 않더니  제가 목욕시키는 걸 보더니 다음날부터는 아기를 저한테 건네면서 워시! 워시! 그러더라고요.” 신나서 얘기하는 관리사님을 보며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진심은 통한다는 걸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영상북 Made By Grace "Can you speak English?"

                                                                        영상북 Made By Grace "Can you speak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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